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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169] 오즈의 마법사

[2022-12-12, 06:24:56] 상하이저널
라이먼 프랭크 바움(지은이),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그림) | 시공주니어 | 2018년 12월
라이먼 프랭크 바움(지은이),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그림) | 시공주니어 | 2018년 12월
원제: The Wonderful Wizard of Oz(1900년) 

<오즈의 마법사>, 어린이 동화책이라 아마도 좀 의외라고 생각될 것 같다. 이 책을 읽게 된 경위는 이렇다. 책을 좋아하는 첫째가 애정하던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를 한 권 한 권 세심하게 골라 한국에서 사서 짊어지고 와 소수정예 부대만 들여놨었다. 어린이책인데 꽤 두께감 있고 예뻐서 둘째 읽으라고 이사 다닐 때마다 고이고이 모시고 다녔는데, 이제 완전히 정리해야 할 때가 왔는데도 읽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 책들만 따로 다른 칸에 분류해 두고 계속 눈싸움을 하던 중 뽑아 들게 되었다. 

<오즈의 마법사>를 안 읽은 사람들도 뮤지컬이나 영화, 애니메이션으로는 다들 접해보았을 것이다. 나도 초등 시절 애니메이션으로 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줄거리를 거의 알고는 있었지만, 저자 L.프랭크 바움의 기술이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읽으니 역시 ‘명불허전’임을 실감했다. 그 전의 동화는 어떤 교훈을 위해 무시무시하고 소름 끼치는 전설, 민담이나 도깨비, 요정이 나오는 고전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저자는 어린이들에게 경이로운 기쁨만 안겨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썼다고 한다. 또한 이야기에 적절하고 앙증맞은 삽화를 그려 넣은 W.W. 덴슬로우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시각화하여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야기는 캔자스에서 엠 아주머니와 헨리 아저씨, 까만 강아지 토토와 평화롭게 살던 도로시가 회오리에 의해 어떤 다른 세계에 안착했다가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여행길에 오르며 시작된다. 짚으로 만들어진 허수아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다 마녀의 농간에 양철이 된 나무꾼, 용기 없는 사자가 동행하며 벌어지는 대모험담이 간결하게 서술된다. 

생각을 할 수 있는 뇌, 다시 사랑을 할 수 있는 마음, 부족한 용기를 얻기 위해, 그리고 회색 잿빛 밖에 없는 고향일지라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복귀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에메랄드 성에 살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는 친구들은 과연 각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양철 나무꾼은 자기한테 마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것에 대해서도 잔인하거나 불친절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양철 나무꾼은 이렇게 말했다.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인도해 줄 안내해 줄 길잡이가 있으니까 죄를 짓지 않으려고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거야. 하지만 나는 마음이 없으니까 무척 조심해야 돼. 물론 오즈가 나에게 마음을 주면, 나도 이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위험한 상황에서 늘 좋은 생각을 해내서 일행을 구하는 허수아비, 벌레를 밟은 것에도 마음 아파하는 양철 나무꾼, 겁이 많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앞장서서 싸우는 사자. 그들이 얻고 싶어 하는 것을 이미 가지고 있지만, 가시적인 물증이 필요한 그들에게 여행은 그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도 내 안에 이미 가지고 있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발현되지 못한 것일 뿐인데, 불안해하며 이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건 아닐까 싶었다. 아이들에게도 우리에게도 그 안에 내재한 간절한 것을 끄집어 내어 펼칠 수 있는 계기가 오기를 바란다.   

일반 소설이나 성인을 위한 서적은 내용이 길고 복잡해지기 쉬우며, 한 장면을 묘사할 때도 심정, 날씨, 회상, 감각 등 기술된 것이 많아 감정이입이 되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할 일이 많고 기분이 복잡할 때 아껴두었다가 읽기 좋아 추천해본다. 그래서 나는 집에 아직 읽지 않은 많은 어린이 동화집과 청소년 권장 도서를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읽어볼까 한다.      
 
최승진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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