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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17]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文學或者音樂>

[2023-11-23, 17:34:42] 상하이저널
위화 (지은이), 문현선 (옮긴이) | 푸른숲 | 2019년 9월
위화 (지은이), 문현선 (옮긴이) | 푸른숲 | 2019년 9월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은 내게 지난해에 발견한 최고의 책이 되었다. 산문이지만 여러 단편으로 이루어진 문학에 대한 소설 같기도 하고, 작가의 독백이 있는 시나리오처럼 읽히기도 했다. 

위화는 문학 작품과 독서 행위 나아가 글쓰기의 여정을 음표와 음악의 흐름이라는 음악적 서술과 견주며 전체 글을 전개해 나가는데, ‘독서’를 날개와 눈을 하나씩만 가지고 있어 둘이 짝을 이루어야 멀리 날 수 있는 전설의 새 ‘만만’에 비유한다. 독자도 한 작품을 만나 자신만의 비행을  펼칠때 완성되는 것이 독서라 한다. 이 책은 위화라는 만만이 또 다른 만만을 만나 비상하는 이야기였다.

그도 역시 영혼의 깊은 울림이 있는 작품들을 통해 성장했다. 위화에게 있어 윌리엄 포크너는 글쓰기에 가르침을 주는 작가로 특별하다. 

“포크너의 서술에는 정확성과 힘이 있다.”
“우리를 매혹시키고 감탄시키는 동시에 포크너의 뛰어난 문장들은 그 자체가 삶이고, 문학이 삶보다 대단할 수 없음을 증명한 매우 드문 작가가 바로 윌리엄 포크너이다.” 

문학에서 가장 감동적인 만남으로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후안 롤프의 작품을 든다. 시공간이 다르고 언어와 문화가 다르지만, 어떤 작가의 창작은 다른 작가의 창작의 연속성으로 자리 잡아 감정과 사상에 지속성을 부여하며 계승되고 확장된다. 그리하여 탄생된 <백 년의 고독>은 내게도 다음 순서의 ‘만만’이 되었다. 카프카의 <유형지에서>는 서술적으로 가장 명료한 ‘눈금’을 가졌다고 한다. 힘을 넣고 빼어야 할 지점이 정확한 그의 글은 날카롭다. 

음악의 언어에 대한 체험은 그의 어떤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었나. 중학생 위화는 짧은 시간 작곡을 탐하게 된다. 루쉰의 <광인일기>를 읽고 악보를 만들어 보고, 국어 교과서의 문장과 수학 방정식과 화확 반응식을 악보로 옮기는 일을 해보며 자신만의 음악 글쓰기를 시작했다. 아무도 연주할 수 없고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노래가 그의 첫 창작이었다. (그리고 1983년 두 번째 창작이 시작되었고 그때는 악보가 아닌 언어로 종이에 써 내려갔다.)

“열다섯 살 때의 음악은 악보의 방식으로 나를 미혹했고, 서른세 살이 되던 그해에는 정말로 다가왔다”

오디오가 없어 직접 조립한 음향기기로 시작한 음악의 삶은 반년 만에 400장의 CD를 들여놓게 했다. 음악은 단숨에 사랑의 힘으로 자신을 잡아끌었다고 말한다. 베토벤으로 시작된 그의 감상은 바흐 평균율과 마태 수난곡을 음악 서술의 최고로 꼽는다. 
그리고 브람스를 시대의 풍류에 휩쓸리지 않고 침묵하며, 논쟁 속에서도 자신의 음악을 서술해 나가는 현실보다 가슴이 큰 음악가로 표현한다. 브람스는 실로 모든 그의 실내악이나 독주 작품에도 심연에 굳은 반석같은 울림이 있어 각기 다른 악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교향곡 같은 인상을 나는 가지고 있다. 

“그는 스무 살 때 이미 쉰세 살의 노련함을 지녔고 쉰세 살이 되었을 때는 또 스무 살처럼 젊었다.”

어떤 정치가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쇼스타코비치의 서술도 그러했지만, 나는 이 책에서 브람스를 더욱 깊이 만났다. 브람스를 읽는 동안은 계속 첼로와 피아노 소나타 1번, E 단조, op.38 번을 계속 듣고 있었다. 위화의 글 하나하나를 브람스에 새기며. 

위화는 <애악 爱乐> 잡지와 인터뷰 할 때, 어떤 예술 형식도 음악과 비교할 수 없고 음악과 소설은 서술형 작품이지만, 음악은 더 신비한 체험이 필요한 서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이코프스키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절망, 자신을 이해한, 개인의 참 내면을 온전하게 드러낸 모든 것을 품은 음악가라고 높이 평가한다. 음악도들이 독일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때 내가 러시아로 향한 발걸음을 시작한 이유도 그것과 상통한다. 

위화가 던지는 서술 대가들은 음악과 문학을 넘나들며 내적 역량의 깊이를 보여준다. 새로운 시대가 오고 우리는 지난 시대의 거장들에 대해 다시 읽어야 한다고 작가는 내게 말한다. 나는 그의 글쓰기 스승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자아에 대한 깊이의 서술로 가장 완벽한 “차이코프스키”, 그것들로 계승된 서술을 펼치는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읽기로 한다. 

하경옥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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