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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뮤지컬 상하이타운

[2022-08-25, 20:03:04] 상하이저널

상하이 무더위로 인해 하루의 절반은 외부 활동을 포기한 와중에 한국에서는 폭우로 인한 재난 소식이 들려온다. 세상이 미쳤나! 영화 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엄마는 폭우랑 폭염이랑 고르라면 어떤 게 좋아요?” 

상하이 폭염에 지쳐 방학을 허투루 보내버린 둘째 딸의 초딩식 질문인데, 난 그 질문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당황한 채 얼버무리던 중이었다.

“엄마, 하데스랑 페르세포네는 이혼을 한 것 같아요.” 

큰 딸이 끼어들었다. 상상력 뛰어난 큰 딸 덕분에 머릿속이 이미 진지하다 못해 복잡해져 버린 나는 둘째 딸 질문의 대답을 피할 수 있었고, 불현듯 뮤지컬 하데스타운 속으로 소환되었다. 정말인 것 같다. 페르세포네는 무자비하고 난폭한 하데스에게 질려 이혼을 선언하고 지상에 올라와 더 이상 지하에는 내려가지 않기로 했음에 틀림없다. 그녀의 분노가 곧 폭염을 만들었으리라.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큰 딸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이다. 그리스 신화 중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인데, 뮤지컬 넘버 속 하데스의 땅굴 중저음과 스토리 전달자 헤르페스의 스웨그에 홀딱 빠져 큰 딸과 함께 날이 새는지 모르고 봤던 기억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상하이에 약간의 판타지가 있는 것 같다. 마치 2-30년 전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것처럼! 혹자는 아이들의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잡을 수 있고 한국과도 가깝다는 이유로 상하이를 유학지로 선택하기도 하며, 더 이상 인기 없다는 주재원이라지만 상하이라면 솔깃하다는 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왜 최근 상하이를 보면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지하 도시가 떠오를까. 그곳은 굶는 사람이 없이 부유한 곳, 많은 일꾼들이 몸이 부서져라 일해서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는 곳. 하지만 이미 그곳에 발을 디딘 노동자는 빠져나갈 수가 없다. 지하 도시의 통치자 하데스가 빠져나가도록 허락을 안 하기도 하지만 이미 일꾼들은 그 생활에 젖어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도 같다. 

상하이는 멋있다. 스카이라인이 자주 업데이트될 정도로 마천루는 하늘에 닿을 기세다. 전 세계 맛집이 모여있고 조금만 시내로 나가면 노랑머리의 외국인과 웃으며 대화도 할 수 있다. 수많은 국제 학교에서는 수준급 커리큘럼으로 아이들의 선진 교육을 책임지는 명실공히 코스모폴리탄 라이프가 가능한 도시다. 돈만 있으면 되기에, 상하이의 일꾼들은 해가 갈수록 하데스타운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노동자처럼 되어가는 것이 흠이라면 흠. 나도 종종 손가락으로 셈을 하곤 한다. 

큰 딸이 대학 가려면 2년 남았고, 둘째 딸은 7년 남았으니까 나는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할지. 이렇게 나는 지상에, 특히 중국 상하이에 사는 중년의 성인으로서 홀로 뮤지컬 상하이타운을 노래하는 중이다. 여기엔 나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하데스가 없지만 마치 하데스가 있는 듯 뼈빠지게 일하고, 하데스 만큼 다른 세상에 대해 의심이 많다. 왜냐? 나는 폭우도 폭염도 무서운 용기 없는 중년이니까.

니모와 도리(brighte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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