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으로 오래오래 곁에 머물러 주기를"
이곳 상하이로 이사 온 지 올해로 만 19년이 되었다. 19개월 때 상하이로 데리고 온 딸아이는 이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지금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다. 상하이 생활 중에 아이가 하나에서 둘로 늘었고 많은 일을 경험했다. 한 가정이 이러할진대 창간 24주년을 맞는, 명실공히 상하이 교민사회 대표신문인 ‘상하이저널’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과 풍파를 경험했을 지 가히 상상할 수 없다.
처음 상하이로 왔을 때는 아직 스마트폰이 없을 때였다. 그래서 상하이저널 같은 종이매체에 의지하는 교민들이 대다수였다. 남편과 한식당에 갈 때면 주문한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상하이저널만 펼쳐 놓고 열심히 읽던 남편에게 서운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상하이저널처럼 한글로 된 인쇄물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받는 도구를 넘어서 어쩌면 향수를 달래는 통로로도 접했던 게 아닌가 싶다. 나를 안 보고 상하이저널만 쳐다보던 남편 덕에 상하이저널은 나에게 라이벌처럼 느껴졌던 적도 있었지만, 또 우리 가정에 고마운 안내자와 스승이기도 했다.
딸 아이가 상하이저널에서 학생기자로 활동하면서 여러모로 챙겨 주시는 기자님들 덕에 전공 관련 글을 많이 써본 경험은 원하는 대학 입학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아이가 애착을 지니던 상하이저널에 나 또한 ‘허스토리’ 코너 필진으로 몸 담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상하이저널은 우리 집과 꽤 인연이 깊지 않은가.
그간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홍췐루, 인팅루 골목에 무수히 많은 한인 가게가 생겼다가 없어졌다 하는 과정을 안타깝게 지켜봤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에 디지털 매체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이제 종이매체의 생존 공간 역시 많이 좁아졌다. 발행 부수가 많이 줄어들었겠지만 지금도 한식당이나 한국마트에서 상하이저널이 보이면 괜히 반가워서 일단 장바구니에 덥석 챙겨 넣게 된다. 오래된 이웃의 느낌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온라인 매체가 넘쳐서 정보를 접하는 경로가 이젠 과잉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지면을 반가워하는 구독자들이 있는 걸 아는지 다행히도 상하이저널은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면서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대가 아무리 변한다고 해도 아날로그 감성을 고집하는 구독자들을 위해서도 상하이저널은 사고의 깊이를 보존하고 확장해 줄 수 있는 지면 발행도 유지해 줬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바람을 가져본다.
상하이 교민 숫자가 한때 10여만 명에 이르다가 최근 몇 년 동안 코로나 시국까지 겪으면서 1만 명 이하로 급격하게 줄었다가 다시 조금 늘어났다는 요즘, 대내외로 기쁜 소식은 적고 경기 장기 후퇴며 지구촌 저편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전쟁 같은 우울한 소식만 들린다. 상하이에서 오래 살고 있는 우리가 오늘도 여전히 상하이저널을 접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경이롭고 감동적인 일이며 백번 축하를 해줘야 마땅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24살은 앳된 사회 초년생이다. 몇 년 전 인기를 모았던 ‘도깨비’라는 드라마 속 그 도깨비처럼, 상하이저널은 모진 풍파와 인고의 세월을 겪어온 노인의 의연하고 강인한 내면이면서 애독자인 우리에게는 항상 생기 넘치고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으로 오래오래 우리 옆에 머물러 주기를 기원한다.
세상은 점점 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지만 세월이 가도 변치 않는 믿음과 신뢰가 있다. 상하이저널도 상하이 교민들의 마음속에 이런 큰 버팀목이 되어 주기를 희망해 본다.
소이(mschina05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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