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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사랑해’ 말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2012-09-03, 00:01:07] 상하이저널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무향, 무채색의 모습을 지녔던 천사반 교실이 드디어 본래의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알록달록 교실 한 가득 화사한 꽃들로 가득 찼습니다. 천사반에 피어난 꽃들은 제마다 다른 빛깔과 향기를 지니고 있어서 더욱 아름답고 빛나 보입니다. 이 천사반 꽃들은 그 동안 각자의 꽃밭에서 빛깔과 향기를 맘껏 뽐내다가 8월 22일 한 자리에 다시 모였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떨어져 있는 동안 각자가 겪은 특별한 경험들을 자랑하기에 바쁩니다. 한 아이가 방학 내내 맛없는 밥만 먹었다고 투덜거립니다. 아마도 방학 동안 맛있는 학교 급식이 생각났었나 봅니다.

그 동안 각자의 공간에서 ‘나’와 다른 ‘너’와의 부딪힘이 없이 살아온 천사반 친구들이 앞으로 몇 주 동안에는 서로서로의 다른 모습에 대하여 부딪히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픔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부딪힘이 헛되지 않은 것은 서로간의 부딪힘으로 인해 모난 모습들이 둥글게 둥글게 다듬어져 가며 함께하는 ‘우리’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가 난 돌이 둥근 돌이 되기까지는 긴 시간에 걸쳐 많이 갈고 닦아지는 연마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모가 남으로 인해 주변에 상처를 주던 돌들이 둥근 돌들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천사반 친구들도 자신도 알지 못했던 모난 부분이 갈고 닦아지기 위해서는 아픔을 겪어야만 합니다.

서로가 다름으로 인해 겪어야 하는 크고 작은 아픔들을 우리 천사반 친구들은 잘도 견디어 내는데 정작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조금이라도 친구관계에서 상처를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노심초사가 오히려 천사반 친구들을 온실 속의 화초로 자라나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깁니다.

크고 작은 비바람을 견디며 광야에서 피어난 들꽃은 세찬 폭풍우에도 끄떡없지만 여린 바람조차도 경험하지 못한 온실 속의 꽃은 세찬 비바람이 오면 견디지 못하고 곧 꺾이게 됩니다. 무조건 보호하고 감싸주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때로는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멀리서 조용히 숨죽여 지켜보는 ‘기다림’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고학년을 담임할 때 유난히도 폭력적인 성향을 띠며 주변 아이들을 괴롭히던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친구와 싸움을 한 후 쓰러진 친구의 얼굴과 떨어진 안경을 일부러 짓밟고 지나갈 정도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사소한 부딪힘에도 큰 반응을 보이며 상대방 아이가 일부러 자신을 쳤다고 하며 심한 욕을 하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아이 곁에 다가가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일부러 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하여 부모님과 상담을 하면 언제나 같은 말만을 되풀이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자기 아이는 아무 이유 없이 남을 괴롭힐 아이가 아니며 오히려 피해자이고, 우리 아이는 야단치면 더욱 어긋나게 행동을 하니까 모든 일에 칭찬을 많이 해 달라는 말씀만 되풀이 하곤 하셨습니다.

어느 날 학급 아이들과 함께 엄마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숙제 했니?”, “공부해라”와 같은 말을 제일 많이 듣는다며 “너네 엄마도 그러니? 우리 엄마도 그러는데…”라며 엄마에 대한 불평을 털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공부해라, 숙제해라 그런 얘기는 잘 안 해요. ‘사랑해’라는 말만해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그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왠지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우리 반에서 “사랑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은 아이가 왜 다른 사람을 가장 사랑할 수 없는 아이가 되었는지. 그 아이의 부모님은 맞벌이셨는데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집에서는 거의 자녀와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만날 때마다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야, 사랑해”라는 말만 툭 내던지고 다시 부모님의 볼일을 보시곤 하셨습니다. 어쩌면 그 아이 부모님께서는 자녀의 대한 무관심함에 대한 보상으로 “사랑해”라는 말을 자주 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담겨 있지 않는 “사랑해”라는 말이 오히려 그 아이에게 독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아이가 사랑이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사랑해”라는 말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무조건 말로만 하는 “사랑해”가 아닌 마음이 있는 “사랑해”가 되어야 합니다. 잘한 것은 칭찬과 격려의 “사랑해”로, 잘못한 것은 꾸중이 “사랑해”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칭찬은 돌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의미를 잘못 해석하여 “무조건 칭찬만 해 주세요.”라고 부탁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조련사는 돌고래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결코 잘했다고 칭찬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대할 때도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미움이나 증오가 아닌 사랑함으로 훈육함이 필요합니다. 칭찬은 우리 아이들이 바른 자존감을 형성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력 없는 무조건적인 칭찬은 오히려 우리 아이들에게 독이 될 뿐이라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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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교육대학 국어교육학과 졸업 후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와 상해한국학교에서 19년 동안 현직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한 좋은수업만들기대회, 인성교육연구대회에서 1등급 등을 수상했으며 교재연구록대회, 학급경영아이디어대회에서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kimhanna-1@hanmail.net    [김한나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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