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韩中日 천태종의 시작, 1400년 역사의 ‘궈칭스(国清寺)’

[2023-03-03, 18:24:56] 상하이저널
中 가장 오래된 4대 사찰

중국을 여행을 하다 보면 곳곳에서 우리 역사의 흔적들을 만나게 된다. 상하이에서는 1920년대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저장성 닝보 박물관에는 풍랑을 만나 중국 해안에 표류한 조선시대 문신 최부가 남긴 ‘표해록’이 전시돼 있고, 장쑤성 양저우에는 신라시대 문장가 최치원 선생의 기념관이 있다. 재작년 1월에는 박은식, 신채호 선생과 함께 조선말 3대 문장가로 알려진 김택영 선생 기념관이 장쑤성 난통에 세워졌다. 모두 비교적 알려진 곳들이다. 그러나 저장성 타이저우(台州)에 한중 불교 역사의 법맥을 이어준 기념관의 존재는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상하이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거리, 천태산(天台山)에 자리한 ‘궈칭스(国清寺)’. 중국 내 오래 역사를 자랑하는 4대 고찰 중 하나인 궈칭스는 고구려와 전쟁이 계속됐던 수나라(598년) 시대 절이다. 1400년 역사의 궈칭스는 중국인들에게는 중국 불교 종파인 천태종의 발원지로 유명하다. 궈칭스는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한불교 천태종의 시작과도 연관이 있으며, 일본 천태종 또한 궈칭스에서 경전과 도학을 익힌 유학승에 의해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이다. 한중일 천태종의 뿌리가 이곳에서 시작된 것이다. 

산행을 각오하며 도착한 천태산, 입구 표지판을 확인하니 궈칭스는 해발 1200미터인 천태산의 밑자락 평지에 자리했다. 춘절을 맞아 지난해 역병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한 해 건강과 평안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랜 역사만큼 전란과 분쟁으로 일부는 훼손됐지만 후손들에 의해 다시 중수하고 복구돼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2006년 국가중점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불교 신자들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의 찾고 있다. 
  
춘절을 맞아 올해 안녕을 기원하는 불자들

 ‘隋代古刹’ 수나라 시대 고찰

궈칭스는 입구부터 압도적이다. ‘隋代古刹’ 수나라 시대 고찰이라는 자황색 바탕의 검정 글씨로 방문객들에게 깊은 역사를 알린다. 동시에 1400년 전 봉건사회에서 사찰이 갖는 지위만큼 그 규모의 웅장함이 전해진다. 신도 수가 100만명이 훨씬 넘는다고 하면 짐작이 갈 것이다. 입구에서부터 걸음이 닿는 곳곳마다 수-당-송의 역사가 깃든 건축물의 정교함이 느껴진다. 대웅전 앞마당에 서 있는 고목, 담벼락을 장식한 기와, 발걸음을 옮기는 회랑, 우뚝 솟은 탑…. 어느 것 하나 지나칠 수 없는 축적된 시간 그대로다. 

특히 대웅보전 오른쪽에 궈칭스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매화 한 그루가 눈에 띈다. 고증에 따르면, 궈칭스 ‘수매(隋梅)’는 1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 세 그루 중 하나라고 한다. 중국 유명 시인들은 연분홍 꽃이 핀다는 수매의 전설을 노래하기도 했다. 
 
 1400년 시간을 지켜낸 수매(隋梅)     

한국과 중국의 불교 역사의 법맥 입증
‘한중 천태종 조사 기념관’

7만 3000㎡ 부지의 궈칭스 곳곳을 걷다 보면 ‘中韩’으로 시작하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한국인 방문객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 ‘한중천태종조사기념관(中韩天太宗祖师纪念馆)이다. 이곳에는 천태종을 개창한 지의대사(존호는 智者대사), 11세기 고려 천태종의 문을 연 대각국사 의천, 1967년 대한불교 천태종을 재창건한 상월스님 세 분의 존상이 나란히 모셔져 있다. 천태종의 발원지이자 한국과 중국 불교 역사가 법맥을 같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11세기 고려 문종의 넷째 아들 의천대사가 이곳 궈칭스에 와서 법도를 공부해 한반도에 천태종을 전래했다. 이보다 앞서 일본은 당나라(785~805년) 때 일본 고승이 궈칭스에서 이치를 배우고 귀국해 교토 히에이산에 천태종을 창시했다고 전해진다.
  
중국 천태종 개창한 지의대사, 고려 천태종의 의천대사, 대한불교 천태종 재창건한 상월스님의 존상을 모신 ‘한중천태종조사기념관’
 

 
한중천태종기념관을 참관하고 나오는 길에 스님과 인사를 나눴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반가워하며 아이들에게 홍바오를 건네신다. 아이들은 기념화폐로 고이 간직하겠다며 기뻐한다. 스님은 한국인들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 코로나 이후로 이마저도 끊겨 아쉬워하신다. 이날 짧은 인사로 진광(晋光)스님과는 SNS로 안부를 나누는 인연이 됐다. 

스님을 통해 현지의 궈칭스 터는 명나라 때 자리잡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나라 때 천태산에 창건돼 전쟁과 재해로 파괴되고 재건하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매번 중수할 때마다 그 규모는 커졌고, 위치는 점점 평탄한 지대로 내려갔다고 한다. 
 
 
한국인 관광객을 반갑게 맞아주신 궈칭스 진광스님


수나라 왕의 보은탑 ‘수탑’ 

궈칭스에 오면 한중천태종기념관 외에 반드시 들러야 할 곳, 궈칭스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 ‘수탑(隋塔)’, 이름 그대로 수나라 시대 탑이다. 수나라 진왕(晋王)이 궈칭스 지자대사로부터 보살계를 받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세운 보은탑이다. 

현재의 모습은 남송 시대 재건된 것으로 59.3m 높이의 6각 9층, 내부가 빈 누각식이고 벽돌과 나무 구조이다. 모양은 항저우의 육화탑과 비슷하다고 한다. 독특한 양식의 이 탑은 탑 꼭대기가 없어 탑 내부에서 하늘이 올려다 보인다고 하는데 일반인들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확인할 길은 없다.  
  
 
(사진설명: 1400년 역사를 간직한 59.3m 높이 6각 9층탑)


Tip 
궈칭스(国清寺)
수나라 때 지어진 궈칭스는 전쟁과 자연재해로 수 차례 훼손과 복원을 반복하며 명나라 때 현재의 위치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1734년 청나라 때 전면적인 정비를 거쳤으나, 1960년대 말 문화혁명의 격동기에 다시 파손됐다. 1973년 저우언라이(周恩来) 총리가 궈칭스 복원을 촉구하며 당시 30만 위안(한화 5000만원)을 지원했고, 베이징에서 귀중한 불상과 법기(法器)를 대량으로 궈칭스로 반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1984년 다시 천태산불학원을 개교했고, 2006년 국무원의 승인을 받아 국가중점문화재보호단위로 지정됐다. 

 

천태산(天台山)
천태산은 영검한 이름 덕에 우리나라에도 경남 양산과 충북 영동에도 같은 이름의 천태산이 있다. 중국에도 산동성, 쓰촨성, 허난성, 구이저우성 등에 같은 한자의 천태산이 존재한다. 천태산은 중국어로 ‘天台’산이라고 쓰고, ‘톈타이’산이라 읽는데, 이곳 저장성 천태산은 성조(억양)로 독자성을 나타낸다. 나머지 천’태’산은 “抬 tái” 2성, 이곳은 “胎 tāi” 1성으로, 중국에서 정통 ‘톈타이산’ 하면 이곳 저장성의 천태산을 일컫는다.  

구인사(충북 단양)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찰 ‘구인사’는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 본산이다. 천태종은 중국에서 천태종을 개창한 지의대사가 만든 종파로 그가 머물던 천태산에서 이름을 따 왔다.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스님이 궈칭스에서 법도를 배워 우리나라에 천태종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1945년 상월스님이 이곳에 법당을 지은 것이 구인사의 시작이며 이후 1966년 천태종의 부흥을 선포하고 이듬해 천태종을 재창건했다. 

国清寺
•위치: 中国 浙江省 台州市 天台县 国清寺村 国赤路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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