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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우리 남편은 유튜버

[2023-05-13, 06:53:48] 상하이저널
올 1월 겨울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한국에 머무는 동안, 남편은 혼자 상하이에서 춘절 연휴를 맞았다. 평소에도 연휴를 이용해 여기저기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춘절 황금연휴도 놓치지 않고 혼자서도 어딘가를 잘 다녀온 모양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와 전화 통화를 하던 중, 남편은 여행지 동영상 촬영을 위한 카메라를 하나 사야겠다고 넌지시 알렸다. 예전에도 좋은 사운드로 음악을 듣겠다고 잠시 스피커에 빠진 적이 있어서, 그렇게 한 번씩 찾아오는 일종의 소비병(?)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요즘 남편은 자신의 부캐에 푹 빠져있다. 그는… 유튜버가 되었다(물론 본업은 따로 있지만, 유튜버로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상하이를 떠나기 전, 본인이 다닌 상하이의 이곳저곳과 중국 출장지나 여행지를 영상으로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세운 올해 자신의 계획 중 하나라고 했다.

남편의 주말 아침부터 달라졌다. 주로 주중에 부족했던 잠으로 느지막이 토요일을 시작하던 남편의 기상 시간이 빨라졌다. 일어나자마자 이번 주말은 카메라를 들고 어디를 다녀올지 검색을 한다. 와이탄이나 예원, 난징시루의 스타벅스 매장, 신천지 등 상하이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는 이미 몇 차례 다니면서 업로드했다. 시작은 기록 목적이었지만,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순간 조회수나 구독자 수도 큰 관심사가 되었다. 이제 남편은 제법 유튜버답게 구독자 수를 늘리려는 방안까지 고심한다. “하…구독자가 늘어야 할 텐데….”, 내지는 “이번에 올린 영상은 ‘좋아요’가 별로 없네….”하며 시무룩해하기도 한다.


옆에서 나도 덩달아 거든다. 누구나 다 아는 곳보다 한국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곳을 소개해야 조회수가 높을 거라고 아는 척도 해본다. 최근에 가본 로컬 국숫집이나 이색 카페를 추천해 보기도 한다. 영상이 지루하다고 대놓고 핀잔을 주고, 좀 더 생동감 있고 체험적인 상황을 연출해 보라고 잔소리도 한다. 기분이 나쁠 법도 한데, 고개를 끄덕이며 고분고분하게 듣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의도치 않게 주말마다 남편과 데이트도 하게 되었다. 마음은 연출가로 따라나섰으나, 결국은 유튜버 조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71번 버스의 매력도 알았다. 71번 버스 정류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상하이 내 웬만한 곳은 다 도달할 수가 있다는 것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차를 타고 편리하게 목적지에 내리던 때에는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상하이는 이제 소소하고 친밀하게 다가온다.

어느 늦은 새벽, 거실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잠에서 깼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유튜브 영상에 넣을 내레이션을 녹음하는 남편의 목소리였다. 몇 개월 전 풍경 영상만 길게 편집해 놓은 때와는 달리 큰 발전이었다. 영상 편집도 점점 감각적으로 되었고, 다양한 배경음악을 깔고, 무엇보다 자신이 직접 나레이션을 쓰고 녹음까지 해서 넣을 줄도 알게 되었다.

그는 이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꽤 높은 수입을 올리는 전업 유튜버들을 찾아보며 분석한다. 자신도 곧 유튜버로 수입을 올리겠다고 야무지게 말한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언젠가 그날이 온다면, 조수로서의 보수도 좀 챙겨달라 해야겠다고, 속으로만, 역시나 야무지게 생각했다.

레몬버베나(littlepo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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