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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생애 첫 ‘나의’ 컴퓨터를 갖게 된 11살

[2024-08-16, 14:03:38] 상하이저널
올해 상하이의 여름은 쉽지 않았다. 상하이에 산지 8년째이고 상하이의 여름이 덥고 습하다는 것에 적응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매년 그 전해보다 더 덥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매일 40도 넘는 기온과 습한 날씨로 인한 46~47도를 넘는 체감온도 때문에 에어컨이 켜진 실내위주로 다닐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입추가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걸 보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더위도 조금씩 물러가고 있음을 느낀다. 또한 아이들이 두 달 여간의 긴긴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했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 것을 보니 가을이 곧 올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 아이들의 개학을 준비하면서 둘째 아이의 컴퓨터를 구입해야 했다. 만 11살이 지난 둘째는 이제 학교에서 중학생이 되고 개인 노트북이 필요한 학년이 되었다. 국제학교의 특성상 컴퓨터의 모델과 사양이 정해지고 그것에 맞춰서 준비를 해야 한다. 6학년부터는 대부분의 수업 시간에 노트북을 가지고 수업을 듣고 교과서는 없이 선생님이 온라인상에 올려주시는 자료를 다운받아 수업에 참여하게 되며, 과제 역시 노트북으로 작성해서 온라인으로 제출하게 된다. 아이는 부모님께 조르지 않아도 학교를 가기 해서는 오롯이 본인 소유의 노트북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둘째 아이의 노트북을 준비하며 한국에서 평범한 공교육을 받고 자란 우리 부부는 ‘라떼는’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 노트북을 가질 수 있는 나이는 대학교 입학을 하고 나서였다. 2-3월이 되면 ‘새학기 맞이 노트북 가격인하’를 위한 광고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고 대학입학 축하 선물로 받을 수 있는 것이 ‘내 소유’의 노트북이었다. 그만큼 소중했고 귀한 선물이었다.      

시대도 많이 바뀌고 아이들이 공부하는 환경도 나와는 많이 다르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세대의 아이들이고, 종이책 만큼이나 디바이스를 이용한 학습과 놀이에 익숙하고 편해 보인다. 또한 한국의 공교육과는 다른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이곳에서의 학습방법에 따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와 함께 자라난 아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금방 습득하고 쉽게 다루기도 한다. 자료를 찾느라 끙끙대는 엄마와 달리 너무 쉽게 검색하고 빠르게 해결하는 아이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아직 어리기만 한 것 같은 둘째여서 그런지, 이제 막 10대에 들어선 6학년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는 조금 천천히 접근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은 컴퓨터 자판을 연습하는 아이에게 연필을 쥐어주고 직접 글씨를 쓰게 하고 싶을 때도 종종 있다. 화면에 띄워진 빽빽한 글씨의 자료를 보고 있는 아이를 보면 눈이 금방 나빠지진 않을지, 온라인에 접속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혹시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도 된다. 비싼 컴퓨터를 매일 들고 다니면서 혹시나 떨어뜨리지 않을까 염려도 된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과 난 지금의 상황에 큰 반항없이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도 아이들은 컴퓨터를 가방에 넣고 등교를 했다. 특히 이제 막 중학생이 되어 반짝이는 노트북을 가진 둘째는 더 설레 보인다.

잎새달스물이레(abigail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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