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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3] 나이키 대신 화웨이… 사랑과 구박

[2024-07-15, 11:02:43] 상하이저널
내가 근무하는 완상청(万象城)은 대형 쇼핑몰, 호텔, 사무동으로 이뤄진 복합 콤플렉스이다. 쇼핑몰 끝에서 끝까지 걸으면 15분 걸린다. 우리나라 하남 스타필드가 총면적 46만㎡, 매장면적 15만㎡인데 여기는 연면적 53만㎡, 매장면적 24만㎡이다. 상하이에서 제일 큰 쇼핑몰은 송장인상청(松江印象城)이라는데 매장 넓이가 40만㎡이라고 한다. 

이 큰 쇼핑몰 운영을 어떻게 하는지 걱정할 것은 아니지만 주중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슈퍼, 음식점들은 좀 손님이 있지만 유니클로와 무지(MUJI))만 비교해도 확실히 평단가 낮은 유니클로에 사람들이 더 많다. 신사, 여성복 파는 곳은 직원이 손님보다 많다. 웬만한 티셔츠 하나에도 1000위안짜리가 수두룩해 나는 늘 눈으로만 산다. 

그나마 가는 매장은 아식스, 나이키같은 스포츠 매장이다. 운동화를 즐겨 신고 운동복도 자주 사는 편이다. 어제까지 완상청 1층에 나이키매장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보니 화웨이매장으로 공사 중이네요. 내가 가던 매장 하나가 줄었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가림막을 보니 화웨이가 건재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 화웨이 구박하기 시작한 지 5년도 넘었다.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화웨이 점유율과 충성도는 꺾이지 않았다. 

젊은 층에서는 여전히 아이폰을 쓰고 좋아하지만 중년층과 고위층에서는 화웨이 사랑이 뜨겁다. 소득에 따라 상위층은 화웨이를 쓰고 중간층부터는 샤오미, 비보, 오포를 쓰는 듯하다. 삼성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한국 사람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갤럭시 플립과 폴드만 좀 관심받는다. 

화웨이는 계모 같은 미국의 혹독한 구박에도 신데렐라처럼 꿋꿋이 버텨 결국 5G폰이라는 황금마차를 탔다. 휴대폰 말고 자동차도 일부 생산하고 태블릿, 노트북,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 홈제품, 네트워크 장치, 서버 및 스토리지, 클라우드 서비스, 엔터프라이즈 통신 솔루션, 5G 기술 장비, AI도 잘 만들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MATE 60에 사용된 7나노 반도체가 자체개발이니 아니니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지금 화웨이 휴대폰은 권력, 특권을 가진 사람들의 상징이다. 화웨이 폰을 쓴다는 자체가 정부 쪽 일을 하거나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다. 나 화웨이 폰 쓰는 사람이야. 

[사진= 나이키 내보내고 화웨이 매장이 들어오는 완샹청(万象城)] 

어느 아울렛 가나 제일 붐비는 매장은 나이키 매장이지만 나이키 시장 점유율도 예전만 못하다. 2022년에 이미 안타ANTA에게 추월당했다. 안타는 원래 나이키 OEM 공장을 운영하던 정(丁)씨와 목(木)씨가 합자해 세운 회사다. 지금은 딩스종(丁世忠)이 회장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 코오롱, 일본 데상트, 아크테릭스 같은 하이엔드 스포츠웨어, 살로몬 같은 브랜드까지 인수해 단숨에 중국 1위 스포츠 용품 회사로 올라섰다. 이 정도면 브랜드를 굿즈처럼 모은다고 해야 할지.   


돈은 노안도 안 오나 보다. 눈도 밝다. 시들해져 가는 나이키 매장 내보내고 화웨이 매장 들여온다. 트럼프, 바이든이 정치 성향은 달라도 미국 국익 앞에 손에 손잡고 한마음 한 뜻으로 매몰차게 화웨이 구박하고 있지만 오히려 화웨이에게 동력이 된 것 같다. 나는 구박이었는데 상대방에게는 성장 호르몬 가득 든 사랑이었다.

제갈현욱 
상하이 봉쇄 기록 <안나의 일기> 드디어 끝난 중국 제로코로나를 기록한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저자. -blog.naver.com/na173515
master@shanghaibang.com    [제갈현욱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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