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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49] 꿀벌의 예언1

[2024-08-30, 14:04:41] 상하이저널
원제: La Prophetie des abeilles


예언은 긴장감을 가지게 한다. 그런데 꿀벌의 예언이라, 개체수가 자꾸만 줄어드는 사실과 관계 있을까? 올해 급이 다른 폭염으로 남극의 해빙 면적이 역대 최소치가 되었고, 예측 범위를 훨씬 벗어난 수치라 한다. 생태계의 교란은 물론 지구의 자전축까지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이 세대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지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큰 세 가지는 <시간-역사>, <환경-미래 문제>, <꿀벌-희망>이다. 베르베르의 페르소나, 르네는 시간 여행자이다. 눈을 감으면 과거 또는 미래의 의식화된 계단과 문들이 나타나 자신의 전생과 미래를 만날 수 있다. 베르베르의 소설 <기억>에서 퇴행 최면을 통해 과거를 갔었고 이 소설에서는 선행 최면으로 미래를 만난다.   

르네 톨레다노가 현재 기준, 꿀벌이 사라진 30년 뒤 문제가 생긴 지구의 미래를 보았다. 겨울에도 40도가 넘는 이상 기후에, 꿀벌의 실종은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150억의 세계 인류가 포화되어, 핵무기를 동원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 역사학자인 르네는 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만한 실마리 예언서 <꿀벌의 예언>을 찾아 미래와 과거를 오가는 필살기를 들려준다.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1099년 예루살렘을 진격한 십자군이었던 르네는 말을 달리며 적진을 향하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준 가스파르 위멜이 현재의 자신의 스승 소르본 대학장 알렉상드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와 그의 딸 멜리사와 함께 이스라엘 예루살렘 성지로 떠나기도 한다.  현실에서 각자가 다른 시대를 전공한 역사학자들이 고대의 비밀을 풀어가며 모스크 뜰 지하 성전에서 모든 문제의 핵심이 될 수 있는(?) 단서를 가지고 나오게 된다. 

-밀랍이 시간을 건뎌 냈어. 꿀벌은 9백 년의 시간을 버티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구나...르네가 벌집을 손전등으로 가까이 비춰본다. 
그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오렌지색 밀랍 층을 조심스럽게 떼어 내기 시작한다. 단단하기는 캐러멜 같고 투명하기는 유리 같아. 떼어낸 밀랍 속을 들여다보니 꿀벌들이 그 안에 갇혀 화석이 돼 있다. 그중 한 마리는 유난히 다른 벌들보다 크고 통통해 보인다. (299p)

호박(琥珀)화석처럼 밀랍 화석이 된 고대 여왕 꿀벌이다!  그들은 이것을 곤충학자인 오델리아에게 건네준다. 현재의 사육에 적합화 된 꿀벌들보다 훨씬 저항력, 공격성, 전투성이 뛰어나 등검은말벌의 공격에 살아남을 수 있는 개체를 복원하는데 큰 도움이 되면 좋겠다.. 고 나도 소설 속 한 인물이 되어 생각한다.    

베르베르는 소설 중간중간 ‘므네모스‘라는 것을 삽입했다. 성경과 역사, 철학을 아우르는 사실들로 르네가 자신의 사고를 확장시켜나가는 근간이 되는 것 같다. 이 배경들이 과거와 미래에서도 그가 당혹스러움 없이 실마리들을 풀어가도록 한다. 또 독자들에게 시대 정보를 객관적으로 제공하는 역할도 해서 르네의 의식의 확장을 따라갈 수 있게 된다.   르네의 시간 여행은 정신적 힘으로 시간을 부리는 경지에 올라가 있다. 르네가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게 시도한 최면이 실제 내게도 통할까 하고 생각해 본 독자들도 있을 듯하다. 나도 그러하다. 사람의 인생은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전생은 없을 것 같고, 먼저 돌아가신 친조부모님과 외조부님을 뵙고 싶다. 많은 것이 해결될 것 같다. 미래는 좀 더 숙고해봐야겠다.   

한국 온 첫 주, 비가 그치고 집 앞 마당에서 경치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발목에 세 번을 벌에 쏘였다. 너무 놀라 집으로 와서 응급조치를 하는데 한 군데는 꽤 오랜 시간 염증이 남아있던 바로 그 부위다. 3주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곳이 불편하지 않다. 꿀벌이 봉침을 선물한 것인가.  이 책을 읽으니 꿀벌이 고맙다. 우리에겐 그저 한 스푼인 꿀이지만 꿀벌에게는 40일 평생을 바쳐 이룬 과업이구나. 아침 토마토에 뿌린 한 스푼이 너의 생명이 다하도록 천 송이 꽃을 다니며 만든 결과구나…

르네와 친구들과 함께 고대와 중세를 다녀온 생생한 체험들로 인해 내가 지금 당연히 누리는 것들- 풍성한 음식과 옷과 문명의 이기들. 배움의 기회들. 짧아진 거리들… -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하경옥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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