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책읽는 상하이 265] 우리는 비 온 뒤를 걷는다

[2025-01-04, 06:24:58] 상하이저널
이효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이효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12월 책벼룩시장 송년문학회에서 책 교환으로 받아온 책이다. 작가는 정신과 의사로 도시 외곽의 한 정신병원에서 만성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전문적인 책이라기보다 정신과 의사로 근무하며 겪은 일화나 사건에 대한 생각, 일상을 따듯한 시선으로 써 내려갔다. 

이제는 신경정신과가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로 이름이 바뀌었고, 조현병의 증상엔 환청이나 망상 같은 양성증상과 외부의 자극이나 변화에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멍한 상태인 음성 증상이 있음을 의학적 상식으로 알려주는 한편, 정신과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로 잘 들어주는 것,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먼저 손 내밀어 주는 일을 꼽는다.  

정신과 의사의 듣기는 말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듣지만, 판단보다 공감을 우선으로 한다. 나에게 상담을 받는 사람이 천하의 사기꾼에 거짓말쟁이라도 그가 하는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 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그가 그런 거짓말을 하고 있는 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판사, 신부, 선생님의 듣기와는 다르다는 점을 알려준다. 

동감sympathy은 상대방의 감정을 같이 느낀다. 공감empathy은 상대방의 감정에 들어가 본다, 감정을 이입한다고 한다. 같은 아픔을 겪은 자로서의 동감과, 경험하지 않았지만 공감으로 상대를 이해한다면, 제 위치에서만 보려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제안한다.  

세 개의 장에 걸쳐 소곤소곤 말해주듯 진료 과정에서, 일상에서, 역사의 사건에서 정신학과 연관해 풀어내는 이야기는 소소하게 재밌다. 그리고 챕터가 끝날 때마다 소개하는 추억 음식들은 군침을 돌게 하며 재미를 더한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보며 공황장애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했다면, 이 책을 통해 정신병, 우울증이 감기나 고혈압, 당뇨와 같이 의사의 진찰과 약 처방으로 조절되며 치료될 수 있음을 더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부분의 작가의 말을 인용해 본다. 

“사실 우리의 삶은 대부분 ‘비 올 때’가 아닌 ‘비 온 뒤’의 시간임을. 비가 퍼붓는 길을 걸어가야 하는 시간만을 고통이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비가 그친 다음 걸어야 하는 진창길에서의 시간이다…… 만성 정신질환 환자들의 삶은 그런 비 온 뒤 걷기를 떠올리게 한다. 예기치 않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고, 원하는 삶의 궤적이 틀어졌다. 그것은 때론 절망적이다.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그 비 온 뒤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나의 일은 그 비 온 뒤의 길을 걷는 이들을 돕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내 환자들만 걷는 길이 아니다. 나도 그렇고 우리 대부분 역시 그런 삶을 산다. 우리는 모두, 비 온 뒤를 걷는다.”

양해자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홍원숙 중의사, ‘하오 달인(好達人)..
  2. 중국 배우, 태국 촬영 후 연락두절…..
  3. 상하이 ‘기대 가득’ 오픈 예정 신상..
  4. 中 언론, 尹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5. [선배기자 인터뷰] 경계없는 ‘자유전..
  6.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 대관..
  7. 中 새해맞이 호텔 예약량 2배 급증…..
  8. 2024 중국 10대 소비 트랜드…..
  9. 中 탄력적 정년제 시행… 최대 3년..
  10. 中 독감 환자 중 99%가 ‘A형’…..

경제

  1. 中 새해맞이 호텔 예약량 2배 급증…..
  2. 2024 중국 10대 소비 트랜드…..
  3. 中 탄력적 정년제 시행… 최대 3년..
  4. 中 올해 경제 5.0% 목표... "..
  5. 中 영화 관객 3억 명 줄었다… 지난..
  6. 알리바바, 다룬파 모회사 가오신유통..
  7. 中 올해 신에너지차 판매량 1650만..
  8. 아이폰 중국서 또 가격 인하… 100..
  9. 지리, 2025년 신차 5종 출시…2..
  10. 中 자동차 기업 춘절 전 ‘보조금’..

사회

  1. 홍원숙 중의사, ‘하오 달인(好達人)..
  2. 중국 배우, 태국 촬영 후 연락두절…..
  3. 中 언론, 尹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4. 中 독감 환자 중 99%가 ‘A형’…..
  5. "금요일 퇴근 후 중국" 한국 관광객..
  6. 중국인 IQ 세계 1위! 한국은 3위..
  7. 中 6개 대학에 ‘저고도 경제’ 전공..
  8. 징동그룹 회장의 ‘고향사랑’… 스승들..
  9. 태국서 납치된 中 배우, 나흘 만에..

문화

  1. [박물관 리터러시 ⑤] 한 해의 끝자..
  2.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 대관..
  3. 북코리아 2025년 1월 추천 도서
  4. [책읽는 상하이 265] 우리는 비..
  5. [책읽는 상하이 266] 발자크와 바..

오피니언

  1. [상하이의 사랑법 20] 문장 안의..
  2. [Jiahui 건강칼럼] 겨울에 흔한..
  3.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의 향기..
  4. [중국인물열전 ③] 현대미술의 대가,..
  5.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크리스..
  6. [박물관 리터러시 ⑥] 저장성박물관..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