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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오징어게임

[2021-11-11, 16:38:01] 상하이저널
막내가 오징어게임을 봤냐고 했을 때 무슨 소린가 했다. 궁금해 1편을 보다가 순식간에 끝까지 정주행을 했다. 내가 살던 고장에선 오징어 강산이라 불렀다. 오징어게임을 많이 해 봤고 게임룰을 잘 아는 나는 금을 밟으면 ‘죽었다’ 외치고 다리를 건널 때 몸싸움을 하며 끌어 당겨 끌려 오면 죽었다 말하며 게임 한 판이 끝날 때까지 제외되는 것이 다였는데 드라마 속 오징어게임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게임 내내 서로 공격하는 쪽이 되고자 열심히 했고 공수 교대의 재미로 오징어게임은 인기 있는 게임이었다. 절대 사람은 죽지 않고 흙 바닥에 동그라미, 네모, 세모를 겹쳐 그리면 8-10명이 한 시간은 충분히 놀 수 있는 인기 놀이였다. 그래서 드라마 속에서 탈락 된 이들이 죽어 가는 모습은 너무 큰 충격이었다. 오징어게임을 해 본 적이 없는 세대, 해 본 적이 없는 나라에서의 사람들이 오해 할 까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우리에게는 놀이였던 것이 삶과 죽음의 룰이 추가된 게임이 되고 보니 기분이 묘했다.

사람이 죽는 게임을 벗어나 현실로 돌아가 보지만 죽을 만큼 힘든 현실에 다시 게임으로 모여 든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은 결코 현재와 동떨어지지 않아 전세계의 공감을 받은 듯 하다. 많은 기록을 남겼고 대한민국의 문화가 세계에 각인되어 어깨가 절로 으쓱해지기도 하다.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인류가 비슷한 위기, 사회 현상인지 드라마는 폭발적 반응이었다. 씁쓸하다.

그래서 죽음이 없는 즐거운 놀이였던 어릴 적 놀이들을 다시 소환해 본다. 구슬치기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었겠지만 수많은 놀이 변형이 가능했던 놀이였다. 동네마다 구슬치기를 잘 해 구슬부자인 아이들이 있었다. 여섯, 일곱 걸음 떨어진 곳에 부지런히 구멍을 두 개 파고 왔다 갔다 몇 번 하면 이기는 게임부터 구멍에 있는 구슬을 파내는 놀이도 있었고 세모를 그려 각자 구슬을 두 세 개씩 각출해 넣어 멀리서 시작해 밖으로 튕겨 내어 가져 가는 놀이도 있었다. 손에 구슬을 쥐고 홀짝을 알아 맞추는 놀이도 있었지만 우리 동네에선 구슬이 귀해서인지 많이 움직이며 재미있는 구슬놀이를 더 좋아했었다. 

가장 인기 있는 놀이 중 하나는 드라마에는 없는 ‘비사치기’라는 놀이였다. 각자 더욱 네모나면서 균형을 잘 잡고 우뚝 서 있을 수 있는 손바닥만한 돌을 하나씩 주워 와 6-7걸음 떨어진 곳에 줄 두 개를 그으면 게임은 시작되었다. 가위바위보로 비석을 세울 팀, 비석을 맞출 팀을 결정해 이것도 공수 교대하며 공격 이 되고자 열심히 놀았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생각해 보니 우리가 놀던 놀이들은 모두 열심히 몸을 움직이고 팀으로 하는 놀이가 많았음을 보게 된다. 

밖에 버려진 사기조각, 돌멩이 주워다가 풀을 뜯어다가 소꿉놀이만 해도 어느덧 해가 지고 저녁 먹으러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누구랄 것도 없이 보자기 하나 들고 숨바꼭질하러 모여 들어 잠자리에 들라고 부르는 엄마 목소리에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한 여름 숨바꼭질 하다가 씻고 모기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 느리고 느린 반딧불이를 여러 마리 잡아 성냥으로 만든 집에 가둬 두고 머리맡에 두고 잠들던 시절이었다. 

오징어게임 드라마 열풍으로 들려주는 게임 이야기를 아이들이 동화책 듣듯 들으며 신기해 한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 아련해 진다. 갑자기 함께 놀던 문숙이가 생각난다. 

Renny(denren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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