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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쌤 교육칼럼] TCK들의 글로벌 도전을 응원하며

[2024-05-31, 18:39:18] 상하이저널
제3문화 아이들(Third Culture Kids: TCK)은 부모의 직업으로 인해 해외에 이주하여 성장기 동안 2개 이상의 문화적 배경을 경험하며 자란 사람들을 말한다. 부모 나라의 문화(제1문화)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못하고, 해외 문화(제2문화)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못하지만, 제1문화와 제2문화를 양쪽 모두 받아들여 만들어진 새로운 제3의 문화 속에서 살아간다는 뜻이다. 요즘은 TCK의 개념을 더욱 확장하여 부모의 직업 뿐 아니라 본인의 조기유학 혹은 국제학교 재학, 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이유로 성인이 되기 전에 두 가지 이상의 문화를 경험한 아이들을 교차문화 아이들(Cross-Culture Kids: CCKs)이라 부른다. 

성장기의 중요한 시기를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CCK들은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대부분 문화적응스트레스를 겪는다. 

한자와 속담을 잘 모르고, 익숙하지 않은 한글 맞춤법과 어려운 발음 등과 같은 ‘언어 적응의 어려움’, 학교생활에서의 학습과 시험에 대한 부담감, 친구들끼리의 따돌림 문화, 게임 문화 등과 같은 ‘학교 적응의 어려움’, 또한, 친구 사귀는 것에 대해서 소극적이거나, 선생님과의 상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과 같은 ‘관계 적응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문화적응스트레스가 유발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020 오인수, 이승은. 교차문화 아이들(CCKs: Cross-Culture Kids)의 문화적응스트레스 보호요인의 맥락적 이해 및 효과적 상담전략) 

하지만 다양한 국적과 문화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문화적 융통성과 감수성, 다중 언어와 글로벌한 감각을 지닌 우리 아이들이 갖는 강점도 크다. 역사적으로 문화적·사회적 경계에서 성장한 TCK 중에는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취를 보여준 사람들이 많다. 

<변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는 유태인으로 태어났으나 유태교도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독교인도 아니었으며, 독일어를 사용하지만 독일인도 아니고, 프라하에서 태어났으나 체코인도 아니었다. 

어린이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토미 웅게러 (Tomi Ungerer)는 한때 독일의 점령지였던 알자스 지방의 스트라스부르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뉴욕에서 그림책 작가로 등단했다. 본인을 사회문제 칼럼니스트로 소개하지만, 장난감 수집가이기도 했고 유럽의회 교육 친선 대사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아일랜드에서 30년 동안 목축업을 하기도 했다. 

멀리서 찾을 것 없이, 상하이 TCK인 메타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김연준 양은 한국사람으로서 상해에서 살면서 공부하고, 미국 대학을 지원하고, 미국에서 취업을 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의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을 오히려 자기만의 특별한 커리어로 만들고 더욱 경쟁력 있게 가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23년 11월 두 번째 청미탐 인터뷰 중에서)

<Shanghailanders>의 작가 민경하(Juli Min)씨 역시 한국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가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하버드 대학에서 러시아어와 비교문학을 공부했고, 한국에서 2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가 중국계 미국인과 결혼을 하고, 상해에 와서 살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 The Shanghai Literary Review 편집장으로서 매거진을 발간하고 소설을 써온 과정 역시 많은 도전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이미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돌입한 지 오래다. 소위 “구멍가게도 손정의와 경쟁해야 하는 세상”이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세계적 트랜드와 글로벌 이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해외직구를 하는 인구도 많아져 최근 정부에서 이를 규제하는 방안을 내놨다가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라는 반발이 거세지자 사흘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어쩌면 국내에서만 성장했다 하더라도 이미 우리 아이들 세대는 다양한 문화의 교차 속에서 성장했기에 모두다 CCK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제는 의도하건 하지 않건 우리 모두 도전을 해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수 세기 전부터 시대의 풍운아들이 한 번쯤 꿈꾸고 거닐었던 상하이에서 사는 우리는 또 어떤 도전을 할 것인가?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도전을 하게 될 것인가? 우리는 이들의 도전을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I think love is when you think you need someone for your survival. Survival, defined broadly.” -<Shanghailanders> 중에서


20년째 아이들과 책 읽고 토론하며 글을 쓴다.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 코칭과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청소년 인문캠프, 어머니 대상 글쓰기 특강 등 지역 사회 활동을 해왔으며, 도서 나눔을 위한 위챗 사랑방 <책벼룩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상하이저널과 공동으로 청소년들의 진로탐색을 위한 프로젝트 <청미탐>을 진행하고 있다. 위챗 kgyshbs / 이메일 thinkingnfuture@gmail.com / 블로그 blog.naver.com/txfseoul
thinkingnfuture@gmail.com    [김건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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