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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142]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2022-05-13, 19:03:37] 상하이저널
위화 | 문학동네 | 2012.09.03
위화 | 문학동네 | 2012.09.03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원제: 十个词汇里的中国

위화의 이 산문집은 "사람(인민)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멋진 부제를 달고 있다. 부제를 위화가 의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부제에 '낚여' 소설가로 유명한 위화를 산문집으로 먼저 만났다.

위화는 2009년 초 미국의 한 대학에서 행한 중국에 대한 강연을 계기로 이 산문집을 완성하게 된다. 문화대혁명 이후 30여 년간 중국 사회가 경험한 급속한 변화와 그사이에 무성하게 자란 사회 갈등과 문제에 대해, 도대체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어떻게 이 부조리를 받아들여야 할지 애쓴 결과물이다.  

산문집은 인민, 영수, 독서, 글쓰기, 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 홀유, 열 개의 단어를 주제로 한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삼, 사십 년간 중국이 지나온 극과 극의 변화를 그저 열 개의 단어로 묘사하고 설명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아마도 태생이 이야기꾼인 위화 덕에 몇 개의 장면만으로도 나는 그 시절을 함께 겪은 듯한 기분이다.  

산문집의 부제는 첫 번째 인민 편에 실린 문장으로, 저자에겐 공허한 단어에 불과했던 '인민'이 89년 봄 민주와 자유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던 북경에서 뜨거운 피와 에너지를 가진 실체가 되는 것을 경험한다.

"인민이 단결할 때 그들의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전달되고 그들 몸의 에너지가 그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되는 것이다."

1960년에 태어난 위화는 문화대혁명기에 유년기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보낸다. 그 시절의 무기력함과 '혁명'을 가장한 합법적인 폭력은 '독서'와 '글쓰기' 편에서 엿볼 수 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문학작품이라고는 국어 교과서에 실린 단 두 사람의 작품, 루쉰의 소설과 산문, 그리고 마오쩌둥의 시가 전부였고, 다른 사람을 공개 비판하는 대자보 쓰기를 통해 글쓰기의 갈증을 풀었다. 놀랍게도 그 시절엔 정부에서 직업을 정해주던 때라, 위화의 첫 직업은 이를 뽑아주는 치발사였다. 사전교육이나 직업 훈련은 당연히 없었고 고려사항도 아니었다. 그런 시절에 위화가 소설가가 된 것은 타고난 글 솜씨 외에도 글쓰기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문화대혁명기가 끝나고 중국은 극단적으로 변화한다. 정치 지상의 시대에서 금전 제일의 시대로, 본능이 억압된 시대에서 욕망이 넘쳐나는 시대로.  

위화가 고등학교 시절, 교실 칠판에 사랑 이란 글자를 써놓은 "불량배를 색출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전교생의 작문 공책을 수거해 필체를 확인한다. 30년이 흘러 이제는 교실 안에서 남녀학생들이 서로의 애정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도 아무도 별다른 관심을 안 보인다.

경제의 고속성장을 통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 중국 사회에는 가짜를 뜻하는 산채가 사회 곳곳에 만연하고, 남을 속이는 홀유가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여기저기 횡행하며 각자의 욕망을 채우는데 거침이 없어졌다.   

이런 극단적인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위화 본인도 딱히 해답을 구한 것 같지 않다. 다만, 그는 고통스럽더라도 마주하고 함께 공감하려고 한다. 그렇게 그의 조국 중국과 소통하고 이해하려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었을 때, 나는 진정으로 인생이 무엇인지, 글쓰기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세상에 고통만큼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쉽게 소통하도록 해주는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통이 소통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사람들의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서 뻗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나는 중국의 고통을 쓰는 동시에 나 자신의 고통을 함께 썼다. 중국의 고통은 나 개인의 고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양민희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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