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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제로’와 ‘위드’ 사이의 아픔

[2023-01-02, 15:11:06] 상하이저널
잦은 출장, 격리는 내 친구

어쩌다 보니 지난번 원고 쓸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또 격리 호텔에 갇혀 있다. 업무상 출장이 많은 나를 코로나 방역에 엄격한 중국 정부의 정책도 막지 못한 탓이다. 웃프지만 지난 출장 때에 비해 격리가 이틀 줄어 8일만 격리하면 된다니 좋게좋게 생각할 수밖에. 

그런데 이번 격리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 10월 샤먼에서 격리할 때만 해도 ‘제로 코로나’를 철통 고수하던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에 출장 나가있는 사이, 중국에 너도나도 코로나 양성자가 늘기 시작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이미 그 수순을 밟고 있는 모양이다. 상하이에 있는 나의 가족을 포함하여, 친구, 지인들 중 대략 30%가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 양성으로 심하게 앓았거나 고생 중이다. 그 덕에 나의 트렁크는 지인들이 부탁한 한국 약들로 가득 찼다. 중국에서 약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들으니, 시기가 시기인 만큼 개인 용품, 옷가지 등은 모두 약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어느새 짐은 두 배로 늘었다. 나처럼 출장이 잦아 길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이던가. 많은 이동에도 끄떡 없도록 기동성 있는 가벼운 짐가방. 그런데 이번엔 불가능했다. 문득 현시점을 사는 삶의 무게같이 느껴졌다.
실제로 한국 출장에 동행했던 중국 동료 1명이 코로나 양성 확진을 받고 비행기를 함께 타고 귀국하지 못했다. 한국말도 못 하는 동료를 한국에 홀로 두고 오기 속상했으나 방법이 없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중국 국영기업인데 회장을 포함하여 고위 임직원들 대부분, 요직을 맡고 있는 부서장들이 대거 양성 판정을 받고 재택근무 중이며,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현재 내가 투숙하고 있는 칭다오의 격리 호텔에 들어온 사람들 중 절반 이상에서 코로나 양성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쯤이면 내가 대체 격리 호텔에 왜 들어와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을 정도다. 이미 호텔 밖은 위드 코로나 상황이지 않느냐 말인가! 

자유 찾아 삼만 리

나의 중국 생활 10년을 한 단어로 축약하자면 ‘자유’다. 한국에 살았더라면 제도권 사회의 평균 이상으로 사느라 정신적으로 많은 구속을 받았을 것이다. 나는 그 두려운 전체주의 한국 사회를 피해 중국 땅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것이 성향에 잘 맞았다. 정치적, 문화적으로 편향되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분수껏 사는 삶이 흡족했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자유를 허락했고 너무도 자연스러웠기에 ‘자유’라는 단어를 떠올려본 적이 없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3년 차에 드디어 나는 ‘자유’에 큰 침해를 느끼며 갈급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한다는 취지 아래, 나의 동선은 누군가에게 보고되고 있으며, 길고 고단한 출장길의 끝에도 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귀곡산장같이 춥고 소독약 냄새나는 격리 호텔에서 정부가 지정한 8일을 채워야 한다. 정작 상하이에 있는 나의 남편과 두 딸은 코로나에 걸려 돌봐줄 사람 없는 집에서 끙끙 앓고 있는데 건강하고 쌩쌩한 나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안전해 보이는’ 격리 호텔에서 강제로 8일을 지내야 한다니. 아무리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가는 과도기라 하지만 미칠 노릇이다. 팬데믹 시대에 우리는 어디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니모와 도리(brighte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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