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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제철에 피는 꽃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2012-08-03, 19:38:45] 상하이저널
천사반 친구들을 만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학기를 끝내고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올 여름은 이상기후로 인해 상하이에 불볕더위가 늦게 찾아왔습니다. 한국으로 놀러 간다며 좋아하던 천사들, 그리고 그것을 부럽게 쳐다보던 또 다른 천사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갑니다. 아마도 상하이에 남아 있는 천사들은 예년에 비해서 서늘한 날씨 탓에 야외 놀이 활동을 많이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갑자기 천사반 친구들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개학날이 되면 여름 방학 때 천사반 친구들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까지만 조금 참으면 되겠지요. 재잘재잘 떠들어 대는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방학 전, 물놀이 안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여름철에는 바닷가에 해파리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하자 얼마 전에 하이난 여행을 하고 온 파랑이가 “하이난 바닷가에는 해파리가 절대로 없어요” 라고 말을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초록이가 “아니야, 하이난에도 해파리는 있어”하고 반박을 합니다. 파랑이가 “난 하이난에 가봤어. 넌 가봤어?”라고 말을 하자 초록이가 조그만 목소리로 “아니” 하며 괜스레 딴 데를 쳐다봅니다. 잠시 후 “여름방학에 가고 싶은 곳은?”이라는 질문에 “이번 여름방학에는 하이난을 꼭 가보고 싶어요.”하고 초록이가 대답을 합니다. 공부시간에 있었던 일들을 초록이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자 “우리가족 모두 작년에 하이난에 갔다 왔어요.”하며 웃으십니다.

아이들의 일기를 보면 놀러 간 장소는 안 나오고 전부 호텔에서 논 이야기만 나옵니다. 그리고 어디를 여행하고 왔는지를 물어보면 그런 것은 모른다고 말을 합니다. 아이들은 여행을 한 장소 또는 그곳에서 본 것들보다는 호텔에서 마음껏 논 것에 의미를 두고 싶었나 봅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가장 가고 싶은 곳은 공부, 학원, 과외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놀 수 있는 그 어떤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몇 달 전 종영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백진희가 키우던 화분 속의 식물이 토마토가 아니라 낑깡(금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문득 백진희가 그 사실을 몰랐을 경우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3개월만 기다리면 꽃을 피우고 열매가 열릴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열매는커녕 꽃도 못 피우는 그 식물을 보면서 백진희는 어떠한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꽃에 물과 거름을 듬뿍 주든지, 아니면 뿌리를 잡아당겨 보든지, 더 심할 경우에는 그 꽃을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방법들은 다를지라도 결과는 모두 뿌리를 썩게 하고 마침내는 그 식물을 죽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그 식물은 전혀 이상이 없고 단지 자기가 꽃을 피울 시기를 기다리는 것뿐인데도 그것을 모르고 조급히 서두르는 인간들에 의해서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될 지도 모릅니다.

우리 부모님들도 이와 같은 실수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옆집 아이와 비교하며 애를 태우면서 왜 그 아이와 같이 될 수 없는 지에 대해 늘 고민을 합니다. 또래보다 성숙한 옆집 아이와 같게 만들기 위해 아이에게 학원, 과외 등의 물량을 쏟아 부으며 빨리 옆집 아이와 같아지도록 채근합니다.

또 우리 아이가 그와 같이 될 수 없음을 알자 친구, 공부, 심지어는 놀이 문제도 엄마가 나서서 모든 것을 해결해 주고자 합니다. 그것도 되지 않으면 무수히 많은 말로 상처를 주거나 남들과 다른 것에 대하여 다른 사람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키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와 옆집 아이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시기가 다른데도 말입니다. “너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힘내렴”, “괜찮아”라는 칭찬과 격려하기(거름주기), 그리고 잘못된 말과 행동, 습관에 대해서 훈계하기(해충잡기), 아이의 마음 밭이 마르지 않도록 끊임없이 사랑하기(물주기)를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아이 스스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실한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긴 인내와 사랑으로 지켜봄만이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열매가 열리는 순간을 마침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듯, 그리고 열매마다 맺히는 시기가 다르듯 우리 아이들도 말하고 배우고 행동하고 깨닫는 시기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합니다. 교사와 부모님의 역할은 꽃과 열매를 거두는 것이 아니라 꽃과 열매가 각자의 시기에 맞게 잘 피고 맺힐 수 있도록 끊임없이 용기를 주고 격려해주며 잘 자랄 수 있도록 보듬어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초등학교 때 빛을 발하던 아이와 그렇지 못하던 아이가 10년 후에는 많은 차이가 나지 않음을 많이 보게 됩니다. 꽃은 빨리 핀다고 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제철에 피는 꽃이 가장 아름다운 것입니다. 지금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도 언젠가는 그들의 모습에 가장 어울리는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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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교육대학 국어교육학과 졸업 후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와 상해한국학교에서 19년 동안 현직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한 좋은수업만들기대회, 인성교육연구대회에서 1등급 등을 수상했으며 교재연구록대회, 학급경영아이디어대회에서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kimhanna-1@hanmail.net    [김한나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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