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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A.I 나오라 그래!

[2022-06-16, 10:30:13] 상하이저널
코로나 봉쇄가 있기 전 3월 초에 있었던 일이다. 큰 아이는 집에서 5킬로 정도 떨어진 홍췐루로 운동하러 다니는데, 비가 안 오는 날엔 당연히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만, 비 오는 날은 내 핸드폰으로 디디(滴滴)를 불러준다.  

홍췐루 지역은 이젠 상하이의 핫플레이스로 주말, 평일을 막론하고 오후부터는 교통 체증이 상상 초월이다. 거기에 비까지 오면 평소 15분이면 가던 거리가 한 시간 가까이 걸린다. 운동시간에 맞추려 한 시간 전에 디디를 불렀는데, 디디가 잘 가다가 갑자기 엉뚱한 길로 빠져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한 시간이 넘게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이는 운동 시간에 늦었고, 디디 결제를 하기 전에 ‘문제 제기’를 눌러 차가 많이 돌았다는 항목을 선택하고 답변을 기다렸다. 요즘엔 모든 일을 A.I 가 처리하기 때문에 카테고리에 들어있지 않은 문제는 해결하기가 쉽지가 않다. 카테고리에서 노선에 문제가 있다고 누르니 A.I가 확인해 본 결과 노선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왔다.  

나는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버튼을 눌러 인공 서비스 신청을 눌렀다. 한참을 기다리니 드디어 디디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민원을 확인해 보니 노선에 문제가 조금 있었고, 3.3위안을 더 받은 것이 확인됐으니 3.3위안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길을 그렇게 돌아 돌아 가놓고 3.3위안 더 받은 게 다라고?' 나는 다시 차근차근 차가 잘못된 경로로 가서 평소보다 비용이 두 배도 넘게 나왔다고 설명을 했다. 아무리 길이 막혀도 반대 방향을 찍고 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하니 

“우리 경로는 내비게이션이 자동으로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하게 되어있는데,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아 지금도 계속 연구개발 중에 있으니 부족한 점이 있어도 넓은 양해를 바라며,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
“……” 

순간 말 문이 턱 막혔다. 이건 뭐 “사장 나오라 그래!”도 아니고, 그렇다고 “A.I 나오라 그래!”는 더더욱 아니고…. 컴퓨터가 최대한 안 막히는 길로 안내하다가 이렇게 됐고, 앞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겠다는데, 누굴 붙잡고 얘기를 하란 말인가? 개발자를 찾았어야 됐나 싶기도 하고…. 결국 나는 3.3위안을 돌려받고 찜찜한 기분으로 통화를 마쳤다.  

‘이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겠구나’   

편리해지고 빨라져서 좋은 줄만 알았지, 이렇게 사람 냄새가 그리워질 줄 미쳐 몰랐다. 거기에 락 다운까지 겪으니, 마음까지 너그러워진다.  

“그래, 한 번 더 돌아가도 내가 이해해 줄 테니 일상으로만 돌아가 다오.” 

대신 딱 한 번만. 두 번은 안 된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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