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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더 커미트먼트〉의 품격

[2016-10-24, 06:13:46]
[가족과 함께한 30일간의 유럽 여행]
2015.07.11 영국 런던
〈더 커미트먼트〉의 품격

 

 

오후 3, 뮤지컬 〈더 커미드먼트〉를 보기 위해서 차이나타운에서 극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도중에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을 공연하는 극장의 간판을 보면서 이곳이 런던의 뮤지컬 공연을 볼 수 있는 한국의 대학로 거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득 걷다가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영국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총리의 슈퍼 그래픽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유럽인의 모습과 다양한 홍보 포스터를 볼 수 있었다. 또한, 레스토랑 밖에서 맥주를 마시고 다정한 연인이 대화하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오후 2~3시경의 영국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여유로운 장면이었다. 블레이드 소호Blade Soho 매장 앞에서 잡지를 보고 있는 청년과 무언가를 먹고 있는 여인을 통해서 런던의 일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시내 구경을 하면서 어느덧 〈더 커미드먼트〉를 볼 수 있는 뮤지컬 극장에 도착하였다. 오후 3시에 뮤지컬이 시작하는데 30분 전에 극장에 도착했다. 영국 런던에서는 1985년 초연된 레미제라블과 더불어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캣츠Cats, 미스 사이공Miss Saigon 등이 세계 4대 뮤지컬에 속한다. 대부분 유명 뮤지컬에만 관객이 모이는 줄 알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생각하지 못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정장 차림의 중장년의 멋쟁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았으며, 영국에 여행을 온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 뮤지컬을 좋아하는 런던의 멋쟁이 아저씨 아주머니로 보였다. 자매로 보이는 여성분들과 팔짱을 끼고 있는 노부부들이 많았으며, 그 바로 건너편에는 노신사들 서너 명이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3시 뮤지컬을 관람하기 전에 로비에서는 다양한 모습의 관객들을 볼 수 있었으며 문득 20년 후의 나의 모습을 생각했다. 노년에 사랑하는 아내랑 혹은 나의 절친한 동생들이랑 같이 와서 뮤지컬을 관람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문화생활을 영국 사람들처럼 할 수 있을까? 런던의 한복판 극장에서 처음 느껴 보는 미래에 대한 이미지를 보면서 그러한 영국 사람들의 문화생활이 참 부럽게 느껴졌다.

‘참 예쁘게 늙어가는구나.

 

그러한 생각을 하는 사이 입장하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와 동시에 우리 일행은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간 시간은 개막 20분 전이었다.

 

처음 자리를 잡으면서 보았던 광경은 동양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암전되기 전의 모습은 우리가 이곳에 잘못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관객들 대부분이 백인이었으며 흰머리와 갈색 머리에 정장 차림의 관객들이 4층을 제외한 1, 2, 3층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조용히 대화하는 모습들이 50대 이하의 사람들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부분 현업에서 퇴직하고 노후를 즐기는 사람들로 비추어졌다. 평일 오후 3시이니, 일반 사람들은 출근하는 시간일 테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뮤지컬인 만큼 주위 환경은 보통 여행자들의 모습이 가끔 보이곤 했었는데, 2층에서 바라본 광경은 우리 가족을 빼고는 모두 영국 사람들로 가득 찬 듯한 모습이었다.

 

3시 정각이 되어 관객석의 암전과 함께 무대는 환한 조명으로 3명이 강한 비트의 연주를 하면서 뮤지컬이 시작되었다.

 

 

 

워낙 빠르게 뮤지컬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개인 뮤지션의 성장 과정과 밴드를 결성하면서 겪는 다양한 생활상을 뮤지컬로 승화시켰다. 초기의 음악 생활 과정과 밴드 결성하기까지의 어려움과 그 과정을 극복하고 하나의 밴드를 결성해서 완성하여 최종 음악을 관객들에게 발표하기까지의 과정을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뮤지컬 초기에는 뮤지션과 밴드와의 갈등과 마찰을 통해서 극의 전개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였으며, 후반에 가면서 뮤지컬을 공연하는 공연자와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덕분에 뮤지컬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들이 엉덩이가 들썩들썩하게 하였다.

 

또한, 건너편에서 이미 춤을 추고 있는 유럽 아주머니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춤을 추는 관객과는 별도로 앞쪽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을 보는 중년 신사 숙녀들의 진지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뒤쪽에서는 무심코 춤을 추는 관객의 모습을 보는 아주머니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렇게 진지하게 관람하고 있는데 문득, 그때까지 진지하게 관람하던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퍼져 가기 시작하였다. 1층에서 관객의 환호 소리와 박수 소리가 2층에 전달되었다. 이어서 3, 4층까지도 함께 손뼉 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으며, 그 이후에는 1층의 모든 관객이 일어나서 손뼉 치면서 춤을 추는 것이었다. 2층 맨 앞쪽에서 관람하고 있는 우리 가족의 시선에 이 모든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환호성과 박수 소리에서 시작한 관객과의 호흡이 박수에서 춤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었다.

 

 

1층에서 2층으로 3, 4층으로 전달되어 옆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시합을 하듯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춤을 추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본 파도타기 응원이 런던의 뮤지컬 극장에서도 펼쳐졌다. 축구의 파도타기는 축구 경기장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파도를 타는 게 보통인데 이곳 뮤지컬 극장에서는 바다에서 시작한 파도가 육지까지 오듯 뮤지컬 배우를 시작으로 1층 객석에서 2, 3, 4층으로 전달되어 마지막에는 파도가 아닌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어 주면서 모든 이들을 하나의 함성으로 만들어 버렸다.

 

문득 옆자리를 보았는데 몇 분까지만 해도 심각하게 뮤지컬을 보고 있던 차홍이, 우형이가 춤을 추고 있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 예쁘게 춤을 추던 모습과는 달리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에 춤을 추는 아이들을 보니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또한, 차홍이, 우형이가 뮤지컬을 보면서 공적인 자리에서 가족과 함께 춤을 추는 것을 처음 맛보는 경험이었기에 기쁨은 더했다.

 

 

 

런던은 유럽의 중심, 산업 혁명의 발상지이며, 18세기 이후 영원히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그것도 뮤지컬 극장 안에서의 색다른 가족의 체험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감동이었다.

 

나와 아내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주변 분위기에 따라 저절로 일어나서 뮤지컬 배우들의 음악에 맞추어 함께 춤을 추었다. 25년 전에 결혼식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장흥 나이트클럽에 40~50명이 함께 어울려서 춤을 춘 이후에 아마 처음 맛보는 독특한 즐거움이었다. 제일 행복한 것은 가족과 함께 유럽의 중심인 영국 런던 시내에서 유럽의 중년 분들이 좋아하는 뮤지컬을 보면서 함께 즐긴다는 자체였다.

 

뮤지컬을 보면서 영국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출 수 있어 기뻤으며, 특히 차홍이, 우형이, 아내와 함께 춤을 출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가족의 표정 변화를 보면 첫 번째 심각하게 이 친구들 잘하나 보다가 두 번째는 밝은 표정으로 돌아가서 관람하다가 세 번째는 웃으면서 손뼉을 치면서 보다가 네 번째는 흥겨운 밴드와 미녀 3명이 빨간 색상의 드레스를 입고 열정적으로 춤을 추면서 부르는 노래로 관객 모두가 일어나서 흥겹게 춤을 추었다. 처음에는 1층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곡이 끝날 때까지는 단 한 사람도 일어나서 춤을 추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뮤지컬이었다. 좀 더 확대해서 보면 관객을 고려한 진정한 뮤지컬의 정수를 맛볼 수 있었다.

 

차홍이, 우형이 표정에서 뮤지컬의 대단함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1시간 30분의 공연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지 몰랐다. 뮤지컬의 클라이맥스는 앵콜 송을 부르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인사하는 배우들의 모습이었다. 최선을 다한 후의 감동을 뮤지컬 배우와 관객이 함께 누릴 수 있음이 새롭게 느껴졌다.

 

뮤지컬 공연을 모두 보고나서 들뜬 마음으로 밖으로 나가는데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공연을 열심히 보고나서 흥분된 상태로 밖으로 나오는데 갑자기 덩치 큰 흑인 친구가 내 앞에서 영어로 왜 나를 치느냐고 시비를 걸었다. 몇 번씩 왜 나를 밀치느냐고 화를 내는 것이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으면서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뮤지컬 관람객들이 순식간에 밖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족히 2m 가까이 되는 흑인이 내 앞에서 그렇게 시비를 걸기는 처음이었다. 출구로 빠져나오면서 내가 그 친구를 민 적도 없는데 덩치 큰 흑인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말문이 막혔다. 뜻하지 않는 엄청난 상황에 미안하다고 두 번씩이나 이야기하면서 상황을 정리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왼쪽에서 유럽 여인으로 보이는 예쁘장하게 생긴 분이 나타나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접근해 왔다. 카메라를 달라는 뜻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이건 뭔가 있는 것 같다는 직감을 하면서 괜찮다고 사양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가족들 사진 촬영을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은 괜찮다고 몇 번씩 양해를 구하면서 입구 쪽에서 뮤지컬 사이니지가 있는 옆자리로 이동했다. 갑작스럽게 밀려 나오는 관람객에 의해 옆으로 밀려났다는 게 옳은 표현이었다.

 

유럽 여행 시 조심해야 할 여러 가지 중에서 한 가지는 모르는 사람이 접근해서 사진을 촬영해 주겠다고 과잉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있으면 상황을 봐서 잘 대처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카메라를 도둑맞을 수 있다는 정보를 책으로부터 본 기억이 생각났다. 덕분에 위급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깜박하면 카메라를 그녀에게 건네줄 뻔했는데, 지혜롭게 잘 대처했다.

 

 

처음에 시비를 건 흑인 친구와 그녀는 우리가 멈칫멈칫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일반적으로 카메라를 건네주면서 촬영을 의뢰하면 카메라를 받자마자 카메라를 가지고 도망간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는데 가족과 함께 흥분된 마음으로 멋진 뮤지컬을 기분 좋게 보고 난 후의 황당한 경험에 가족 모두는 천국과 지옥을 함께 갔다 온 느낌이 들었다. 유럽 여행 중에서 생각하기 싫은 몇 가지 사건 중의 하나였으나, 런던에서 가족과 함께한 두 번째 뮤지컬 〈더 커미트먼트〉의 공연자 및 관람객들의 품격 높은 수준을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가족과 함께한 뮤지컬만큼은 무척이나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빵점 아빠, 가족을 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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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공업디자인(학사), 브랜드디자인(석사)을 전공, 2013년 본대학원에서 세계 최초'자연주의 화장품 글로컬브랜딩전략' 연구 논문으로 미술학 박사(Phd. D.)를 수여 받았다. 1987년 LG생활건강(구/LUCKY) 디자인연구소에서 15년 동안 근무하였다. 2002년 말 중국 주재원으로 3개 법인의 디자인연구소를 총괄하였다. 또한 2005년 6월 LG생활건강에서 분사하여 디자인전문가 그룹인 디자인윙크(DESIGN WINC)을 설립. 현재 청지봉 봉사, 사색의 향기(상해), 뷰티누리(중국)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사진, 미술작품에 관심이 많아 해외 여행을 통한 사진촬영 작품 공유활동을 하고 있다. (네이버블로그:파바로티정) http://blog.naver.com/woonsung11
woonsung11@naver.com    [정운성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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