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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감’과 ‘울림’을 주는 시인으로

[2021-04-17, 05:55:05] 상하이저널

-전병석 시인(상해한국학교 교장)

 

 

 


“시인이 된다는 것은 큰 영광이고 가슴 설레는 일이다. 그런 마음으로 시를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사람들에게서 위로받고자 한다.”


상해한국학교 전병석 교장이 늦깎이 시인이 됐다. 학교에서 상을 주는 자리에 섰던 그가 시인으로 상을 받았다. 국어교육학을 전공하고 35년간 교육자로 일해오다 뒤늦게 시집 두 권을 펴냈다. 그리고 최근 문예지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시인으로 정식 등단했다. 교육자가 시를 쓰고 시집을 내는 것이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을 수 있다. 교사 출신 시인 한 두 명은 어렵지 않게 떠올려 지기 때문이다. 학교와 아이들이라는 소재가 ‘시’상을 떠올리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지 않을까, 선입견도 가져본다.

 

그런데 전병석 시인의 첫 시는 학교와 아이들이 아니다. 오래 전 여읜 ‘어머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큰 ‘공감’을 끌어냈다. 이번 신인상 당선작도 인간의 이기와 욕망, 자연과 삶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 심사위원들의 표현대로 군말 없고 간결한 표현에 깊은 ‘울림’이 있다.
 
문예지가 생존하기 어려운 요즘 '제12회 문학상’을 이어온 계간지 <문학청춘>이 올해 신인상에 전병석 시인을 올렸다. 시를 통해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고, ‘공감’과 ‘울림’을 주는 시인이 되겠다는 그의 시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번 문학상 신인상 수상 소감 

 

기쁘고 행복하다. 교사로 발령이 나서 첫 학교에 부임해 학생들을 만난 만큼의 기쁨과 행복이다. 시를 쓰는 일이 쉬웠다. 나와 주변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런데 문학상에 당선되고 나니 신인상으로 뽑아준 문예지의 수준에 맞게 시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부담도 된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환상을 보고 아비들은 꿈을 꾸리라”는 말씀처럼 늦은 출발이지만 새봄 같은 시를 많이 쓰는 꿈을 꾼다.

 

-이번에 수상한 시는 어떤 작품


‘천변 왕버들에 부쳐’, ‘소문’, ‘폐광촌’, ‘라오산(崂山)’, ‘장거리 택시 안에서’ 등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주변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느낀 것들을 문장으로 표현했다. 이 중 ‘라오산’은 칭다오 여행에서의 생각을 글로 옮겼다. 칭다오 사람들은 엄청난 규모의 상을 만들어 노자를 기린다.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노자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일뿐, 노자를 구경거리로 전락시킨 현 세대를 얘기했다.


노자(老子)보다/맥주가 더 유명한 칭따오/바닷가 라오산에 흰 바위들/비단처럼 펼쳐있다/산보다 키 큰 청동 입은 노자/도덕경은 모르겠고/사진 배경으로 딱 좋다/노자를 만나도 부끄러움이 없는/사람들 욕심은/사진으로 남는 것/노자는 언제/이리 무거운 청동을 벗을까/검은 소를 타고/함곡관을 빠져갈까/아, 한 갓 꿈, 무위자연이여! –라오산(崂山)


이처럼 시를 쓰게 된 후부터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변화와 의미를 발견하게 됐다. 히말라야를 오르는 묵직한 짜릿함도 좋겠지만, 동네 뒷산이나 골목을 어슬렁거리면서 살아 움직이는 일상의 가벼운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이다.


-시를 본격적으로 배운 경험, 시를 쓰게 된 계기


시를 분석하고 가르치는 국어교사였다. 시와 가까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시인을 꿈꾸지는 않았다. 국어교사로 시를 가르치는 것과 쓰는 것은 엄연한 경계가 있다. 써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았다. 어머님 돌아가신 후 6~7년이 지나고 고인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다. 어머님의 물건, 일, 사람들과 얽힌 느낌을 정리해서 사진 한 장과 함께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20여 명과 공유해 온 나의 글이 우연히 출판인을 만나 시집으로 나오게 됐다. 첫번째 시집 <그때는 당신이 계셨고 지금은 내가 있습니다>는 어머님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다.

 

-영향을 받은 시, 평소 좋아하는 시인


시를 많이 읽지 않은 편이다. 정호승, 안도현, 나태주 시인을 좋아한다. 이 시인들의 시는 쉽게 읽힌다.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정서, 서정적인 시 세계를 좋아한다. 


이 시인들의 영향을 받았다기 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 친숙한 사물, 소시민의 애환, 가족의 사랑, 노년의 외로움 등을 쉽고 단순하게 표현하고 있다. 쉽지만 울림이 있는 시, 생활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지향하면서 시 쓰기를 하고 있다. 시에 늦게 입문한 저로서는 배움이 즐거운 평생 학습자의 마음으로 꾸준히 그리고 즐겁게 시를 쓰고자 한다.

 

-요즘 학생들에게 ‘시’를 읽고 쓴다는 것


학교에서 시를 가르쳐보면 어렵다. 교과서 연구자들이 연구한 시들 때문이다. 입시를 위해 해체하고 분석할 수 밖에 없다.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감상이 아닌 이론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학생들을 시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이유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시를 낭송하고 녹음하고 음악처럼 느껴지도록 하거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의 수업을 한다. 시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하지만 입시와 균형을 잡아가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시인으로서의 삶과 꿈


1년에 한 권씩 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매년 출간해 퇴임까지 5권을 내고 싶다. 늦은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이 다른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 모든 일에 시기와 때가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먹으면 그때가 때다. 관심을 갖고 있으면 한 번은 그 ‘때’가 온다. 남이 알아주는 것과는 상관없이 내가 즐거운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그것이 나의 ‘때’인 것이다.


늦깎이 시인인 나를 통해서 느꼈으면 싶다. 나 같은 노인도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도전하는구나 생각했으면 좋겠다. ‘꿈’은 불덩어리와 같다. 하나만 던져주면 간섭하고 강요하지 않아도 타오른다.

 

고수미 기자

 

 

전병석(1961)
-경북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전 국어교사, 대구중학교 교장, 천진한국학교 교감
-현 상해한국학교 교장
-‘문학청춘상’ 시 부문 신인상 수상
-<그때는 당신이 계셨고 지금은 내가 있습니다>(2018), <구두를 벗다>(2019)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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