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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Wrong & Different

[2020-09-03, 12:17:08] 상하이저널

청년의 시기부터 30-40대는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따지면서 살고, 50-60대는 선과 악의 가치를 가리면서 지내고 80대 이후는 추한 것을 멀리하고 아름다운 여생을 살고 싶다 말하는 노철학자가 있다. 이리 말한 이는 90이 넘어 백세를 바라보며 진정한 어른으로 오늘도 살아가고 있어 나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어떤 유명한 이가 세상을 달리했단 말을 들으며 그의 마지막 인생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 습관이 생겼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강영우 박사님은 인생의 마무리로 고마웠던 이, 지인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띄우며 생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한 번도 힘든 간암 수술을 수차례 하며 자기 생의 사명을 다한 하용조 목사님의 뒷모습도 아름답게 기억된다. 인류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님의 삶은 인간의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숭고한 모습이고 흉내낼 수 없는 삶이라 감히 롤모델이라 칭할 수도 없다. 

가끔씩은 이것이 옳고 저것은 그르다 생각되어 잘못된 것, Wrong을 지켜볼 때 작은 분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아직 나도 30-40대의 모습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히 50이 넘다보니 이제는 그런 분도 내려 놓고 선과 악의 가치를 신께 맡기는 기도를 자주 하곤 한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우리 가족도 대학을 다니는 두 아이는 한국에서, 남은 막내와 우리 부부는 상하이에서 언제 만날지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모 없이 둘만 살게 된 큰 아이와 둘째가 가족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거라 여겼다. 

2020년, 첫 학기 아이들은 코로나19 보다 더 혹독하게, 본인들에게 주어진 전공과목 보다 더 힘들게 서로의 다름을 바라보며 갈등을 겪었다. 부모라는 완충제가 없이 청소, 빨래, 먹는 습관, 공부 습관 모두 다른 두 아이가 함께 하는 삶은 충돌의 연속이었다. 더 깔끔하고 잘 치우는 아이는 어지러운 집안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렇지 못한 아이는 잔소리를 해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상하이에 있는 세 식구에게 동영상으로 본인들의 억울함을 말하며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해 달라 해 곤란하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아무리 한 부모 아래 남매라지만 기질과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아이의 다툼은 처음엔 절충해 가는 과정이라 여겼던 것이 계속되고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까지 맞물려 걷잡을 수 없는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달았다. 서로 자기만 옳다 말하는 현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두 아이의 다름으로 인한 충돌 속에 Wrong도 끼어 들었기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하지만 많은 갈등의 대부분은 Wrong의 문제라기 보다는 Different의 문제였고 다름을 잘못됨으로 받아 들이는 상황에서 대화보다는 언쟁이 오고 갔다. 말로 수많은 상처들을 주고 받는 가운데 다행이도 조금씩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조금이라도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두 아이의 갈등은 곰팡이 하나로 갑자기 해결되기도 했다. 부모 그늘 아래 있다가, 기숙사에만 있다가 처음으로 집안 살림을 하게 된 두 아이가 한국의 오랜 장마에 어찌 대처할 줄 알겠는가? 집안에 곰팡이를 발견한 순간 두 아이 모두 니 탓, 내 탓하다가 힘을 합쳐 치우고 제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화해를 하기도 하고, 수강신청에서 전공과목이 누락되었을 때 염려하다 보니 화해하기도 하고 그렇게 다름을 이해할 소소한 이야기들로 Different를 조금씩 극복해 가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엔 다름이 아닌 옳고 그름만 존재해 곳곳이 다툼이다. 모두가 자기만 옳다 한다. 정부는 정부가 무조건 옳고 국민은 분열되어 분열된 채 자기만 옳다고 한다. 각종 단체라는 이름으로 칭한 곳들도 자기만 옳다 목소리를 낸다. 옳고 그름보다 선과 악의 가치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지금 모두 피끓는 젊은이인 그들을 바라보며 웃음을 잃게 된다. 옳고 그름과 다름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로운 어른, 지도자가 절실하다. 언제 생을 달리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2020년인데 오늘도 사람들은 영원할 것처럼 달린다.

Renny(denren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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