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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김장

[2021-12-28, 15:20:30] 상하이저널
한국을 방문할 때면 양가 모두 김치냉장고에 400리터가 넘는 양문형 냉장고가 있다. 우리집엔 집주인이 놓고 간 220리터 남짓 냉장고에 추가로 필요해 구매한 220리터 냉장고가 거실에 있다. 그렇다 보니 상하이에서 김장은 매해 12월 25일을 넘겨 담는다. 내년 3월을 넘겨 익혀 먹을 김장김치만 냉장고에 넣고 나머지는 북쪽 베란다에 차곡차곡 쌓아 놓고 한 통씩 꺼내 먹는다. 

김치통이 한 통씩 비어 갈 때면 겨울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과 달리 따뜻한 겨울인 상하이인지라 북쪽 베란다여도 김치가 빨리 익는다. 하지만 겨울은 겨울인지라 12월 이맘때 담가 두면 그래도 내년 2월까지는 냉장고 못지 않다. 더구나 지금 이 때의 배추가 일 년 중 가장 실하고 정말 달아 결코 김장 김치를 안 담글 수가 없다. 이맘때면 배추 크기가 너무 커서 평소 배추 크기의 1.5배에서 2배 가까이 된다. 20통 가까이의 배추를 사다가 절이고 담가도 꼬박 이틀이 걸린다. 평소 배추 크기로 하면 30통 가까이 되는 셈이다.

올해는 위로 두 아이가 한국에 있다 보니 10통으로 줄여 김장을 담갔다. 절임 배추를 주문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어떤 소금으로 절였을지 몰라 직접 배추를 사다가 절였다. 중국 생활 20년이 넘어가다 보니 배추를 절이는 것도 요령이 생겼다. 처음엔 아이들 커다란 장남감 정리함을 이용해 배추를 절이기도 했는데 20-30통 되는 배추를 절이는 데는 김장용 비닐만한 것이 없다. 중간 크기의 비닐을 사면 배추를 반을 갈라 소금을 골고루 뿌려 10통 정도는 절일 수 있다. 처음엔 김장용 비닐 안에 하나 가득이던 배추가 반나절 지나면 숨이 죽어가기 시작한다. 통째로 다시 뒤집어 두면 겨울을 감안해 18시간-20시간 정도면 잘 절여진 배추가 된다.

배추 절이는 문제가 해결된 것은 한 고개만 넘은 것이다. 김장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절인 배추 깨끗이 씻기다. 당연히 양이 많을 때는 욕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몇 해전부터 커다란 대야와 소쿠리를 준비해서 이젠 욕조 신세를 지지 않고 잘 씻을 수 있는 도구를 장만하게 되었다.

가을무는 그 영양가가 산삼같다 했다. 김장 김치의 속을 만들 때 얼마나 무채를 많이 넣느냐에 따라 김장 김치맛이 좌우되는 것을 보게 된다. 원래도 김장 김치속을 만들 때 사과를 많이 갈아 넣는데 올해는 무채 외에 아예 무를 석박지처럼 썰어 따로 절여 제법 많은 무를 김치와 함께 버무렸다. 다른 해와 다르게 10통밖에 담지 않는데 꾀를 낸 김장이었다. 그래서인지 하루만에 김장을 끝냈다. 김장을 하는 날의 메뉴는 늘 보쌈이다. 기름이 너무 두텁지 않은 통삼겹살을 골라 와 무, 대파에 된장을 약간 풀어 45분 정도면 보쌈은 완성된다. 막내의 취향에 맞게 삶아진 보쌈을 건져 내어 푸라이팬에 노릇노릇 겉을 구워 내어 썰어 내면 겉바속촉의 보쌈이 된다.

김장이 잘 되었는지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는다. 유난히 한국의 두 아이가 보고 싶은 날이다. 원래 계획으로는 일 년에 서너 차례 자취하는 집에 들러 김치도 담아 주고 반찬도 해 놓고 할 계획이었는데 얼굴을 못 본지가 안아보지도 못한 지가 두 해다. 아이들도 사무치게 집을 그리워 한다. 화상으로 매일 볼 수 있어 위로를 삼으며 함께 김장을 담고 보쌈 먹을 날을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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