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콩에서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2억5000만 위안(430억500만원)을 날린 90대 여성의 사연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개인이 당한 보이스 피싱 규모 중 역대 최고 규모로, 범인은 19살 명문대 남학생으로 드러났다.
중국신문망(中国新闻网)은 20일 홍콩섬 정상에 위치한 저택에 거주하는 90세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운전 기사와 2명의 가사 도우미와 살고 있는 그녀는 지난해 8월 '본토 공무원'이라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당신의 신분증이 도용되어 중국 본토에서 심각한 사건에 연루되었으니, 그녀의 은행 계좌가 '블랙머니'와 연계되었는지 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좌에 들어있는 돈을 지정 계좌로 이체하면 검사를 마치고 5월에 돌려 준다"고 말했다.
며칠간 공포감에 휩싸여 송금을 주저하고 있는데, '본토 공안'이라는 사람이 그녀의 집을 직접 찾아왔다. 그는 그녀의 신분증을 포함한 개인 정보를 정확하게 진술하며 그녀의 의심을 풀었다.
이 가짜 '공안'을 믿은 그녀는 지난해 8월 지시대로 790만 위안을 송금했다. 이후 8월 중순부터 올해 1월4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2억4700만 위안을 그가 지정한 2개의 계좌로 송금했다. 단 5개월 만에 2억 5000만위안이 털린 것이다.
빈번히 거액을 송금하는 것을 의심했던 은행 직원은 무슨 용도인지 물었지만, 그녀는 "고급 부동산을 구매한다"고 핑계를 댔다. 은행 직원은 그럴 듯한 이유라고 여겨 더 이상 의심 없이 거액을 송금했다.
처음으로 이상한 낌새를 챈 것은 가정부였다. 가정부는 집주인이 자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은행을 오가는 것을 이상히 여겨 집주인 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딸은 친척에게 엄마의 행동을 추적해보라고만 요구하고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시간은 흘러갔다.
결국 올해 3월 2일에서야 거액이 송금된 사실을 파악한 딸은 엄마를 데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달 25일 19살 황모군을 체포했다. '본토 공안'을 사칭했던 황군은 홍콩이공대학(The Hong Kong Polytechnic University)의 1학년 학생으로 드러났다. 그는 "나도 예전에 보이스피싱의 피해자였고, 이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해 가짜 공안 행세를 했다"고 털어놨다. 현재 경찰은 이들의 계좌에 남아 있는 900만 위안을 동결했다.
한편 이번 사건 담당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로한 부모님에게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면서 "식구들이 피해자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살폈더라면 이 같은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신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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