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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미술의 'F4'

[2007-02-24, 09:46:01] 상하이저널
중국 현대미술의 경향은 정치, 문화, 사회적으로 격동기를 거친 중국 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제시한다. 특히 개혁개방정책 이후 급격하게 변화하는 중국의 동시대 모습을 강렬하고 사실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 아방가르드 계열을 중심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소위 정치적 팝이나 냉소적인 사실주의로 대변되는 중국 현대미술은 표현의 자유와 급성장한 중국경제를 주축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아방가르드 미술의 대표주자로는 2세대로 장샤오강(張曉剛), 왕광이(王廣義), 팡리쥔(方力鈞), 웨민쥔(岳敏君) 등 이른바 '중국 현대미술의 F4'(대만 그룹가수 이름으로 4인방으로 해석됨)가 활발하게 현역 활동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쩡판즈(曾梵志)와 지다춘(季大純) 등 3세대 주자들이 뒤를 잇고 있다.

1. 왕광의(王广义,50)

보통 한 작품에 다섯 가지 내외의 색채만으로 누구나 그의 작품이라고 알 수 있을 만큼 강렬한 시각성을 전달하는 그의 힘은 이야기의 직접적 전개에 있다. 그는 우선 군인, 여경, 노동자, 혁명가 등의 인물을 배치한다. 그리고 사회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러한 인물들에 대조되는 자본주의적 로고들을 추가시킨다. 더욱이 화면 곳곳에 가득한 숫자들은 무언가의 암시를 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중국이 나아가려는 정치적 방향은 사회주의나 삶의 형식은 자본주의에 의지하고 있다. 억압적 권위, 자본에 대한 욕구, 이렇듯 서로 상충할 수밖에 없는 두 얼굴의 중국의 모습은 왕광의의 화면에서 정확히 재현되고 있다. 더구나 숫자는 인민을 상징한다.
숫자로 전락한 인민은 애초에 사회주의가 선전하던 이상과는 극명히 다른 가치이다. 모순에 모순으로 점철된 울렁거리는 중국의 현실은 왕광의의 예술형식에 덜미를 잡혀버린다.

2. 장샤오강(张晓刚,48)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붉은 반점과 가는 핏줄을 이용해 혈연과 대가족의 전통적인 가치와 현재 중국에서 두드러지는 개인의 가치 사이에서 오는 갈등의 문제를 시적으로 그려낸다. 공동체적 유대감이라는 정서의 가치와 물밀 듯 몰려오는 서구의 개인주의적 가치는 중국인들에게 많은 심리적 갈등과 혼돈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러한 긴박한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것은 가족애와 우애, 그리고 여기서 생겨나는 소박한 추억에 대해서 그리워하고 고마워할 줄 아는 삶의 태도이다. 그는 부모형제와 친구, 심지어 TV 수상기, 전화, 전등, 마을의 확성기와 같은 나를 살게 해주는 주위의 모든 삶의 끈들을 시적 서정성으로 되살려낸다.

3. 웨민쥔(岳敏君, 44)

89년 이후 중국 아방가르드 회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냉소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다. 대표작인 `웃는 얼굴' 시리즈를 비롯해 `장면' 시리즈, `처리' 시리즈와 `미궁' 시리즈를 함께 만들고 있다. 그는 인간의 사고가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인 만큼 동시에 4가지 시리즈를 만드는 과정을 즐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웃는 얼굴을 소재로 다루는 것은 늘 기쁘게 살고 있는 중국인들의 마음을 그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지만 늘 긴장하고 쫓기고 있는 반면, 중국 사람들은 현실은 고달프지만 자신만의 즐거움을 누릴 줄 안다는 설명이다.

4. 팡리쥔(方力钧,44)

그의 작품에는 파란 바다나, 하얀 구름, 빛의 모습이 나타난다. 여기에 삭발한 인물의 이미지를 표현해낸다. 그는 중국의 오랜 이상향이었던 이러한 공간에 자신의 내적 갈등을 투사시킨다.

그리고 푸른 이미지와 붉은 얼굴의 인물은 형식상 두드러진 조화를 획득하는 동시에 이상에 대한 갈망과 이를 따를 수 없는 현실의 괴리감이라는 내용이 밀도 있게 압착되는 효과를 시적으로 얻어낸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서 보는 이는 애잔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받게 된다.

< 중국 미술, 세계로! >

세계 미술계의 관심이 현재 4조억원으로 추정되는 아시아 최대의 미술시장인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소더비, 크리스티 등 세계적인 미술경매회사의 경우도 지난해 베이징에 지사를 세우는 등 중국 미술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미술품 투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처럼 중국 미술품에 대한 가치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월 뉴욕 소더비 경매사가 처음 마련한 '제 1회 한ㆍ중ㆍ일 현대미술 경매'전에 출품한 중국 작품 비율은 무려 89%. 무엇보다 최고가 상위 10위권이 모두 중국 작가 작품들로 채워지는, 말 그대로 중국 일색이었다. 장샤오강의 작품이 최고가(한화 9억5,140만원)를 경신하면서 중국현대미술의 중심이 제 2세대의 대가들로 옮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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