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도시들이 지하철에서 음식물을 먹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자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북경신보(北京晨報)에 따르면 매일 1천만 명의 시민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베이징시는 최근 지방의회 격인 인민대표대회에서 심의 중인 새 조례에 지하철 취식 금지 조항을 넣는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80% 이상의 누리꾼이 지하철에서 냄새를 풍기거나 국물을 바닥에 흘리며 음식을 먹는 행위를 처벌하는 데 찬성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다른 승객의 안전을 직접 위협하지도 않는 행위를 지방입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과하다며 반대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례가 아닌 지하철 승객 안내문에 취식 자제를 권고하는 내용을 넣자는 절충안도 제시됐지만,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현재 지하철 노선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대도시들은 차 안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에 대한 처벌 여부가 제각각이다.
시안(西安)시는 지하철 취식 승객에게 최고 100위안(1만 7천 원)의 벌금을 물리는 조례를 제정했고 우한(武漢)시와 청두(成都)시도 유사한 내용의 지하철 관리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충칭(重慶)시는 지하철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논란 끝에 차 안에서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지나치게 비인간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해 이 조항을 삭제했다.
베이징시 인민대표대회는 지하철 취식 금지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자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시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기로 했다.
대다수 중국 누리꾼은 승객이 취식이나 차 안을 더럽히는 행위를 금하는 정책이 확산하는 것을 반기고 있다.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식사 대용으로 만두, 전병, 삶은 달걀, 컵라면, 국수 등을 먹는 모습을 아직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누리꾼은 당국이 조례를 만들어 취식을 금지한 도시에서도 실제로 벌금을 부과하면 나타날 수 있는 반발을 의식, 계도 위주로 집행해 유명무실한 규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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