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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가을 같은 상하이의 봄

[2023-04-22, 07:45:37] 상하이저널
상하이의 봄 날씨 요상하지 않나요? 작년 이맘때는 봉쇄로 인해 ‘잃어버린 봄’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기다렸던 봄인데요, 제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올해 봄 날씨는 참 이상합니다. 늘 말로만 듣던 기후 변화 때문인가, 아니면 상하이의 봄이 원래 그랬던가, 모처럼 한국의 봄 날씨와 비교하며 상하이의 봄을 깊이 느껴 봅니다.

저는 올해 상하이 살이 8년째입니다. 처음에는 바쁜 중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날씨를 만끽하며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중국은 한국과 차이가 없다는 선입견 때문인지관심 두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과 어느 정도 비슷해서 익숙했으니까요.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상하이의 봄이 한국, 정확히 말하면 서울의 봄과 약간 다르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먼저 상하이의 봄은 유독 짧습니다. 너무 빠르게 무더운 여름이 다가옵니다. 특히나 저에게 흥미로웠던 현상은, 상하이는 봄철 때 아니게 우수수 떨어진 낙엽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끔은 단풍 든 나무도 목격되고요. 특이하게도 서울의 가을을 연상케 합니다. 얼마 전엔 바닥에 수북이 쌓여 바람에 이리저리 뭉쳐 다니는 낙엽 더미를 보고는 센치한 감정이 들어 혼자 피식 웃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게 대체 봄인지 가을인지. 

저는 호기심에 꼬리를 물고 상하이와 서울의 봄 날씨 자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 상상력과 기초 지식에 의한 가설도 하나 떡 하니 세워놓고 말이지요. 저의 가설은 바로 이겁니다. 가을에 낙엽이 지는 이유는 보통 기온과 습도의 영향 때문이지요. 가을이 되면 기온이 떨어지고 건조해지면서 식물은 영양분의 흡수가 원할치 않아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엽록소가 줄어 단풍이 들기도 하고 잎의 활동이 멈추면 낙엽으로 떨어진답니다. 즉, 상하이의 봄은 서울의 가을처럼 건조하고 일교차가 심할 것이다,라는 가설! 심지어 인도에서도2~3월 봄이 되면 기나긴 건기의 영향으로 한국의 가을처럼 낙엽이 진다고 하던 지인의 말까지 떠올라 가설은 확신을 더했습니다.

Weather Spark의 도시별 날씨 데이터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상하이와 서울의 자료를 한참이나훑어보던 저는 제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두 도시는 상하이가 위도상 남쪽에 위치하여 약 20여일 앞서갈 뿐, 온도/ 일교차/ 청명한 날씨 비중 등 기후적 조건이 거의 비슷했고, 심지어전혀 건조하지 않았습니다. 상하이의 봄철 3개월간의 강수량은 평균 299mm로 서울 봄 강수량 평균인 185mm 보다 1.6배나 더 높았습니다.

저의 야심찬 가설은 무참히 깨졌지만 나름 유의미한 자료를 확인했습니다. 상하이와 서울의 기후 데이터에서 유일하게 차이가 큰 수치가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이미 언급한 강수량의 차이였고, 두번째는 풍속,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도에 따른 지형의 차이가 상당했습니다. 상하이의 평균 풍속은 서울보다 훨씬 높으며, 특히 상하이에서 일년 중 바람이 가장 세게 부는 달은 3월로 풍속이 시속 19.0km에 달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또 다른 가설을 떠올리며 호기심을 이어가게 됩니다. 상하이는 해발 고도 12m이고 반경 16km 내에는 102m 높이, 심지어 반경 80km 범위까지 219m 수준의 높이로 고도의 변화가 크지 않은 지형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서울은 평균 해발고도 44m로 반경 3km 내에 이미 299m까지 고도 변화가 있으며, 16km 내에 815m, 80km 범위 내에는 1,548m까지 높은 수준의 커다란 고도 변화가 있습니다. 

상하이는 봄철에 많은 비가 내리고, 평지 위주인 지형적 특징에 힘입어 일 년 중 가장 바람이 강하게부는 3월이 되면 나무들은 피할 길 없이 때아닌시련을 맞닥뜨립니다. 봄이 되어 이제 갓 피어나기 시작한 잎새들은거센 비바람으로 인해 잎이 무성해지기도 전에 연약한 나뭇잎부터 우수수 떨어질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러고 보니 상하이 거리에 떨어져 나부끼던봄철 낙엽들은 서울의 가을 낙엽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사각사각 건조하게 바스러지지 않고 촉촉하고 싱그러운 상태로 그저 힘없이 바닥에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저의 두번째 가설도 풀려 정답을 얻을 날이 오길 바랍니다. 모처럼 상하이의 봄 단상이었습니다. 

니모와 도리(brighte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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