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허스토리 in 상하이] 타이후(太湖) 힐링여행

[2021-10-07, 17:06:19] 상하이저널

더위가 채 수그러들지 않은 초가을 주말 2박 3일 짧은 여행을 떠났다. 시트립 같은 여행 사이트를 뒤지다가 상해에서 적당한 거리에 있고, 산이나 계곡 같은 자연이 가까이에 있으며, 가성비 좋은 숙소가 원하는 날짜에 비어 있다면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예약한다, 그리고 떠난다. 

이런 게릴라 식 여행은 나에게 끈적한 더위에 몸이 축축 처지는 여름날 이가 시리도록 오도독 씹은 얼음과 함께 한 모금씩 넘기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것이었다. 특별히 할 것도, 갈 곳도, 먹을 것도 특별하지 않아 일상을 닮아 있고 조금 싱겁지만 느낌만은 탄산음료 같은 그런 여행이다.

이번 목적지는 저장성의 후저우시(湖州市)이다. 정확히 말하면 후저우시에 속한 타이후(太湖)지역이다. 사람들은 이 지역을 타이후의 남쪽이라는 뜻으로 난타이후(南太湖)라고 부른다. 아주 오래 전 타이후의 지형은 원래 바다와 면한 만이었는데 어떤 원인 때문인지 바다와 단절된 후 긴 담수화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거대 담수호가 되었다고 한다. 타이후는 각각 북쪽으로 장쑤성 우시(无锡), 동쪽으로 쑤저우(苏州), 서쪽으로 이싱(宜兴), 남쪽으로 저장성 후저우 등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호수 3분의 2에 달하는 면적이 쑤저우의 행정구역 안에 속해 있단다. 


짐을 두고 직원이 알려준 대로 숙소 옆길로 난 두 개의 철문을 지나자 시야가 탁 트인다. 자전거 도로와 광장 건너편 저 멀리 오후 햇살을 느긋하게 품고 있는 호수가 보인다. 땀에 젖어 얼굴에 살짝 달라붙었던 머리카락이 바람에 세차게 나부낀다. 호수 바람은 육지의 그것과 바다의 그것과도 다르구나. 타이후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모두 쑤저우로 가기라도 한 건지 주말인데도 이 곳은 사람 구경하기 어려울 만큼 한적하다.
 
상하이에서 두 시간 남짓 달려왔을 뿐인데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같은 호수가 하루의 끝자락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니! 순간 내가 참 좋은 곳에 살고 있구나 하는 소소한 감동이 피어 오른다. 
호수 쪽으로 더 가까이 가봤다. 물살이 바람에 춤을 춘다. 바다처럼 출렁이며 파도 친다. 



난간에 가만히 기대서 있자니 바람이 쉴 새 없이 내 가슴으로 들어온다. 한구석에 쌓여있던 찌꺼기 들을 휘몰고 되돌아 나간다. 시원하다. 내가 바람인지 바람이 나인지 헷갈린다. 온 몸의 혈관이 산소로만 채워지는 느낌이다. 특별히 할 것도, 볼 것도, 갈 곳도 없는 여행이니 물을 보고 바람을 맞으며 그저 천천히 걸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잠시 쉬었다 온천에 갔다. 숙소에서 1박 기준 1인 1장의 온천 사용권을 준다. 온천은 여기를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작년 모간산(莫干山)에 갔다가 저장성 지역에도 온천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여기는 어떤지 궁금했다. 화산섬도 아닌 지역의 온천이 뭐 그렇겠지, 살짝 얕잡아 봤다가 깜짝 놀랐다. 규모도 작지 않았고 시설이며 관리도 잘 되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무려 41도와 42도를 오르내리는 작은 고온탕이 하나 있어서 좋았다. 뜨거운 물을 꺼려하는 이 곳 사람들 덕분에 독탕처럼 이용했다. 어릴 적 엄마 손에 끌려 다니던 대중목욕탕에서부터 단련된 뜨거운 물 속 버티기 실력을 충분히 살려 아주 오래도록. 물에 담근지 몇 분만에 뻣뻣한 관절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피부도 보들보들해졌다. 호수를 바라보며 걷던 낮과는 또 다른 행복감이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명소들 못지 않은 기후, 지형, 자연 그리고 유적이 거짓말 조금 보태 중국 안에도 다 있다. 설산의 장엄함, 구채구의 물색, 내몽고 초원과 밤하늘의 별, 하이난도의 바다, 리장 고성, 티벳 등등. 기회 있을 때면 나는 중국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들 나라에 세계 명소에 결코 뒤지지 않을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왜 굳이 해외로 떠나는가, 국내 여행은 다 해 봤는가. 그들은 고개를 저으며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그 웃음의 의미를 알 듯도 한데 그럴 때마다 문득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부러움인가 아님 질투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같이 웃곤 한다.

하이디(everydaynew@hanmail.net)   


<아줌마 이야기> 코너가 올해부터 <허스토리 in 상하이>로 바뀌었습니다. 다섯 명의 필진들이 상하이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의 가을 전령 2021.09.28
    상하이의 봄엔 다양한 꽃들이 함께 한다. 조금만 따뜻해져도 서둘러 꽃을 피우는 성급한 동백을 시작으로 한국보다 보름 가까이 빨리 개화하는 크고 탐스럽고 고고한 목..
  • [허스토리 in 상하이] 중국 은행 hot 2021.09.23
    작년 이맘때 둘째 아이가 로컬 중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통지서를 받고 학비를 내기 위해 학교에서 지정한 농업은행으로 가서 계좌 개설 신청을 했다. 그런데 외국인이..
  • 상하이를 동에서 서로 횡단하여 걷기, 선보(禅步).. 2021.09.23
    상하이에서 살아온 지 25년, 처음으로 상하이의 중심이자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황포강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횡단하며 걸어 보았다. 1990년대 들어 푸동 지역을 개..
  • [허스토리 in 상하이] 윤리적 민감성 깨우기 hot 2021.09.14
    예전에 큰아이가 2학년 때 동네에 동갑내기 친구네 가족이 주재원으로 발령받아 상해에 살 게 되었다. 나는 중국어 한마디도 못 하고 낯선 환경을 힘들어하는 그 가족..
  • [사라의 식탁] 푸짐한 해물의 향연 팔보채 hot 2021.09.14
    사진 00식재료를 준비하다 보면, 냉동으로 준비되어 나오는 해물의 종류도 많고 크기와 선도까지 괜찮은 제품이 많이 있어요.  물론 싱싱한 생물에 비할 수..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2. 中 하늘 나는 ‘eVTOL’ 상용화에..
  3. 샤오미, 3분기 매출 17조…역대 최..
  4. 상하이 심플리타이, 줄폐업에 대표 ‘..
  5. 中, 한국 무비자 체류 기간 15일..
  6. 상해흥사단,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난..
  7. 2025 상하이 미슐랭 53곳 선정...
  8. 中 세계 최초 폴더블폰 개발사 로우위..
  9. 상해한국상회 회장 선거 12년만에 ‘..
  10. 中 연간 택배 물량 사상 최대 ‘15..

경제

  1. 中 하늘 나는 ‘eVTOL’ 상용화에..
  2. 샤오미, 3분기 매출 17조…역대 최..
  3. 中, 한국 무비자 체류 기간 15일..
  4. 中 세계 최초 폴더블폰 개발사 로우위..
  5. 中 연간 택배 물량 사상 최대 ‘15..
  6. 중국 게임 '오공' 게임계 오스카상..
  7. 스타벅스, 중국사업 지분 매각설에 “..
  8. 콰이쇼우, 3분기 이용자 수 4억 명..
  9. 골드만삭스 “트럼프, 대중국 실질 관..
  10. 상하이 부동산 시장 활황, 11월 중..

사회

  1. 상하이 심플리타이, 줄폐업에 대표 ‘..
  2. 상해한국상회 회장 선거 12년만에 ‘..
  3. 유심칩 교체 문자, 진짜일까 피싱일까..
  4. 초등학생 폭행한 경찰에 中 누리꾼 ‘..
  5. 上海 아파트 상가에 ‘펫 장례식장’..
  6. 상하이 디즈니랜드, ‘전동 휠체어’..
  7. 中 가짜 다운재킷 7만벌 적발… 거위..
  8. 상하이의 아름다운 밤하늘 누비는 ‘헬..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59] 사건
  2. [책읽는 상하이 260] 앵무새 죽이..
  3. 상하이 북코리아 ‘한강’ 작품 8권..
  4. [신간안내] 상하이희망도서관 2024..

오피니언

  1.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2.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3.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 한인..
  4. 상해흥사단,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난..
  5.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은 무엇..
  6. [박물관 리터러시 ②] ‘고려’의 흔..
  7. [허스토리 in 상하이] 떠나요 둘이..
  8.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6] 차가운..
  9. [상하이의 사랑법 19] 사랑은 맞춤..
  10. [무역협회] 기술 강국의 독주? AI..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