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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정도 갔다 오는 것도 나쁘지 않아” 소년법의 현실

[2022-07-01, 14:17:19] 상하이저널
갈수록 대담해지는 촉법소년들의 범행에 국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공약으로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하향 시키겠다고 걸 정도로 소년법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탄생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은 큰 인기를 얻고 소년법을 재조명 시켰다. 심은석 판사라는 캐릭터를 통해 과연 소년범죄를 모두 아이들 탓으로 돌려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드라마 시청 후 네티즌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드라마 ‘소년심판’ 중


소년법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다. 일단 청소년은 나이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만 10세 미만은 범법소년으로 죄를 지었을 경우 보호처분, 또는 형사처벌이 모두 불가한 나이다. 그 다음은 만10세 이상에서 만14세 미만으로, 가장 논쟁이 많은 촉법소년이다. 촉법소년은 보호처분이 가능하며, 최대 소년원 2년 송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이 되지 않는다. 즉, 사람을 죽이는 등 죄질이 매우 나빠도 보호처분 10호인 소년원 2년 송치가 최대이다. 마지막으로 만14세부터 만 18세까지의 범죄소년은 보호처분, 형사 처벌이 모두 가능하지만, 무기징역 및 사형에 처할 수는 없게 되어있다. 소년법의 목적은 교화에 있지 처벌을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갱생이 잘 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아이들에게 죄를 묻기 보다는 사회적 배경을 감안하여 처벌 보다는 교육을 시켜 사회의 일원으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

2020년, 8명의 중학생들이 렌트카를 훔쳐 뺑소니를 낸 사고가 화제가 되었다. 이들은 전부터 수차례의 차량 절도와 무면허 운전을 일 삼으며 상습적인 범죄를 저질러왔다. 그러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한 명을 숨지게 해 논란이 더욱 커졌다. 피해자는 대학 신입생이었고 등록비와 생활비를 벌려고 열심히 생활하던 청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뺑소니를 낸 중학생들은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으로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가해자인 중학생들은 사고 직후 SNS에 범죄 사실을 올리면서 반성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운 듯한 글을 올려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내 아이가 죽고 없는데, 벌 받는 사람이 하나도 없대요.” 피해자 유족은 울분을 토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소년법의 현실이었다.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살인을 한 죄를 면제 받고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 사회에 나가서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 피해자의 살 권리를 앗아가고 난 후 SNS에 범죄사실을 자랑하고 막상 재판에 가면 본인은 선처를 비는 것이 가식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사실은 촉법소년들은 자신이 촉법소년이라는 사실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13살 한 소년이 20여회째 가게 절도를 해 현금을 훔치다 발각되었다. 그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가 오히려 큰 소리치며 자신은 촉법소년이라 형사 처벌을 받지 않으니 어서 조사를 끝내라 했다. 또 강릉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의 가해자는 “어차피 한달 정도 갔다 오는 것도 나쁘지 않아”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었다. 이런 사례들은 이미 청소년들이 미성숙하고 어리다는 것을 뛰어넘어 법을 이용해 자신에게 면죄부를 쥐여줄 만큼의 조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누구 탓일까?

네티즌들은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소년법을 폐지함으로써 법의 무서움을 알게 하고 다시는 범죄를 못 저지르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결론까지 가기 전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우리가 ‘과연 소년범들에게 모든 잘못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다. 바꿔서 말하자면, 소년범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데에는 사회의 몫도 있지 않느냐 이다. 알코올 중독인 부모 밑에서 자란 소년들, 절도를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소년가장들. 실제로 ‘호통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판사는 만 이천건의 소년재판을 맡았고, 그 중 70%의 소년들이 결손가정 또는 저소득층에서 온다고 했다. 

우리나라 소년재판은 건당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재판을 받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발언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과연 소년범들을 엄벌에 처하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이다. 어려서 잘못을 저질러 감옥에서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고 나온 후 사회로 보내졌다고 해보자. 그는 사회에서는 이미 범죄자로 낙인이 찍혀 취업도 어렵고, 결국 생활을 꾸려가기 힘들 것이다. 다시 범죄의 길로 빠지기 쉬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냥 아이들 탓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처벌보다는 교화에 초점을 맞추어 소년범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반대로 촉법소년범들의 범죄는 어른들의 범죄와 다를 것 없고 심지어 더 잔인할 때도 있지만 처벌의 수위는 훨씬 낮다. 자신이 촉법소년임을 인지하고 있는 촉법소년들은 그야말로 “무서울 것이 없는” 것이다. 소년법은 점점 가해자를 위한 법이 되어가고 있다.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은 대부분 촉법소년들의 범죄 피해자들도 가해자들과 마찬가지인 미성년자 라는 점이다. 아직 청소년인 가해자들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청소년인 피해자들은 법에 의해 방치 당하고 그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학교폭력, 성폭력, 살인의 가해자들을 감싸주고 있는 법이 바로 소년법이다. 

앞서 피해자 유가족의 말처럼,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천종호 판사는 한 아이가 자신의 재판에 다섯번이나 섰었다고 했다. 반성할 기회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갱생이 안된다는 증거다. 또 한 소년재판에서 가해자는 선처를 빌며 꼭 열심히 공부해서 변호사가 되겠다고 했다. 이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무엇도 아닌 그저 벌을 받지 않기 위한 몸부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시 참관하던 피해자의 가족은 얼마나 치가 떨릴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 소년법의 현실

사실 우리나라는 촉법소년에 관련된 사건에서 매우 가해자 중심적인 자세를 취한다. 댓글도 온통 소년법을 폐지하고 가해자를 엄벌 하라고 도배될 뿐 매체는 피해자에 관심을 크게 주지 않는다. 소년범들을 엄벌에 처한다 해도 피해자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 할 때도 많다. 촉법소년범들도 문제지만 이 사건들 중에서 가장 관심과 배상이 필요한 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우선 소년범들의 죄를 논하기 전에 우리 모두가 먼저 피해자의 안부를 걱정했으면 좋겠다. 

학생기자 김리흔(상해중학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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