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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아줌마들의 수다

[2007-02-24, 08:09:05] 상하이저널
어떤 정신과 의사의 말에 의하면 우울증이 한국인 사망 원인 2위에 올랐다고 한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에야 몸이 아픈 것이 아닌 정신적인 병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었겠는가마는 <진달래꽃>을 쓴 우리 나라 대표 시인 김소월도 술에 찌들어 살다가 아편을 먹었고 33살의 나이에 자살을 했으니 아마 그가 평생 지니고 살았던 병도 우울증이요, 얼마 전에 유니라는 가수가 악플러에 의한 우울증 때문에 자살을 했다는 보도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엊그제는 일 때문에 북경에서 지내는 남편이 이런 말을 했다. 일반적으로 가족에게 꼭 알려야 하는 두 가지 병이 있는데 하나는 우울증이고 하나는 불면증이란다. 자신이 요즘 불면증인데 그래서 가족에게 알리노라고.

생각해 보면 우울증과 불면증은 외국에 사는 우리가, 기러기 생활을 하는 우리가 가장 쉽게 걸릴 수 있는 병이 아니던가!

어쩌다 포서의 맛있는 음식점에 가 보면 삼삼오오 아줌마들이 무리를 지어 `즐거운 '수다 타임'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본다. 어떤 이는 할 일 없는 아줌마들이라고 혀를 차고, 비생산적인 이런 모습을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치지만 않다면 가끔의 이런 자리는 아줌마들에겐 활력이요 기쁨이 되기도 하고, 그 영양분은 그대로 가정에도 전달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상해에 살면서 새로 오는 사람들을 맞고 또 있던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동안 가장 흔하게 들었던 말이 `상처 받았다'이다. 남편 때문에 시작된 외국 생활이다 보니 자신의 선택에 의한 낯선 생활이 아니요, 중국이란 곳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의 민도가 낮다보니 짜증도 나고, 대학은 나왔건만 영어도 중국어도 안 되는 스트레스가 겹쳐 생기는 우울함도 있을 것이다.

일가친척 가까이 없으니 집안 행사 신경 쓰며 챙길 일도 없고, 아이들 좋은 학원 찾아다니며 운전수 노릇 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일을 하고 싶어도 한국에서처럼 직장을 가지기도 어렵고, 집안일까지 안 하니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몰려다니는 아줌마들이 눈에 자주 띄니 아줌마들은 항상 몰려다니며 수다를 떠는 것 같지만 의외로 집에만 계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낯선 곳에 처음 와서 정보도 얻고 마음 붙일 만한 친구도 만들어 보겠다고 어쩌다 아줌마들 수다에 잘못 끼었다가 남의 말 전하게 되고, 그나마 가까웠던 사이가 멀어지면서 상처 받았네 어쩌네 하며 마음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본다.

나는 비교적 여러 부류의 아줌마들과 교류를 하는데 주로 집에만 있는 아줌마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그들은 이곳 생활에 대한 불만이 더 많고, 정신적으로 불안하며 쉽게 슬퍼하기도 분노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일수록 남편에게 집착하거나 원망이 강해서 남편을 힘들게 한다.

배가 불러 할 일 없으니 우울하다고 하지, 노동을 안 하니 잠이 안 온다 하지, 이렇게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지친 남자들도 밤이면 우울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하지 않는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친구가 됐건 옆집 아줌마가 됐건 누군가와 수다를 떠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여자들의 수다가 단순히 수다가 아니요, 스트레스의 해소이며 치료가 될 수 있음을 정신과 의사들도 입증하고 있다.

새해에는 내 남편이 내 아내가, 가족에게 알려야 할 두 가지 병의 증세가 있지는 않은지 관심을 가지고 마주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포동아줌마
(delpina@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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