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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상하이에서 만난 '코로나19'와 '사스'

[2020-02-24, 09:42:30] 상하이저널
‘콜록’하는 기침 소리만 나도 철렁하는 날들이다. 감기에 걸리면 코가 막히고 머리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결국 온 몸을 한 바퀴 다 아프고 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길어도 일주일이면 낫는다. 감기에 걸리면 그 통증과 불편함이 견디기 힘들지만 며칠만 참으면 나을 것이기에 심각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세 아이를 키우며 감기로 병원을 가 본 적이 없었다. 딱 한 번, 2000년에 유행한 독감에 걸린 적이 있었다. 아무리 진통제를 먹어도 고통이 줄어들지 않은 날들이 5일이 지속됐다. 그 때 알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일반 감기바이러스와는 다르구나. 매일 알약으로는 안돼서 진통제 주사를 맞으며 견뎠고 다행히도 기간이 지나 바이러스는 사라졌다. 

‘코로나19’ 공포가 전세계로 퍼져 나가는 시기에 나는 상하이에 계속 머무른다. 기르는 강아지를 두고 갈 수가 없어서 누군가 한 명은 남아야 하는데 가족 중 한 명만 두고 잠시 한국에 피해 있는 것에 모두 난색을 표했다. 그래서 같이 있자 결정했다. 만일을 대비해 주위 도움으로 마스크와 생필품을 넉넉히 준비하고 집에서만 생활한지 벌써 3주가 되어간다. 

2003년 사스 때 5세, 3세 된 두 아이를 데리고 그 때도 상하이에 있었다. 베이징 노인복지병원에 있던 가정의학 전공 선배가 급히 아이들을 데리고 귀국하며 내게도 속히 한국으로 오라 했다. 사스가 한창인 때 무지함 때문인지 의료진이 마스크를 쓸 경우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못하게 하는 바람에 실제 의료진이 감염됐고 외국인 의사로 항의하다 참을 수 없는 선배는 비자를 반납하고 귀국했다. 17년이 지난 지금 그 때 학습이 됐을 법 하건만 원래 가래로 막을 수 있던 걸 이제는 어떤 걸로 막아야 하나 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지금 중국 정부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두의 최선을 다한 노력과 수고와 인내가 제발 결실을 맺어 이 상황이 종식되기를 매일 얼마나 기도하는지 모른다. 사스 때 정원 딸린 1층에 살던 때라 정원에 조그만 텃밭도 있고 놀이터도 만들어 놓아서 생필품을 비축하고 그렇게 아이들과 3개월을 지냈다.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 밖을 나갈 생각도 안했지만 지금처럼 정보가 부재해서인지 아파트 출입구를 단속하지도 않았다. 3개월동안 유치원은 휴원했고 따뜻한 5월이 되며 사스는 그렇게 사라졌다. 

사스를 겪어 낸 나도 지금이 낯설다. 아마도 매일 전해지는 확진자수와 사망자수, 전염속도를 보며 그 때와는 완전 다를 수밖에 없는 대응 때문에, SNS의 발달로 정보의 홍수 속에 공포가 매일 증가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폐렴 하면 항생제를 떠올린다. 항생제만 먹으면 낫는 게 폐렴인데 일주일이면, 10일이면 나아야 할 감기 바이러스가 사라지질 않는다.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이, 약이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고통스럽다. 처음엔 알지 못해서 공포스러웠는데 속속 보고되는 임상지표들은 감염력, 전염력, 회복력 면에서 COVID-19가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2020년 2월, 우한의 처참한 현실과 수고하는 의료진들에 감정 이입이 될 때면 저절로 두 손을 모으기도 한다. 인간의 유전자지도를 만든 지도 꽤 세월이 흘렀고 암을 정복한다 하는 시대에 흔하디 흔한 감기가 우리의 모든 것을 마비시켜 버린다. 

인간의 탐욕때문인지, 호기심 때문에 열린 판도라의 상자인지 모르지만 비바람이 불며 추운 날씨가 계속될 때는 현 상황과 맞물려 암울하기만 하다. 요 며칠 온 세상에 봄이 왔다. 뉴스 지면은 온통 암울함으로 가득하지만 암울함이 소독되듯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세상을 초토화 시켜 버린 텅빈 판도라의 상자를 들여다 본다. 온 대기에 가득 찬 따뜻한 봄을 보며 처음으로 희망을 가져 본다. 이 따뜻함이 모든 걸 소독하기를 봄이 오는 소리에 귀기울이며 기대 본다.

Renny(denren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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