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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8] 아우디 타고 온 예수님? 독일 크리스마스마켓 트리

[2024-12-21, 08:30:11] 상하이저널
[상하이 베이와이탄의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상하이 베이와이탄의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요즘 우리나라에서 헌법에 대한 관심이 많고 열기도 뜨겁다. 중국도 헌법이 있다. 4장 143조로 되어 있다. 1장은 총칙, 2장은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 3장은 국가기구, 4장은 국기, 국가 국휘, 수도에 관한 내용이다. 내가 중국 헌법 중에 눈여겨본 것은 종교의 자유다. 믿을 수 있는 자유도 있지만 믿지 않을 자유도 있어 다른 사람에게 종교를 권하면 안 된다고 들어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제36조 중국인민공화국의 공민은 종교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어떠한 국가기관, 사회단체, 개인도 공민의 종교를 믿거나 종교를 믿지 못하도록 강요할 수 없으며 종교를 믿는 공민과 종교를 믿지 않는 공민을 차별할 수 없다.>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중국에서 종교에 관한 사이니지(signage)나 행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당연히 법정공휴일인 불교의 ‘부처님 오신 날’이나 기독교의 ‘성탄절’은 중국에서는 공휴일이 아닌 평일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실 때, 중국에는 안 오셨나 보다. 12월 25일은 중국에서는 아무 날도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마케팅은 어느 나라보다 열심히 한다. 누가 더 멋지고 화려한 트리를 만들어 전시하는지가 뉴스가 되고 각 호텔마다 크리스마스 시즌 케이크, 애프터눈티세트, 저녁식사 이벤트 하느라 바쁘다. 

독일 종교개혁가 마틴루터는 크리스마스에 자녀들에게 선물 줄 것을 제안했고 크리스마스 전에 선물을 살 수 있는 시장이 생겨난 게 지금 크리스마스 마켓의 시작이라고 한다. 추운 겨울 어려운 사람들에게 물건을 싸게 팔고 크리스마스 장식과 선물을 준비하며 독일 각 도시마다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상하이에서 열린다. 2016년 독일관광국 주최로 작은 규모로 시작했는데 점점 규모가 커졌다. 해마다 개최 장소는 달라지는데 올해는 베이와이탄(北外滩)에서 열렸다. 사전 예매 30 위안, 현장 입장 40위안이다. 평일 저녁인데도 붐빈다.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은 전통 목조 오두막에서 열린다는데 여기서도 목조 오두막 형태 부스를 만들었다. 겨울에 빼놓을 수 없는 뮬드와인(Mulled Wine)이 인기 있다. 한식 코너가 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가보니 어묵, 떡볶이, 블랙핑크치킨을 판다. 전통 한국 음식은 아니고 한국 근현대화 시대에 생겨난 음식들이지만 한식 하면 떠오르는 대표음식이다. 독일 수제 맥주도 마셔볼까 했는데 스텔라 맥주 부스가 성황이다. 치즈를 녹여 먹는 스위스 라클렛(Swiss Raclette)도 잘 팔린다. 독일식 소시지, 립Rib을 파는 먹고 마시는 코너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선물을 파는 코너는 한산하다. 

이번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스폰서는 아우디다. 미국 시즈닝 브랜드 맥코믹(Mc Cormick)과 과자 브랜드 오이시(Oishi 上好佳)도 별도 홍보부스를 냈다. 어린 시절 생각나는 솜사탕이 빠질 수 없다.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의 커다란 솜사탕은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르다. 이런 장터나 광장에서 빠질 수 없는 추억의 회전목마 놀이기구도 있다. 여러 부스들 사이에 아우디가 전시되어 있다. 

광장 중앙에 세워진 크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트리 위에서 빛나는 표지는 아우디 마크다. 예수님은 가장 초라한 곳에서 가장 낮은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다. 이 땅에 온 예수님 본래 모습과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상업주의에 편리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성탄절은 예수님이 오신 날이지 산타 할아버지가 오신 날이 아니다. 북유럽 신화에서 차용한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탄 산타할아버지는 코카콜라 마케팅으로 빨간 옷을 입었다. 


365일 내내 이윤추구와 매출증대라는 목표를 하루라도 멈추고 남은 이윤을 1년 내내 힘든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어떨까? 상하이에 열린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나눔과 기부 같은 소중한 의미 없이 오로지 자본주의의 날카로움만 번뜩인다. 온갖 장식으로 화려한 멋진 트리 맨 꼭대기에 아우디 마크가 아니라 사랑, 평화, 화해, 나눔 같은 단어가 빛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예수님은 이 땅에 아우디 타고 오시지 않았다. 


상하이 봉쇄를 기록한 <안나의 일기>, 봉쇄 해제 후 코로나 종식까지 과정을 기록한 <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저자, 지금은 상하이에 관한 다른 이야기를 쓰고 있다. -blog.naver.com/na173515 -brunch.co.kr/magazine/apurescent
master@shanghaibang.com    [제갈현욱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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