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은 무엇을 보여주고 있나요

[2024-11-14, 18:15:02] 상하이저널
2024년 11월 7일 수요일 뮤링정담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택시 창문 옆 움푹 파인 공간. 그곳에 핸드폰을 넣어두고 차에서 내린 것이다. 다행히 태블릿에 위챗과 DiDi 미니프로그램이 있어 택시 번호판과 안내센터 번호는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내가 중국어로 통화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푸근한 인상의 택시 기사님이 떠올랐다.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그저 웃기만 했던 나에게 친절하게 고개를 끄덕이시던 그분. 그분과 자주 마주쳤던 나는 친근해서 방심했던 걸까. 그날 무심코 놓고 내린 핸드폰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

이틀 동안 나는 끝없이 자책의 구덩이로 빠져들었다. 핸드폰이 없으면 언제 계정이 막힐지 모르는 일이었다. 핸드폰 없이 살 수 있을까? 거지도 QR로 적선을 구하는 나라 아닌가?! 결국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중국어 한마디 못 하는 나와 그들 사이에서 친구는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줬다. 안내 직원은 장담할 수 없다고 했고, 기사님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기대와 불안이 범벅이었다. 

마침내, 포기하지 않아 준 친구 덕에 나는 5일 만에 핸드폰과 재회할 수 있었다. 집 앞까지 전해주러 오신 기사님이 열정적으로 말을 건넸지만,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후에 친구가 전해준 그분의 말은 이랬다.

“외국인들이 중국도 안전하고 따뜻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당위로서가 아닌 의미를 구현하고자 했다는 것이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떠올랐다. 나는 그 동안 내 행동과 선택 속에서 어떤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왔을까? 그런 마음들이 나를 어떤 존재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발견하고도 돈으로 바꿀 수 있다. 물질이 그 사람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믿거나, 돈이 자신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준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선택이 가능하다. 또한, 가족과 생존이 중요하다고 믿는 경우에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상은 주로 ‘돈’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보상을 물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마운 마음을 다르게 표현하고자 할 때, 그것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공감되지 않으면 오히려 애매해진다. 확실하게 인식되는 것은 물질적 교환가치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물질적 교환가치만을 중시한다면, 우리의 존재 의미나 삶의 깊이를 추구하는 활동은 쉽게 위축될 수 있다. 이는 마치 ‘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 몸의 아픔만이 전부라고 여기거나, 고통이 몸에서 시작되었다고 믿게끔 되는 상황과도 비슷하다.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발견하고도 지나쳤을 수도 있다. 그 사람은 그것을 통한 별다른 마음이 없다는 표현을 하는 셈이다. 삶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그와 비슷하게 다뤄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 나는 그 어려움을 끝까지 해결해 주고 싶은 친구의 ‘마음’을 만났고, 자국민의 따뜻함을 알리고자 했던 ‘마음’을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으며, 내가 기억해야 할 삶의 방식이라고 믿는다.

나의 마음과 선택이 내가 누구인지를 결정한다는 것. 그렇게 세상의 한 줄 세우기에서 자유로워지고, 각자 고유한 색을 간직하며 살 수 있다. 동시에 이런 마음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뮤약사(pharmtender@naver.com)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찬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상하이 가..
  2. 중국, 내년부터 춘절, 노동절 공휴일..
  3. 홍차오-쑤저우남역까지 20분, 후쑤후..
  4. 中 샤오펑, AI 휴머노이드 로봇 '..
  5. 즈푸바오, 일본 PayPay에서 즉시..
  6. 中 학부모들 앞다투어 구매하는 '공부..
  7. 트럼프 귀환, 美中관계 미치는 영향은..
  8. 중산산 농부산천 회장, 재산 13조원..
  9. 7회 상하이 수입 박람회 폐막, 거래..
  10. 김종대 전 국회의원 11월 16일 상..

경제

  1. 中 샤오펑, AI 휴머노이드 로봇 '..
  2. 즈푸바오, 일본 PayPay에서 즉시..
  3. 트럼프 귀환, 美中관계 미치는 영향은..
  4. 중산산 농부산천 회장, 재산 13조원..
  5. 7회 상하이 수입 박람회 폐막, 거래..
  6. 중국 브랜드 신제품 출시에 아이폰 가..
  7. 中 지난해 발명 특허 출원 ‘164만..
  8. 中 소비시장 회복, 10월 오프라인..
  9. 中 전기차 스타트업 너자, 공급업체에..
  10. 역대 최장 기간 솽스이, 매출은 올해..

사회

  1. 중국, 내년부터 춘절, 노동절 공휴일..
  2. 홍차오-쑤저우남역까지 20분, 후쑤후..
  3. 中 학부모들 앞다투어 구매하는 '공부..
  4. 김종대 전 국회의원 11월 16일 상..
  5. 상하이 남성, HPV 치료에 전 재산..
  6. 中 내년 공휴일 11일→13일 이틀..
  7. 이동한 전 민주평통 상하이협의회장 별..
  8. 中 눈곱·콧물·기침 아데노바이러스 기..
  9. 中 2023년 31개 省 평균 임금..

문화

  1. '한지의 거장' 이진우, 바오롱미술관..
  2. 찬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상하이 가..
  3. 韩日 현대 예술가 3인3색 ‘백일몽..
  4. 오스트리아 빈 '한국 청년 아트페어'..
  5. 7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 역대 최대 규..
  6. [신간안내] 상하이희망도서관 2024..
  7. [책읽는 상하이 259] 사건
  8. [책읽는 상하이 258] 신상품“터지..

오피니언

  1.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딸라..
  2. [허스토리 in 상하이]시월의 메시지
  3. [박물관 리터러시 ②] ‘고려’의 흔..
  4.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은 무엇..

프리미엄광고

ad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