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잘하는 것도 잘못하는 것도 계속 반복된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다른 상황에서 다르게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심리적 기제를 보면 비슷한 부분이 많다. 도대체 이 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것일까?
몸도 마찬가지로 반응한다. 누구는 항상 기침을 하고, 누구는 항상 변비에 걸리고 누구는 항상 설사를 하게 된다. 호흡기계 증상이 때로는 코막힘으로, 때로는 비염으로, 때로는 목의 기침으로 혹 더 나아가서는 기관지염, 폐렴, 천식이라고 할지라도 사실은 같은 호흡기 문제의 정도만 다르다고 볼 수도 있다.
이번 가을과 겨울에 또 다시 호흡기계 문제가 심해질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여름에는 증상이 완화되어 있기에 앞으로 그럴 것이라는 것을 잊어버린다. 날씨가 추워지면 감기 비염 천식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이 아이들을 습격한다. 정면 대결할 준비가 안 된 아이들은 그물에 걸린 물고기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건강 관리에 소홀해지기 쉬운 여름이지만 이때 조금만 신경을 쓰면 2학기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이와 같은 사고를 `동병하치(冬病夏治)'라고 한다. 동병이란 추운계절에(환절기 및 겨울) 쉽게 발병하거나 심해지는 질병을 병세가 다소 완화되는 여름에 내복과 외치 방법을 적절히 응용하여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거나 그 증상을 경감시키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사는 중국에서는 이러한 `동병하치'의 치료가 보편화돼 있다. 중국의 대부분의 병원에서 여름에 특히 삼복의 시기에 등에 위치한 배수혈에 한약을 붙여서 겨울의 호흡기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일종의 발포요법인데 약재가 경혈에 작용하면서 폐 기운을 발산시켜 폐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뚱뚱하거나 땀 많은 아이의 여름나기
뚱뚱하거나 혹은 말랐으면서 땀이 많은 아이라면 특히 여름을 잘 나야 한다. 이런 아이들은 가을과 겨울에 호흡기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뚱뚱하다는 것은 몸에 불필요한 노폐물(담음)이 많다는 뜻이다.
이 노폐물이 몸의 기혈 순환을 막아 폐 활동을 방해하고 충분한 역할을 못하게 하는데 폐 기운이 약하면 호흡기 질환에 잘 걸리게 마련이다.
마르고 땀이 많은 아이들은 속열이 많고 음이 허한 경우가 많다. 음이 허하다는 것은 체내 수분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달리 표현하면 몸이 건조하다는 것이다. 폐는 촉촉해야 건강한 장기다. 폐가 건조한 상태에서 찬바람이 불고 공기마저 건조해지면 기침이 나고 비염이나 천식으로 발전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하치', 즉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뚱뚱한 아이들은 많이 움직이고 자주 휴식을 취해 몸속의 기혈 순환이 잘되게 해야 폐도 건강해진다. 운동을 과하게 하면 금세 지치고 숨이 차기 때문에 격렬한 운동보다는 수영 같은 운동이 적당하다. 또한 성질이 따뜻한 닭고기로 보양하면 좋다.
마르고 속열이 많은 아이들은 진액이 모자란 상태이므로 수분 함량이 높은 제철 과일을 충분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 수박 참외 자두 포도 토마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과일들은 성질이 차기 때문에 몸 속의 열을 식히고 신체를 촉촉하게 만들어 준다.
복날에 양기를 보충하기 위해 따뜻한 성질의 삼계탕을 먹듯, 양기를 보충하기 위해 따뜻한 성질의 한약재를 호흡기 관련 혈자리에 붙이면 환절기, 겨울에 잦은 감기를 막을 수 있는 양생방법이다. 초복이 지난 7월 15일에서 24일 사이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천식 환자의 건강한 여름나기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는 26일 `천식 환자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한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천식이 비롯한 호흡기계 질환에 적용되는 것이기에 참고하면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을 것이다.
▲냉방기구 사용 자제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기구로부터 나오는 차가운 공기 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면 민감한 기관지를 자극할 수 있어 천식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차가운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도 가급적 자제하도록 한다.
▲적정 실내온도 유지
실내외 온도차가 5℃ 이상 나지 않도록 하고 30분~1시 간마다 환기를 하도록 한다.
▲오존경보 발령시 외출 금지
여름철에 증가하는 대기 중의 오존은 천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오존을 들이마시게 되면 폐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게 되며, 호 흡기 감염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운동 전후 조심
평소에 천식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다가 갑자기 운동을 할 경우 급작스런 기관지 수축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운동 전에 기관지확장제 등을 사용해야 한다.
▲평소 꾸준한 관리
여름철에도 흡입용 스테로이드를 꾸준히 투약하고 기도염 증 치료를 받는 등 평소 천식관리에 힘써야 한다.
▲깨끗한 공기
장마철에는 집먼지 진드기나 곰팡이 같은 미생물들의 번식이 증가하고 대기상태가 자주 변해 천식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집안 습도를 50% 이하로 낮추고 환기를 자주 시키는 한편 옷과 침구류 등을 뜨거운 물로 삶고 말려 집먼지 진드기를 없애는 등 환경 관리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 저기압, 천둥, 번개, 비바람 등 대기의 변화에도 주의해야 한다.
▲응급용 기관제확장제 준비
휴가, 여행, 야외활동 등 여름철 잦은 외출에 대 비해 항상 응급용 기관지확장제를 준비해야 한다.
▷의학전문기자 안상영(푸동 함소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