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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말에도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2012-11-05, 20:39:13]
 올 10월의 상하이 하늘은 한국의 가을처럼 유난히 맑고 푸르게 느껴집니다. 뭉게뭉게 피어난 흰 구름과 따뜻한 가을 햇살이 가을의 정취를 더욱 느끼게 합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따사로운 햇살과 서늘한 바람으로 인해 아이들이 야외 놀이를 가장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점심시간 동안 운동장에서 어울려 노는 사이에 서로서로가 아무 생각 없이 주고받는 말로 인해 상처를 받고 아파하는 천사반 친구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을 왜 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의 친구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을 합니다. 그 친구들은 거짓 핑계를 대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무심코 내뱉은 말이니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서로를 향한 생각 없는 말이 날카로운 가시로 변해 상처를 주고받는 천사반 친구들을 보니 마음이 아파옵니다.
 
천사반 친구들과 함께 듣기 말하기 교과서에 나오는 마음의 말을 모으는 『부루퉁 아저씨』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루퉁 아저씨는 매일 새벽이면 일어나 거리를 다니면서 마음의 말을 모읍니다. “휙~” 고마워요, 사랑해요, 싫어요, 행복해요, 미워요, 반가워요 등의 마음의 말들이 아저씨의 아주 낮고 짧은 휘파람 소리에 배낭 안으로 날아듭니다. 그렇게 모은 마음의 말들을 집으로 가져가 기분을 좋게 하는 말들과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들로 나누어 조심스럽게 정리를 합니다. 특히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깨끗이 씻어 잘 마르도록 합니다. 그러고는 화단에 마음의 말들을 심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화단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기자기한 꽃들이 피어납니다. 꽃으로 피어난 마음의 말들은 아주 작은 알갱이가 되어 바람에 실려 날아가다가 천천히 내려앉으며 창문이라든가 어디 벌어진 틈새로 집집마다 들어가서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의 이마에 내려앉아 새로운 마음의 말로 자라나게 됩니다.」
 
우리 천사반도 부루퉁 아저씨처럼 지금까지 들은 말 중에서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말, 슬프게 했던 말, 화나게 했던 말들과 나를 기분 좋게 했던 말, 기쁘게 했던 말, 행복하게 했던 말 등을 쪽지에 써서 커다란 주머니에 모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천사반 친구들과 함께 그 말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그동안 내가 했던 말들이 친구의 마음속에서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기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 친구의 마음속에서 상처가 되어 아픔으로 자랄 수도 있음을 알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말을 하기 전에 곁에 있는 친구의 마음도 헤아려 볼 줄 아는 따뜻한 날개를 가진 천사들로 자라났으면 합니다. 
 
가을입니다. 여기저기 들판에 피어난 이름 모를 꽃들이 어느새 제각기 여러 모양의 씨앗들을 맺혀갑니다. 아마 이 씨앗들은 내년 봄이면 화사한 꽃은 화사한 꽃으로 수수한 꽃은 수수한 꽃으로 저마다 엄마를 닮은 꽃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우리 천사반 친구들도 말에도 씨앗이 있음을 알았으면 합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말들이 그것을 듣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 밭에 씨앗으로 뿌려져 제각기 다른 모양의 꽃들로 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어떤 말들은 슬픔의 꽃, 미움의 꽃, 분노의 꽃, 아픔의 꽃으로, 어떤 말들을 용서의 꽃, 사랑의 꽃, 기쁨의 꽃, 용기의 꽃으로 자라고 있음을 말입니다.
 
오늘, 천사반 친구들과 함께 그 동안 모아온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들을 부루퉁 아저씨처럼 따뜻한 가을 햇살에 말렸습니다. 그리고 천사반 친구들 몰래 그 말들이 적혀져 있는 쪽지에 향기로운 향수를 뿌렸습니다. 천사반 친구들이 자기가 쓴 글에서 향긋한 냄새가 난다고 야단입니다. 미운 말들이 따뜻한 햇살을 받아 예쁜 마음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둘러댔습니다. “바보야”, “너 미워”, “너는 빠져”, “너하고 안 놀아” 등등의 가슴 아픈 말들이 기막히게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 특별한 사랑의 말의 씨앗이 되어 천사반 친구들의 마음속에서 아름다운 꽃들로 화사하게 피어나게 되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김한나(상해한국학교 초등교사)
 
    말을 위한 기도
                         -이혜인-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 속에서
좋은 열매를 맺고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내 언어의 나무
 
-중간 생략-
 
내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린
비방과 오해의 말 들을
경솔과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주여, 용서하소서.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노래처럼 즐거운 삶을
당신의 은총 속에 이어 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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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교육대학 국어교육학과 졸업 후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와 상해한국학교에서 19년 동안 현직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한 좋은수업만들기대회, 인성교육연구대회에서 1등급 등을 수상했으며 교재연구록대회, 학급경영아이디어대회에서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kimhanna-1@hanmail.net    [김한나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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