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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절 노동운동] ③ 노동자들의 권익신장•권리 찾기 운동의 시작

[2021-05-27, 14:32:45] 상하이저널

우리나라에서 근로자의 날이라고도 불리는 ‘노동절’은 근대부터 이어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권리 신장을 위한 노력을 기리기 위해 지정된 날이다. 단순히 쉬는 날로만 취급하기에는 담고 있는 역사의 중요성이 매우 높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자라는 개념이 탄생한 그 순간부터 시작됐다. 넓게 보면 고대부터 계급 사회의 밑바닥에서 사회의 근간을 지탱하면서도 고위층들에게 푸대접을 받던 농노 등의 계층을 노동자의 시초라고 볼 수도 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노동자’가 탄생한 것은 18세기 산업혁명 시대 이후일 것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생산수단의 기계화로 지금의 풍족한 물자를 가능케 하고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의 경제적 발전을 가져다 줬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빈부격차의 심화와 공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등 당시에는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던 갖가지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런 불평등을 가장 많이 감내해야 했던 이들이 바로 노동자들이었고, 이는 결국 그들을 주축으로 한 동시다발적 권리 투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산업혁명의 발생지는 영국이었고, 가장 빠르게 국가의 산업화를 이끌어 내고 그로 인해 탄생한 부조리들을 제일 처음 눈으로 확인한 것도 영국이었다. 최초의 노동운동 역시 영국에서 시작됐고, 이것이 곧 유럽 대륙 전역, 더 나아가 아메리카 대륙과 아시아까지 퍼지게 된다. 노동절을 맞아 사회의 대들보를 지탱하는 최전선의 노동자들이 어떠한 투쟁 끝에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해 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최초의 노동자 투쟁 반(反) 기계 운동

영국에서 공장이란 숙련된 제조공들이 수작업을 통해 물품을 생산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19세기 초, 증기기관의 본격적인 상용화와 기계의 경제적 가치를 깨달은 공장주들에 의해 공장의 생산구조는 숙련공 위주에서 기계 위주로 변화하게 된다. 기계대량생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비숙련자도 짧은 시간 내에 비교적 능숙하게 통제하는 것이 가능한 기계식 공장들의 존재는 공장주들로 하여금 값싼 임금에 부릴 수 있는 다른 노동인구, 여성과 아이 등을 더 고용하게 만들었고 하루아침에 전문직에서 일용직 노동자 신세가 되어 버린 수작업 숙련공들은 위기 의식을 느끼게 됐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대부분의 수작업 노동자들은 공장 문을 닫고 기계식 공장에 자리를 내어 줘야 했다. 이는 소수의 자본가에 의한 생산수단의 독과점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마침 나폴레옹 전쟁으로 인해 불황이 시작된 터였기에 대다수 시민과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 이 기계들을 그다지 좋게 볼 수가 없었다.

노동자들의 삶은 악화되어 가는 와중에 자본가의 삶은 기계의 존재로 인해 오히려 더욱 풍요로워졌다. 본디 영국은 어느 정도의 재산을 보유한 성인 남성에 한해 투표권을 보장했는데, 노동자들은 대부분 스스로 살 집조차 없는 하층민이었으므로 노동 계급은 정치에 참여할 권한조차 없었다.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는 돈과 권력을 가진 자본가들과 결탁, 노동자의 노동조합 창설과 파업 등을 불법으로 만드는 단결금지법안을 통과시켰고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 주장을 위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요크셔, 노팅엄셔, 랭커셔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노동자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노력했다. 1812년 시작된 러다이트 운동(Luddite)으로, 그들은 직조 기계 등 자신들을 대체하던 기계식 생산 수단들을 파괴함으로써 자본가의 착취에 맞서려고 시도했다. 비록 폭력이라는 다소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수단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계급 투쟁을 본격화,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최초의 사건으로, 세계 노동운동의 역사에 중요한 한 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 ‘러다이트’라는 이름이 탄생한 데에는 재미있는 비화가 있다. 네드 러드(Ned Ludd)라는 소년이 어느 날 홧김에 직조 기계 두 대를 망가뜨렸는데, 이때 이후로 다른 노동자들은 기계가 망가지기만 하면 ‘네드 러드가 그랬다’ 며 농담을 하곤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의 진위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네드 러드(Lud)’는 러다이트(Luddite) 운동의 상징이자 유래가 됐고, 공장주들과 대치하며 기계를 파괴하고 다녔던 직조공 게릴라들 역시 자신들의 지도자가 ‘네드 러드 장군’이라고 주장하고 다녔다. 

러다이트 운동은 노동자들이 최초로 시작한 계급 투쟁이고 시민과 지식인층 모두에게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기계는 이미 인간이 낼 수 있는 효율성을 아득히 뛰어넘었고, 영국 정부는 군대를 풀어 주동자를 처형하는 등 강경 대응을 이어나갔다. 러다이트 운동은 수그러들게 됐지만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분노를 확인한 자본가들과 영국 정부는 부분적으로 노동조합을 합법화하고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등 그들을 달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노동자의 정치적 권리 신장은 아직 답보 상태였고 빈부 격차나 실업 문제 역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첫 노동운동은 실패로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노동운동의 심화 – 정치적 투쟁

러다이트 운동이 실패로 끝난 이후 영국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들려 줘야 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게 됐다. 이는 곧 참정권, 즉 투표권의 보장을 의미했다. 이전에도 언급했던 대로 19세기 영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재력을 갖춘 성인 남성에게만 투표권이 있었다. 노동자들은 일찍이 재산 보유량과 상관없이 모든 성인 남성에게 평등한 선거권을 제공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으나 영국 정부는 중산층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주었다. 선거법 개정 이후,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투표권을 얻어내기 위해 함께 고군분투하던 중산층들은 자신들의 권리가 보장되자 그대로 노동자들을 외면했고, 이는 차티스트 운동(Chartist Movement)의 서막을 알렸다.

차티스트 운동은 런던과 버밍엄 등지를 중심으로 벌어진 전국적 노동자 사회 운동을 지칭한다. 런던 노동자협회의 지도자 윌리엄 러벳은 1838년 5월 인민 헌장 (People’s Charter)을 발표했다. 이것은 그대로 차티즘 (Chartism)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됐다. 헌장은 보통 선거, 비밀 선거, 의원의 재산 자격 폐지, 선거구의 공평화, 하원 의원 유급제, 의회 매년 소집 등 6개항의 요구사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당시엔 이것이 상당히 급진적이고 과격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다. 

러벳은 이 헌장을 190만명의 서명이 담긴 문서와 함께 하원에 제출했으나 결국 부결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러다이트 운동 때와 비슷하게 강경책을 고수해 러벳을 비롯한 노동자 지도자들을 체포하고 집회를 강제해산, 차티스트 운동의 확산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급진 세력들의 반발만을 불러일으켰고, 노동자들은 영국 전역에서 파업과 봉기와 같은 형태로 자신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차티스트 운동은 전 유럽에 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던1840년대 후반에 정점에 달했다. 노동자들은 다시 한번 무려 570만 명의 서명을 첨부해 하원에 청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급진성을 두려워했던 (당시 빅토리아 여왕을 포함한) 기득권층의 탄압과 각 지도자간의 불화, 중산층이 가졌던 거부감 탓에 차티스트 운동도 결국은 와해되고 만다. 전국헌장협회는 인민 헌장의 6개조 요구사항을 이루기 위해 이후에도 노력했으나, 1853년 협회 역시 해체되면서 완전히 막을 내렸다.

차티스트 운동은 단순히 노동자의 권리 신장과 권익 보호에만 머물지 않고 범사회적 진보와 정치적 개혁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다른 초기 노동자운동과 차별화된다. 비록 당시에는 실패로 끝났지만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차티즘의 정신을 계승하여 후일 영국의 노동당이 설립됐다. 1867년과 1918년, 두 차례의 선거법 개정 끝에 결국 재산 보유량과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고, 비밀 선거 조항 역시 1872년 보장됐다. 실패와 회한으로 얼룩졌던 영국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한 노력은 늦게나마 빛을 보게 됐다.

영국이 연 산업화 시대의 서막은 풍요로움과 함께 필연적인 숙제거리들을 안겨 주었다. 지속적인 노력 끝에 노동 환경과 처우는 현재 과거와 비교해 월등히 좋아졌다. 이것은 과거에 삶과 스스로의 안위를 희생하면서까지 이러한 변화를 위해 움직인 이들의 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학생기자 김보현(SA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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