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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나의 사랑 '히카마'

[2021-08-19, 13:04:08] 상하이저널

세계 20대 건강식품인 ‘히카마’는 멕시코 감자 또는 ‘얌빈’이라고도 불리는 콩과에 속하는 뿌리식물이다. 히카마를 처음 본 건 5, 6년 전 허촨루(合川路)에 새로 생긴 재래시장에서였다. 순무인줄 알고 사 와서 무김치 담그려다 뭔가 순무와는 살짝 다른 느낌에 바이두를 검색해보면서 히카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상하이에선 디과(地瓜 dìguā)라고 부르지만 인터넷에서 디과를 검색하면 고구마가 뜬다. 가장 많이 쓰는 이름은 샤거(沙葛 shāgě),량슈(凉薯 liángshǔ),도우슈(豆薯 dòushǔ) 등 중국에서 히카마를 부르는 이름은 무려5~6가지가 된다. 

성인 주먹보다 훨씬 큰 사이즈로 콩과 식물이라고는 전혀 상상이 안 가는 모양이다. 배처럼 아삭하기도 하고 밤처럼 밍밍하기도 하다. 생으로도 먹을 수 있고 익혀서도 먹을 수 있는데, 중국에선 채 썰어 볶아 먹거나 만두소로 넣어 먹는 등 조리법이 다양하다. 나는 주로 무생채 무침처럼 히카마 무침을 해먹거나, 전으로 부쳐먹거나, 고추장 불고기에 양파와 함께 썰어 넣는다. 나는 히카마의 최고의 한식 조합은 고추장 불고기라고 생각한다. 

작년 코로나 여파로 집에만 갇혀 있으면서 히카마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다가 지난주 히카마 판매자의 문자를 받고, 잊고 있던 존재를 다시 떠올렸다. 문자를 받고 바로 주문을 넣었는데 일주일 넘게 배송이 지연됐다. 더 이상 기다리기가 어려웠다. 마침 주말도 됐겠다 시장으로 직접 사러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먼저 히카마가 시장에 나왔는지 확인도 할 겸 메이퇀(美团)에 샤거(沙葛)를 검색하니 이미 시장에 나와있었다. 

배송을 시킬 수도 있었지만 직접 보고 구매하고 싶어 태풍을 뚫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시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집 근처에 있는 시장 4군데를 다 가보았지만 히카마를 파는 집은 없었다. 우비 입고 우산에 슬리퍼 질질 끌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다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니 살짝 오기가 발동했다. 다시 메이퇀을 열어 판매하고 있는 시장을 검색해 보니 가장 가까운 곳이 3km 정도 떨어진 구베이 태양시장이었다. 마침 시장 앞 버스정류장에 태양 시장 가는 버스가 있었다. 계획에도 없는 옆 동네 시장투어가 시작됐다. 

태양 시장 2층 채소코너에서 드디어 발견! 그런데 달랑 하나 남았단다. ‘내가 이거 하나 사려고 여기까지 왔나.’ 야채코너를 두 바퀴 돌아 또 다른 집을 발견했다. 진열된 게 하나밖에 없어서 살짝 긴장했지만 오늘 마침 물건이 들어와서 싱싱한 거 많다며 계속 꺼내어 저울 위에 올려놓는다. 이렇게 다섯 덩어리를 사 왔다. 첫 집에서는 마지막 하나라고 한 근에 7위안에 샀고, 두 번째 집은 오늘 들어와 싱싱하다며 한 근에 10위안씩 주고 샀다. 태풍 때문에 채소값이 올라 겨우 1위안을 깎아 60위안을 지불했다. 메이퇀에서 가격을 보고 온 지라 바가지는 쓰지 않았지만, 평소 재래시장의 바가지는 현지인도 피해갈수 없는 난관이므로 부르는 대로 값을 지불하고 룰루랄라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가 좀 그쳤다 싶어 공용자전거를 풀러, 우산은 자전거 바구니에 찔러 넣고 집으로 향했다. 얼마 가지 않아 비는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비 모자는 바람에 자꾸만 벗겨져 결국 모자 쓰기를 포기하고 20분을 달려 집에 도착했다. 빗물, 흙탕물 다 뒤집어쓰고 두 시간 반 만에 공수해온 ‘히카마’, 껍질을 쓱쓱 벗겨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래, 이 맛이야! 밍밍한 이 맛!’ 

반장엄마(erinj12@naver.com

<아줌마 이야기> 코너가 올해부터 <허스토리 in 상하이>로 바뀌었습니다. 다섯 명의 필진들이 상하이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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