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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3년만의 합체

[2023-03-08, 06:04:42] 상하이저널
바람은 아직 쌀쌀하지만 따뜻한 햇살이 반기는 3월이 시작됐다. 베란다로 들어온 햇살을 보고 있노라면 불과 몇 달 전 일이 모두 꿈같이 느껴진다. 

2020년 3월 한국으로 출장 갔던 남편은 미쳐 손쓸 겨를도 없이 한국에 머물게 됐고 두 아이는 그 해 6월에 각각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다. 남편도 못 들어오고 아이들도 마침 딱 졸업을 했으니 나는 바로 짐을 싸서 아이들과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먼저 했었다. 그래서 아이들 중학교와 고등학교 배정은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남편이 다시 들어갈 수도 있으니 섣불리 움직이지 말라는 당부를 해왔다. 

그러고 보니 설마 이런 상황이 오래가겠나 싶어 나는 뒤늦게 아이들 학교를 알아보고 이사도 하면서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이렇게 속절없이 3년이 흘렀다. 

올해 드디어 1월 격리가 없어졌다. 남편은 재빠르게 비행기 표를 알아보는 동시에 비자를 신청했다. 남편이 비자를 발급받는 와중에 비자 발급 중지라는 조치가 내려졌다. 남편이 받고 있는 바로 그 S 비자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다행히 이미 신청이 들어간 비자는 발급이 돼서 받을 수 있었다. 비자로 한시름 놓았더니 진짜 문제는 비행기 표였다. 하필 올 수 있는 날짜도 설 연휴였으니 직항은 아예 구할 수도 없었고 그나마 경유라도 하면 가능성이 없진 않았다. 

신랑은 설 연휴 전 날 밤 9시 인천을 출발해, 밤 12시에 홍콩에 도착했고, 홍콩 공항에서 밤을 새우고 다음날 아침 8시 비행기를 타고 푸동에 도착했다. 그나마 연착 없이 제시간에 딱 맞춰 도착해 줘서 이마저도 감사했다. 우리 네 식구는 이렇게 3년 만에 완전체로 모이게 됐고 꿈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그런데 신랑은 한국에서 3년 살다 왔다고 티가 나도 너무 났다. 도착 한 첫날 부터 온 집안의 등을 제일 밝은 밝기로 전부 켜길래 잘 못 눌러 그런 줄 알고 나는 쫓아다니면서 끄고 다녔는데 그게 아니었다. 조명이 너무 어두워 제일 밝은 걸로 켜도 어둡다는 것이다. 

길을 걷다 개똥이 보이면 저기 개똥 있으니 조심하라고 얘길 해주는데, 우리도 다 보이고 알아서 잘 피해 가는데 일일이 알려주니 여간 피곤한 게 아니었다. 뒤에서 전동차가 와도 우린 느낌상 알고 옆으로 살짝 비켜주는데 신랑은 깜짝 놀라면서 우리 쪽으로 두 팔을 벌리며 전동차가 왜 인도로 다니냐고 버럭 한다. 우리 아파트 앞은 차도 거의 안 다니고 횡단보도도 멀어서 무단횡단을 해서 다니는데, 내가 신랑 팔을 잡아끌며  무단횡단을 하니 신랑이 이래도 되냐며 끌려오는데, 이쯤 되니 나는 도로의 무법자요 당신은 법 없이도 사는 수호천사이구려!

“당신 이제 한국 사람 다 됐구나? 지나가던 사람이 길 물어 보갔어~”

신랑의 행동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여기서 오래 생활하다 한국 가면 조심해야 할 것이 많겠구나 싶다. 얼마 전 귀국한 지인도 아이들한테 목소리 좀 낮추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한다. 목소리도 작은 분이셨는데….

더 이상 감 떨어지기 전에 주말 여행으로 한국에 다녀올 수 있는 날이 빨리 되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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