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소비자의 날 중앙TV뉴스(央视新闻)가 진행하는 고발 프로그램 ‘3·15완후이(3·15晚会)’의 후폭풍이 거세다. 프로그램에 거론된 기업들은 방송이 나간 뒤 일제히 관련 감독 기구의 조사를 받으며 진땀 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방송된 올해 315완후이에는 ▲의료 폐기물의 블랙 산업 ▲위험한 라탸오(辣条, 소맥분과 매운 고추로 만든 육포) ▲’화장’한 토종닭 달걀(土鸡蛋) ▲악덕 보이스피싱 ▲믿을 수 없는 자격증 ▲애프터서비스(AS) 꼼수 ▲기저귀ㆍ생리대 재활용 ▲목숨까지 요구하는 ‘714가오파오(高炮)’ ▲빛의 속도로 돈을 사라지게 할 ’샨푸(闪付, 퀵패스)’ 등이 포함됐다.
중앙TV뉴스는 가장 먼저 이미 사용한 수액 병, 수액 봉투, 일회용 주사기 등 의료 폐기물이 가공을 거친 뒤 버젓이 재판매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대다수의 기업은 의료 폐기물을 비닐봉투, 장바구니 등으로 만들었지만 산동 부근의 한 기업은 의료 폐기물로 어린이 장난감을 만들어 판매해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초등학생들이 즐겨 먹는 간식 라탸오에 대한 위험성도 제기됐다. 라탸오 생산 과정에서 위생 문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앙TV뉴스 기자가 직접 찾아간 허난(河南)에 위치한 공장에서는 어떠한 소독 과정도 거치지 않고 식품 생산라인을 출입할 수 있었다. 라탸오가 만들어지는 기계에는 먼지와 기름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먼지가 수북이 쌓인 바닥에는 10가지 종류가 넘는 첨가제가 놓여있었다.
일반 달걀 가격의 2배를 호가하는 ‘투지단(土鸡蛋, 토종 달걀)‘에 대한 문제도 드러났다. 대다수 토지단은 뽀얀 ‘화장’을 거친 뒤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양식장 업체는 ‘반마오황(斑蝥黄)’이라는 사료 첨가제를 사용해 달걀의 표면 색을 더욱 진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투지단에 대한 관련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시장감독부에게 적발되어도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여 더욱 충격을 줬다.
갈수록 ‘스마트’해져가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로봇이 거는 경우가 많았으며 보이스피싱 업체는 중커즈롄(中科智联)테크놀로지 유한공사에서 3000위안(50만원)에 로봇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약국에서는 약사의 자격증만 걸려있을 뿐, 정작 약사는 부재 중인 경우를 적잖이 볼 수 있다. 이는 약사 자격증을 돈을 주고 대여한 꼼수로 업계에서는 ‘과정(挂证)’이라는 단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방송에 따르면, 이 같은 행태는 약국 뿐만 아니라 일부 의료기구에서도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자격증 관련 플랫폼 핀정왕(聘证网)에서는 증명서를 대여하는 산업이 이미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 애프터서비스(AS)를 담당하는 기사들의 꼼수 행위도 발각됐다. 이들은 과잉 대응으로 고액의 부품을 변경하라고 요구하거나 실제로 수리를 진행하지 않아도 수리 비용을 받는 등 다양한 행태로 소비자를 우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생적이지 않은 위생용품에 대한 폭로도 충격적이다. 방송은 한번 사용된 후 회수된 기저귀가 다시 새로운 기저귀로 탄생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미 사용한 기저귀, 생리대 등 위생용품은 분쇄 과정을 거친 뒤 새 제품의 내부 솜으로 재활용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금리 인터넷 대출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 현재 소액 인터넷 대출은 누리꾼들 사이 ‘714가오파오(高炮)’로 불리며 성행하고 있다. 7~14일의 대출 주기를 뜻하는 ‘714’와 고액의 살인 이율을 뜻하는 ‘가오파오(高炮)’ 합쳐진 이 단어는 인터넷 소액 대출 피해를 잘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동(董) 씨는 인터넷 대출 플랫폼을 통해 빌린 원금 7000위안(120만원)이 3개월 만에 50만 위안(8400만원)을 훌쩍 넘는 경험을 했다고 토로했다.
중국 여러 은행이 내놓은 ‘샨푸(闪付, 퀵패스)’ 결제 시스템이 쉽게 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테스트에 따르면, 이 기능을 탑재한 은행 카드를 포스기에 올려놓거나 10센티미터 거리에 놓기만 해도 결제가 진행됐다. 방송은 결제가 신속하게 진행되는 ‘샨푸’가 계좌에 있는 돈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샨모(闪没)’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15완후이가 방송되자 관련 부처 시장감독관리 기구는 문제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거론된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했으며 관련 피해를 다룬 후속 폭로 기사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을 본 현지 누리꾼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누리꾼들은 “정말 무섭다”, “중국의 상인은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이 없는 건가?”, “돈을 위해서라면 양심도 다 버리는 상인들”, “방송에 거론된 기업에 대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 “매일이 315같았으면 좋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민희 기자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