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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사랑법] 메리 X-mas, 바이바이 엑스! _ 크리스마스 마켓

[2023-12-25, 12:16:02] 상하이저널

연말이 되면 곳곳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고 캐럴이 들린다. 크리스마스를 줄여서 X-mas라고 쓰는데, 이때 X는 그리스도를 뜻하는 그리스어 크리스토스(XPIΣTOΣ)의 첫 글자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누군가는 X-mas를 살짝 비틀어 객쩍은 언어유희를 한다. X-mas는 엑스 와이프나 엑스 보이프렌드 등 과거의 연인이 떠오르는 날이라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때 과거 연애사를 고백할까 말까는 사랑에 관해 자주 나오는 질문 중 하나다. 다양한 설문조사에서 반 이상의 응답자가 과거 연애사를 공유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과거 연인을 화제에 올렸다 싸웠다는 커플도 많았다.


아무리 말려도 연인의 과거 연애사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연인의 모든 걸 알고 싶은 마음에 이들은 결국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만다.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연인의 과거 흔적을 더듬는 게 수월해져 판도라의 상자는 생각보다 쉽게 열린다.

나는 지금의 연인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과거 연애사를 모두 고백했다. 초록 눈을 가진 괴물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사랑하는 이 앞에서만큼은 투명해지고 싶었다. 사랑하는 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 따위는 품고 싶지 않았다. 더불어 그의 연애사도 귀 기울여 들었다. 듣는 내내 예리한 칼로 가슴을 저미는 듯 아팠지만, 찌르는 통증 자체가 내가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비밀을 간직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비밀을 절대 밝힐 수 없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폴 투르니에 <비밀> 중)


살면서 이사를 몇 번이나 했을까. 올해는 그냥 넘어가나 했는데, 이번 연말에도 여러 사정으로 집을 옮기게 되었다. 사는 동안 집안에 생각 없이 쌓아놓았던 물건들을 이사가 코앞에 닥쳐서야 정리한다. 짐이 대부분 책과 책장이다 보니, 언제나 서재부터 정리한다. 버리거나 나눠 줄 책이 있나 살피던 중 남편이 옛 연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을 발견했다. 책 속에 짧은 메모가 있었는데 하필 내가 모르는 외국어로 적혀 있었다. 꼭꼭 눌러 정성 들여 쓴 글씨체와 옛 연인의 이름을 노려보다, 결국 그 책을 누군가에게 나눠 주었다. 그가 화를 내면 어쩌지. 만약 화를 낸다면 아직 옛 연인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 책이 내 품을 떠날 때까지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무도 모르게 없던 일로 하고 싶은 마음과 들통이 나서 그의 반응을 확인하고 싶은 뾰족한 마음이 맹렬하게 부딪쳤다.

문제의 책이 떠나자, 그의 마음을 그 책 크기만큼 더 얻은 듯 뿌듯했지만, 그의 추억을 내 멋대로 몰래 들어낸 것 같아 미안했다. 그에게 더 좋은 선물을 해주기 위해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았다. 그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며 대신 내 마음에 꼭 드는 목걸이를 골라주었다. 그가 건넨 크리스마스 선물을 목에 건 후에야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메리 X-mas, 바이바이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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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책과 함께’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책 소개와 책 나눔을 하고 있다.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공저로 <소설, 쓰다> 등이 있다. (위챗: @m istydio, 브런치스토리 @yoonsohee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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