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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112]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2021-06-29, 13:52:30] 상하이저널
하완(일러스트레이터) | 웅진지식하우스 | 2018.04.23
하완(일러스트레이터) | 웅진지식하우스 | 2018.04.23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스무 살 청춘, 꿈에 미쳐라> 등 우리 주변에는 열정을 가지고 꿈을 향해 노력하는 삶을 예찬하는 책이 넘쳐난다. 지난 여름 서점에서 이 책 제목을 본 순간, ‘오~! 그래 맞다 너무 참신한대?’하며 저절로 손이 갔던 책. 하지만 곧바로 ‘그럼 열심히 살지 않으면 어쩌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때론 제목에 끌려 책을 사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내용의 책은 소장하지 않는다는 나만의 원칙에 의해 스쳐 지나쳤던 책이다.

일 년 전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공포로 준비 없이 한국으로 오게 되어 읽을 책 한 권조차 챙겨오지 않았는데 조카 방 책꽂이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오십이 가까워가는 이 나이에도 매일을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나로서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작가가 너무 대책이 없다는 생각도 들고, 모두 그렇게 대충 살라는 건가 하는 반감과 함께 작가 생각에 대한 반론을 짜내가며 읽어 내려갔다.

작가는 4수 끝에 홍대 미대에 진학하고 늦은 나이에 군대를 다녀오고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찾기 위해 3년 백수로 지내다가 회사에 입사하고 동시에 프리랜서로 그림을 그리던 중 회사를 그만두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작가는 다른 자기계발서와 달리 그저 담담히 자신의 삶을, 자신의 생각을 풀어 내려간다. 아주 쉽게 농담을 던지듯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결론을 내고 그 후엔 아니면 말고 라는 식으로 마무리 지었다.

책 읽기를 마칠 즈음에 나는 작가의 ‘메인 아이디어’(우리가 영어지문을 읽고 사지선다에서 답을 찾는 문제)는 지금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인생의 ‘지금’을 즐기라는 것임을 알게 됐다. 책을 읽으며 깊이 공감하게 된 몇 구절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상은 우리에게 열정을 가지라고 강요하고 그 열정을 약점 잡아 이용하고 착취한다. 그래서 열정을 함부로 드러내는 건 위험하다. 이런 세상이라면 차라리 열정이 없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찾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반면 나처럼 좋아하는 건 많지만 강렬하게 뭐가 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괜찮다. 이런 일은 싫다든지, 이런 쪽으로 더해보고 싶다든지. 그럴 때마다 선택하며 나아가면 된다.

-혹시 지금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면 아마도 뒤처진 게 맞을 게다. 하지만 뒤쫓을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속도와 길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느린 건 창피한 게 아니다. 인정하자.. 인생도 더 길어졌는데 빨리 가서 뭐 하려고 그러냐.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나만의 속도로 내게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고,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나름 즐거움이 있고 행복한 삶이라는 것. 작가의 이러한 이야기는 ‘열심히 살면 뭔가를 얻을 수 있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나의 오랜 생각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주었다. 비록 예정치 않은 한국 방문으로 매일매일 반복되고 자체 자가격리로 답답한 삶이었지만, 먹고 쉬고 웃을 수 있는 시간들을 소중히 생각할 수 있게 한 책이다.

정혜심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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