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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두부

[2022-04-29, 18:34:52] 상하이저널

오늘로 핵산 검사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현관문을 자유롭게 나다니지 못한 지 21일째다. 집 안에만 있으면서 검사를 계속하는데 정작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상하이를 세 지역으로 나눠 관리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던 날 확진자가 발생해 지금도 계속 7+7 봉쇄가 지속되고 있다. 끝날 수는 있을까? 제로코로나가 가능할까? 고3인 자녀의 예정된 공인 시험이 2월부터 모두 취소되어 5월 공인시험도 결국 응시하지 못한다는 연락을 오늘 받았다. 중국에 25년 째 살고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2020년의 봉쇄보다 지금이 더 당황스럽고 고통스럽다. 그 때는 미지의 바이러스라 모두가 조심스럽고 2개월로 확진자가 진정되었을 때 감사가 절로 나왔다. 

우리 동의 동장은 70세가 되어가는 노인 부부다. 손자 손녀와 사시는 줄 알았는데 상하이 봉쇄가 예고되며 자녀들에게 손자와 손녀를 보내고 봉쇄기간 내내 지금까지 우직하게 하루 일정을 통지하고 자가진단 키트를 배부하고 물건을 통지하며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16가구가 사는 동에 다양한 이웃이 있다. 1년 마다 계속 입주자가 바뀌었던 맞은편 집은 봉쇄 전 우리 집으로 배달 된 동태탕을 먹고 안 먹었다 말해 당황시킨 기이한 행적을 보인 이웃이다. 현재 집에 9년째 살면서 오랫동안 안면이 있는 아래층 동장인 노부부, 오랫동안 인사하고 지낸 8층의 노부부가족, 그리고 많은 일이 엮인 맞은편 집, 자주 빨래를 우리집으로 떨어뜨리고 살면서 위층에서 누수만 세 건을 일으킨 5층 이웃만 알고 지냈다. 

3주가 지난 지금 이젠 201부터 802까지 누가 사는지 얼굴까지 아는 사이가 되었다. 맞은편 집과도 서로 수박을 공구하며 온갖 정이 쌓여가고 있다. 상하이의 봉쇄가 이어지며 1주가 지나 2주가 되어 가며 준비한 먹거리와 생필품들이 조금씩 소진될 때 우리 단지 내에서도 수많은 능력자 중국인 이웃을 통해 团购가 이루어졌다. 201호 이웃의 봉사와 빠른 일처리 덕에 좋은 물건을 공급받으며 처음으로 201호를 알게 되었다. 유난히 키가 큰 모녀가 핵산 검사 때 앞에 보이면 반갑고 고마움이 앞선다. 

봉쇄가 2주를 넘어서며 전염력은 세고 중증율은 낮은 오미크론으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불평이 가득했다. 고3 학부모로서 불안하고 짜증이 나며 입시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매일 현관 앞 쓰레기를 치워주는 미화원 아주머니, 온갖 공구와 동을 잇는 물건을 불평 한마디 없이 옮겨 주는 자원봉사자들, 고립되어 힘든 유학생들과 격리자들의 소식을 전달하고 교민들의 힘을 모아 그들을 돕는 톡방의 방장과 교민들의 모습, 최선을 다해 서로 도우며 이 시기를 함께 이겨내고 있는 우리동의 이웃들이 나의 불평을 조금씩 감사로 바꾸어 간다. 

이렇게 봉쇄가 길어질지 모르고 나가면 사와야지 했던 오랜 동안 복용하고 있던 약을 단지 내 의료도우미 공구방에 올렸을 때 그 어떤 시스템보다 빠르게 병원과 연락해 12시간 안에 약을 구해다 주는 손길에 결국 모든 불평은 버렸다.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오늘 아침 동장 노부부의 호출로 1층에 갔을 때 어제 예고한대로 한국회사에서 홍췐루 일대에 무료 나눔하는 두부가 와 있었다. 중국 이웃들은 한 모나 되겠지 했는데 한 집당 4모씩 들고 가며 모두들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솔직히 울컥했다. 바로 와서 익은 김치에 두부를 살짝 데워 세 식구가 싸 먹으며 행복했다. 이제는 한 지붕 한 가족처럼 느껴지는 우리 동 이웃들의 오늘 아침 미소가 잊혀지질 않는다. 오늘 두부를 나눔 한 회사는 애국한 거다. 복 받으시라. 수고한 자원봉사자 분들도 복 받으시라. 내 마음 속에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뿌듯한 날이었다. 오늘의 나와 이웃의 미소 속에서 봉쇄가 곧 풀리고 자유롭게 단지 안을 산책하고 자전거를 타고 멀리 가는 날이 곧 올 것임을 예측해 본다. 내 평생 가장 맛있고 가장 신선하고 가장 귀한 두부였다.    

Renney(denren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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