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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엄마가 창피해~*

[2007-03-14, 20:08:01] 상하이저널
우리가 여러 사람과 더불어 살다 보면 서로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비교는 말 그대로 비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러움 아니면 시샘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20대에는 나보다 공부 못했던 친구가 더 좋은 대학에 다니는 것이 못 마땅하고, 결혼 잘 한 친구가 부럽고, 30대에는 재산 많이 불리는 친구가 부럽더니 이제는 자식 자랑해야 하는 40대가 되었다.

아직 대학을 보내기도 전이건만 누구 아들이 전교 1등만 한다더라, 누구 딸이 어디 외고를 들어갔다더라, 누구는 미국 유학을 갔는데 거기서 뭘 잘해서 어떻다더라 하는 자식 자랑하는 소식이 멀리 떨어져 사는 나에게도 소포 뭉텅이처럼 날라든다. 하긴 아무리 돈 많고 학벌 좋으면 무엇하나? 자식 농사 황폐하면 말년에 동창회에 얼굴도 안 비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한국 사람들처럼 자식에 연연해하는 사람들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가끔은 우리 자녀들 눈에 나는 어떤 부모의 모습인지 나 자신과 우리들에게 묻고 싶다.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딸과 한국에 다니러 간 엄마가 있었다. 대로가 아닌 길에서는 빨간 신호등이라도 차만 없으면 휙휙 건너 다녔다고 한다. 그 때마다 딸애는 "엄마, 빨간 불이야!*하며 주저하는 것을 `시간 없다'는 핑계를 대며 손을 잡아끌었다고 한다.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이 정비를 했다고 하길래 오랜만에 아이에게 한국 교육 시킨다고 갔는데 마침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와서 줄이 너무 길었다고 한다. 다른 쪽 문을 보니 붉은 줄로 막아놓고 아무도 없길래 그쪽으로 가서 줄 아래로 쪼그리고 들어갔더니 갑자기 경비가 호루라기를 불며 쫓아오더란다. 딸애가 "엄마, 여기는 중국이 아니야* 했다고 한다.

아이들과 책을 읽고 토론을 하다보면 어린 마음에도 어찌 그리 속들은 멀쩡한지 아마 부모들은 모를 것이다. 우리 엄마들이 학교에 가서 외국 선생님과 영어를 하지 못하는 것을, 영어에 중국어 섞어 말하는 것을 아이들은 무척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또 영어를 잘하는 엄마를 둔 아이는 자기 엄마가 일하는 중국 아줌마와 중국어 못해서 옆집에 도움 구하러 가는 것이 창피하단다. 우리 엄마 뚱뚱해서 학교 오는 것이 창피하다는 아이도 있다.

우리 아들은 엄마가 여기저기 다니며 따지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중국 사람이 됐건 한국 사람이 됐건 나는 타당치 못하다고 생각되면 그 이유를 말하고 시정을 요구한다. 좋게 말하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지만 어떤 경우는 분명히 큰 소리도 나게 되니 어찌보면 `싸운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항상 유순하고 좋은 게 좋은 거인 아들은 "엄마, 그냥 넘어가세요. 저 사람도 다 생각이 있겠지*하며 사태를 무마시키기에 바쁘다. 그 애도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엄마의 이런 성격이 창피할 것이다.

우리는 자녀들이 공부를 잘 해 주었으면 좋겠고, 예의가 바르고 똑똑해서 주위에서 칭찬을 들었으면 좋겠고, 나중에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을 가져서 남들의 부러움을 받기를 원한다. 내가 부족한 것에 대한 대리만족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도 우리 부모가 어땠으면 좋겠다하는 바람이 있다. 자녀에게 어떻게 하라고 요구만 하지 말고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나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를 한번쯤은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으면 한다.

▷포동아줌마(delpina@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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