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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좋은 계절, 상하이 책방 나들이

[2022-09-24, 07:38:52]

 


올 여름 유난히 덥고 늦은 태풍 소식에 마음 졸이다가 어느새 가을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제법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이맘때면 괜스레 책이 읽고 싶어진다. 독서를 즐겨 하지 않더라도 이색적인 상하이 서점을 찾아가면서 나만의 ‘상하이 서점 지도’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2022년 우리 곁을 떠난 상하이 서점

 



스웬헌책방(思源旧书店) 8월 폐업
1년 전 후난루를 떠나 홍커우구에서 새롭게 문을 열었던 스웬헌책방이 1년 만에 작별을 고했다. 서점은 문을 닫았지만 주인장은 서점 컨셉의 창고 매장을 운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래호 서점(鲸字号书店) 7월 폐업
상하이가 봉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는 사람이 없어지자 삽화 위주 전문 서점인 고래호서점은 7월 1일 정식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매장은 사라졌지만 앞으로는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다.

 

 


고독서점(孤独书店) 3월 폐업
추리소설 작가 스천(时辰)이 운영한 상하이 최초의 추리소설 전문 서점이었다. 개업 2년 만에 다중덴핑에서 서점 분야 높은 순위를 유지했던 이곳이 3월 12일 문을 닫았다. 폐업 공지를 살펴보면 “서점은 인기가 많아졌지만 책을 구매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라며 경영 어려움을 토로했다.

   

우리 곁을 떠난 서점들로 아쉬워하긴 이르다. 그보다 더 많은 새로운 서점들이 우리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5년의 기다림, 상하이 도서관 동관(上海图书馆东馆)
상하이 시민들이 5년 동안 기다렸던 상하이 도서관 동관이 드디어 지난 8월 선착순 오픈 테스트를 시작했다. 테스트 기간에는 딱 4시간 동안 1000명만 입장 가능하다. 11만 5000제곱 미터의 초대형 다이아몬드와 같은 고급스러운 건물 외관이 돋보인다. 이 건물은 세기공원 위치해 있고 현재 단독 건물로서는 중국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다. 모든 실내 열람실에는 초대형 통창으로 여러 각도에서 루자주이, 세기대도 등의 상하이 랜드마크를 관람할 수 있다. 책을 보면서 공부하고, 휴식할 수 있고 도시와 산림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정식 개장은 9월 말로 예정되어 있다.

∙ 浦东新区合欢路300号

 

 

스쿠먼(石库门)건축물 사이의 서점, 탕닝서점(唐宁书店)
광저우(广州) 출신의 탕닝서점, 드디어 2022년 상하이에 문을 열었다. 1호점은 푸싱중루의 100년된 건축물로 상하이의 대표 건축 양식인 스쿠먼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3층 높이의 100년 된 스쿠먼 건축물에 자리하고 있다. 원래 이 건물은 황푸구 샤오안리(绍安里)2호에 있었다가 전체 건물을 이 곳으로 옮겨졌다. 서점 1층은 MANNER COFFEE가 있어 진한 커피향이 책과 잘 어우러진다. 2층은 야외 독서 공간, 3층은 고서적을 전시한 곳으로 아직 개방하지 않았다. 탕닝서점은 리모델링과 동시에 100년 된 건물 자체의 멋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의 ‘중축선 대칭’ 구도를 유지하고 계단도 옛집 그대로다. 계단을 오르면 마치 세월의 흐름까지 느낄 수 있는 듯하다.
 ∙黄浦区复兴中路118号C栋复兴·风

 

 

회원제 도서관, 이젠 도서관(一见图书馆)
2019년 난창루에서 탄생한 이젠도서관, 7월 23일 난창루와 이별하고 쉬후이 빈장에서 지난 8월 7일 새로 문을 열었다. 문을 들어서면 개방형 독서공간이 펼쳐진다. 삼면이 모두 책으로 둘러싸여 있고 어린이 그림책부터 중국어, 외국어 문학까지 다양한 분야 책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구매한 책을 아무렇게나 놔두고 컵라면 누르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곳에서는 읽을 수 있지만 책을 판매하지 않는다. 회원이 되면 무제한으로 책을 빌릴 수 있다. 한 지역의 공유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는 도서관은 자습실, 열람실, 독서 토론회, 토크쇼, 영화 상영 행사 등이 열리는 곳으로도 활용된다.
∙ 徐汇区瑞平路230号保利·时光里购物中心B1

 

 

책 그리고 석양이 멋진 곳, 큐브릭(Kubrick 库布里克)
미국의 유명 영화감독인 스탠리 큐브릭의 이름을 딴 홍콩계 서점 큐브릭이다. 상하이 큐브릭은 첸탄의 타이구리(太古里)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큰 장점을 꼽으라 하면 또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한 통 유리창이다. 탁 트인 전망에 멋스럽게 놓여있는 책들을 보면 이곳이 갤러리인지 서점인지 헷갈릴 정도다. 가장 인기 있는 자리는 단연코 창가 자리로 행운이 따라야만 앉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적인 서점과 달리 복합 문화 공간이자 상업적으로 꾸며져 있어 커피나 기타 제품을 구매해야만 자리에 앉을 수 있다. 큐브릭 영화감독의 영향인지 도서류는 주로 영화와 영상에 관련된 책들이 많다.
∙ 前滩太古里S-L3-32、S-L3-33

 

 

인기 서점의 컴백, 푸단 헌책방(复旦旧书店)
푸단대학 근처 정수루(政肃路)에서 20년 동안 굳건히 한자리를 지키다가 온라인에서 갑자기 인기가 높아졌던 푸단 헌책방이 작년 말 도로 재개발 등으로 아쉽게 우리 곁을 잠시 떠났다. 소박하지만 오래된 헌책방의 온기를 그대로 간직했던 곳이기 때문에 이 헌책방의 ‘컴백’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8월에 드디어 푸단 헌책방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 자리한 곳은 양푸구의 핫 플레이스인 다쉐루(大学路)의 웨이더루(维德路)상이다. 장소는 핫 플레이스로 바뀌었지만 매장 안의 스타일은 과거 푸단 헌책방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신간은 없고 도시 분류도 되어 있지 않다. 3만여 권의 헌책이 질서없이 그러나 지저분하지 않게 놓여 있다. 이런 ‘어지러움’ 속에서 원하는 책을 ‘캐내는’ 기쁨을 만끽해 보라는 주인장의 마음이다. 기존 매장은 20평 남짓한 협소한 곳이었지만 이번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넓은 공간에서 책을 구매할 수 있고 기존의 2층 스타일을 고수했다. 헌책방 사장님은 “저는 기존 단골들이 이 서점에 들어와서 예전이랑 변한 게 없네? 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왕홍 커피숍이 즐비한 거리에서 커피는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杨浦区伟德路88号

 

 

 

1980년대로 ‘시간 여행’, 海上连环画
렌환화(连环画)는 그림과 글로 이루어진 오래된 그림책 또는 만화책을 뜻한다. 신 중국 출범 이후 렌환화가 많아졌고 1980년 대 번영기를 맞이한 뒤 1990년대부터는 거의 사라진 예술품이다. 상하이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 렌환화의 추억을 간직하며 고수해 온 곳이 바로 이곳이다. 진차오(今朝)8농에 자리한 하이상렌환화, 작은 매장에는 연도별 렌환화와 그림본 원고들이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다. 원래 이곳은 둬룬루(多伦路)에서 23년간 터줏대감으로 자리했다가 현재의 위치로 이전한 것이었다. 원래 사장님은 출판사에서 근무하다가 이 렌환화를 수집하고 출판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신이 직접 렌환화를 그리기도 한 그야말로 렌환화에 일생을 바친 분이다. 중국 내 유명 렌환화와 작가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줄줄 꿰뚫고 계신 분이다.
∙四川北路989弄今潮8弄5号116单元

 

곧 오픈 예정인 새로운 서점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상하이 3호점 샹자오위서점∙M50점(香蕉鱼书店·M50店)
독립 서점의 매력으로 상하이에서 꽤 많은 팬층을 보유한 샹자오위서점(香蕉鱼书店)이 구베이 본점, 옌핑루점에 이어 상하이 3번째 매장을 오픈 예정이다. 신규 매장은 예술 단지인 M50 안에 자리하고 있고 현재 오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상하이 봉쇄 때문에 원래 계획보다 오픈이 늦어졌지만 현재 계획대로라면 9월 안에 오픈 예정이다.
∙普陀区莫干山路50号

 

 

이젠도서관 루이홍웨량완점(一见图书馆(瑞虹月亮湾馆))
상하이가 코로나19로 봉쇄되고 어려움을 겪을 동안 이젠도서관은 꾸준히 ‘역행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루이핑루의 3호점을 오픈하면서 홍커우구 루이홍웨랑완에도 4번째 매장 오픈을 함께 준비했다. 4호점은 오는 10월 오픈 예정으로 이미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상하이의 이젠도서관 매장을 모두 방문해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 같다.

 

기존의 인기 상하이 서점


츠타야서점(茑屋书店)

이 외에도 첸탄 타이구리(太古里)에 위치한 일본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상하이 2호점도 가볼만 하다. ‘전 세계 가장 아름다운 서점 20위’에 선정된 일본 서점으로 상하이 2호점은 무려 2800여㎡에 달할 정도로 초대형급으로 지어졌다. 4층 옥상의 스카이 루프를 통해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독서를 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문화, 창작, 푸드 등의 라이프스타일을 접목했다. 또한 숍인숍 스타일로 카페가 함께 자리하고 있어 커피와 음료, 샌드위치 등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浦东新区东育路500弄前滩太古里S-L4

 

 

 


 

중국에서 가장 높은 서점, ‘도운 서원 플래그십스토어(朵云书院旗舰店)’
도운 서원은 상하이에 2개 점이 있지만 이번에 추천하는 곳은 중국 최고층 건물인 상하이 타워(上海中心) 52층에 위치한 도운서원 플래그십 스토어다. 239m 높이의 명실공히 중국에서 ‘가장 높은’ 서점이다. 중국 수목 색의 산수화로 설계해 하늘 높이 떠 있는 구름 속 신비감마저 자아낸다. 흑과 백의 두 가지 색을 통해 ‘산수·비경’의 디자인 콘셉트에 따랐다. ‘산수’는 구름과 물이 흐르는(行云流水)의 시각적 감각을 따르고, ‘비경’은 기하학적 공간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이곳은 강연, 전시, 커피, 디저트, 간단한 식사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공중(空中) 복합 문화센터다. 총면적 2200㎡에 책 6만 권과 아이디어 제품 2000여 종을 구비해 상하이의 중요한 문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상하이타워 52층에는 2개의 사이드 홀이 있는데, 거대한 화분, 분수 및 석조 교각이 있는 정원도 도운 서원에 속한다.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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