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맛과 명성 상하이까지…
상하이도 자영업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또한 여러 이유로 불황을 겪기도 하고 폐업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치닫기도 한다.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들이 한데 모인 즈텅루도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도 나온다. 서비스 개선, 인테리어 교체, 업종 변경 등 업체별로 자구책을 마련해보기도 하지만 이곳 상하이도 만만치 않은 시장임을 실감한다. 연말을 맞으며 대형 호텔행사와 단체모임 등으로 음식점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최근 상하이 교민들이 운영하는 음식점들도 새로운 트렌드가 일고 있다. 바로 특화된 메뉴로 무장한 전문요리점들의 공격이다. 불과 몇 달새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전문 음식점들이 상하이에 하나 둘씩 상륙하기 시작했다. 순두부, 아구찜, 감자탕, 통갈비, 막창구이, 순대, 호도과자 전문점 등 고유메뉴로 고객의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 11월 18일 青杉路에 오픈한 순두부전문점 `소공동 뚝배기'는 한 달여 만에 하루 180~200여명의 식사손님이 다녀갈 정도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초기 비용으로 80-100만위엔 정도 투자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광고마케팅에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예상 목표를 이루고 있는 상태다. 이는 한국에서 1962년부터 소공동 뚝배기로 44년을 운영해온 명성과 순두부요리만을 취급한다는 전문성이 이곳 상하이에서 통했다고 볼 수 있다.
백한송(25) 사장은 "매일 아침 순두부를 직접제조하고 있는 소공동 뚝배기는 앞으로 1~2개월 후부터는 두부배달 계획을 갖고 있으며, 상하이를 중국 본점으로 시작하여 체인사업을 구상 중에 있다''고 말한다. 현재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60개 점포와 홍콩, 필리핀, 상하이에 각 1개의 직영점을 두고 있는 소공동 뚝배기는 해외에서도 그 맛을 인정 받고 있다.
9월18일 老虹井路에 `마산아구찜' 간판을 내건 서명원(50)씨. 상하이에 아구찜을 전문으로 하는 요리집이 없는 것에서 착안, 상하이 진출을 계획했다. 부산에서 30년간 아구찜 전문점을 운영해온 베테랑 요리사의 노하우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마산아구찜은 기본 재료인 아구와 콩나물이 한국 사정과는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국에서 그 맛을 그대로 내기 위해 별도 특별 재료는 한국에서 공수하고 있을 정도로 전문성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서명원 사장은 "처음 오는 고객은 다시 찾을 정도로 맛에는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식당 인테리어가 중국식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내년 1월 11일 吴中路에 오픈을 준비중인 양. 대창구이전문 ‘오발탄' 역시 한국에서 검증받은 인기 품목이다. 베이징 왕징점에 이미 진출해 있으며, 서울에 5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우중루 오픈 이후 2월말에는 완핑점에 상하이 2호점 간판을 내걸 예정이다.
이헌용 사장은 "오발탄만의 독특한 소스로 특양구이, 대창구이 등을 주메뉴로 하여 한국에서의 인기를 상하이까지 이어나가려 한다''는 포부를 밝힌다.
이처럼 최근 상하이에 진출한 전문요리점들의 승부수는 결국 맛과 마케팅, 서비스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성공 자영업자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듯, 단순한 요식업자 수준으로는 승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대형음식점과 경쟁이 치열해지고 교민들의 입맛도 더욱 다양해지면서 발붙일 곳을 잃어가는 자영업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살려 고객에게 어필할 때 비로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고수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