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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그녀가 ‘코디’해줄 수 없는 것

[2018-12-22, 06:21:49]

요즘 일부 상위층의 사교육 실태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다. 극적 재미를 위해 다소 과장이야 있겠지만, 입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병폐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금할 수가 없다. 한편으론 어떻게든 자식의 성공을 바라며 애면글면 속을 끓이는 우리네 슬픈 민낯과 닮아 있어 연민을 자아내기도 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요즘 고민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성적’이라고 대답한다. 성적이 좋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고, 좋은 직장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돈을 많이 벌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모님들도 ‘닥공’ 즉 닥치고 공부하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그 순차적인 가정법들 사이의 인과관계는 과연 맞는 것일까?

 

암기만 하면 대학 갔던 시대는 갔다


“딸딸 암기만 하면 대학 갔던 학력고사 시대랑 같은 줄 알아요?”


극 중 대사의 일부다. 전하고자 하는 맥락은 다르지만, 학교 성적만 가지고 원하는 대학에, 원하는 직장에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말 자체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집 한 채 값을 들여서 ‘코디’를 받아야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걸까? 그 속에서 아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극 중에서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전문 코디의 방식은 철저히 결과 중심적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비윤리적이다. 그래서 비교육적이다. 본인도 안다. 그래서 아래 직원에게 “선생이라고 불린다고 선생이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학생과 부모는 코디가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의 주체인 학생은 철저히 대상화되고 교육의 본질에서 멀어진다.


진정으로 아이들의 행복을 바란다면 아이들에게 스스로 묻게 해야 한다.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래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이것이 진로 교육의 핵심이다.

 

‘효자’는 하고 싶은 게 있는 아이


사실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에게 ‘뭘 하고 싶냐’고 물으면 ‘모른다’는 아이들이 83%에 달한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요즘 효자는 ‘하고 싶은 게 있는 아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혹자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내 나이 오십에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데 이제 겨우 열 서너 살 먹은 아이들이 어떻게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느냐고. 하지만 진로는 쇼핑하듯 기성품을 고르는 게 아니라 내가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구체적인 경험을 쌓아가면서 체득되는 것이다. 가다가 옆길로 들어설 수도 있고, 해보고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궤도 수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많은 시도와 실수를 통해 배울 기회가 필요하다. 아무것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

 

일단 대학 입학, 진로는 차차?


또 어떤 사람들은 일단 대학이나 가고 나서 진로는 차차 고민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맞다. 그래도 된다. 단 적성에 안 맞아 좀 더 힘이 들고 반수를 하거나 방황을 하느라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그리고 대학 문턱을 넘는 순간 깨닫게 될 것이다. 더 힘든 레이스가 눈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명문대를 나왔어도 취직하고 싶은 분야의 직무능력과 연결시킬 수 없다면 취직이 어렵다. 요즘 취준생들은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가졌는데도 기업에서는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남들 따라서 스펙을 만드는 것보다 앞으로 내가 공부하고 싶은 전공이나 일하고 싶은 분야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경험이 더 중요하다. 미래를 향한 포부와 계획을 가지고 준비해온 학생이라면 대학 학과공부도, 취업 준비도 연속선상에서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모든 교육은 진로 교육


진로 교육의 목표는 대학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인간으로 사는 것이다. 인생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능력,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가고 필요한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소통 능력,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공감 능력이 모두 요구된다. 성적으로만 가두면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없다. 그러니 진로에 대한 고민은 장차 사회에 나갈 청소년기뿐만 아니라 전 생애를 통해 모색해야 하는 과정이다. 또한 내가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철학적 과제이기도 하다. 이것은 수십억을 지불한 전문 코디가 죽었다 깨나도 결코 코디할 수 없는 것이다. 교육학자 말랜드(P. Marland)가 “모든 교육은 진로 교육이다”라고 일갈한 것은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김건영(논술교사)
thinkingnfutu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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