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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_ 우수상] 당신이 있어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0-12-14, 10:57:48] 상하이저널
닫힌 문

2019년 12월 중국 우한(武汉)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2020년 1월 전중국을 강타했다. 물론 상해(上海)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해 홍췐루(虹泉路)에서 작은 식당을 경영하던 나는 식당 문을 닫고, 남편과 10대 딸 둘과 함께 집 현관문도 굳게 닫았다. 이때부터 우리 가족의 일상은 약 2주간 140핑방미(平方米) 남짓의 우리집에서만 이루어졌다. 

홍췐루 모든 상점들은 굳게 문을 닫았고 생존을 위한 필수품 구매가 가능한 마트 몇 곳만 문을 열었다. 하루 일과는 굉장히 심플했다. 늦은 아침 일어나 어젯밤에 생겨난 각 지역별 확진자와 사망자를 확인한 후, 아이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거실 혹은 각자의 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오후 3시쯤 되면 나 혼자 마트에 나가 필요한 먹거리와 생필품들을 사고 집에 돌아와 정리 후 다시 저녁을 준비한다. 저녁을 먹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그동안 보고싶었던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예능을 보며 깔깔거리다가 각자의 하고 싶은 말들을 하며 들어준 후, 다시 잠자리에 든다. 

돌이켜보면 상해에 정착한지 13년의 시간 동안 오롯이 온 가족만이 24시간 함께 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분명 없었으리라… 평소에도 말이 많은 아빠의 이야기를 더 많은 시간 들어야 하는 딸들이었지만, 큰 불평 없이 아빠와 대화를 주고 받으며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던 그 시절 우리집안 공기는 참 따뜻했다.

매일 눈 뜨면 불어나 있는 중국內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확인하며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지만, 4명의 가족구성원이 살을 맞대고 함께 이야기 하며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던 그 시절에 난 매일 밤 기도하며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가족들이 있어 오늘도 감사합니다.”

열린 문

2주 남짓 가족과 닫힌 문 안에서 생활하던 그 때, 식당 건물 우예(物业)에서 연락이 왔다. 징팅춘(井亭村)에서 선별적으로 식당 문을 열 수 있게 해준다며, 10장에 가까운 엑셀파일과 승낙서(承諾书)를 보내 주었다. 다 기입하고 대표 사인과 영업집조(营业执照) 공장(公章)을 찍어오면 가게 문을 열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일상을 회복해야겠다는 신념 하에 모든 서류를 제출하고 식당영업 준비에 들어갔다. 당시에는 구하기 어려웠던 체온계와 손소독제 등을 구비해 매장 입구에 두고 1개월 만에 식당영업을 시작했다. 대면식사는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와이마이(外卖) 먼저 개시했다. 생각보다 영업은 나쁘지 않았다. 한국에 가족을 두고 혼자 들어온 남자분들이 꽤 많이 음식을 시켜 드셨다. 

점차 홍췐루에 문 여는 식당이 많아지고 상황이 좋아지자 매장 내 식사가 가능해졌다. 집에서 식사를 시켜만 드시던 교민분들이 답답하셨는지 문을 연 식당을 찾아 나오시면서 매장에 손님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뭔가 활기찬 기운이 돌았다. 매장에 오신 손님들은 만나면 서로 인사를 주고 받고,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집에서 어떻게 지냈느냐고 안부를 묻기도 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매장에 웃음소리가 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났으며 그 활기는 엷지만 넓게 홍췐루에 퍼졌다. 그리고 그 활기에 우린 조금씩 일상을 되찾아 가고 있었고, 마음 한 켠에 두려움과 공포보다는 따듯함과 희망이 생겨나고 있었다.

못 보던 분들이 하나 둘 상해로 복귀하기 시작하고 식당 외에 다른 서비스 직종들도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홍췐루는 다시 전과 같아졌다. 완전히 같아졌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제 다시 돌아왔구나’라고 느낄 만큼은 되었던 것 같다. 우리 매장도 직원들이 다 복귀하고 전과 같은 영업시간, 영업패턴으로 돌아왔다. 중간중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쨌든 우리 매장이, 아니 홍췐루가, 한국 교민사회가 다시 일상을 회복하게 되었음에 감사한다. 생각해보니 이제 막 매장 內 대면식사가 가능했던 그 즈음 난 자기 전에 또 기도를 드렸던 것 같다. “우리 가게를 찾아 준 교민분들이 있어 오늘도 감사합니다.”

당신들이 있어 오늘도 감사합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월에 ‘한국상회(한국인회)’에서 교민 대상으로 마스크를 지급한다고 공지가 나왔다. 남편은 분주하게 웨이신(微信)으로 신청을 하고, 마스크를 단단히 끼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마스크를 받아서 돌아왔다. 

처음엔 마스크를 보고 너무 놀랐다. ‘이 어려운 시국에 이 마스크들을 어디서 구하셔서 교민분들께 나누어 주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의 질량이 예상보다 너무 좋은 한국 KF94 였고, 수량도 적지 않았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해 각 가정당 1인만 마스크 수령이 가능해서 남편을 보냈지만, 돌아오는 남편 손에 들려 있는 마스크를 보고 ‘내가 가볼껄...’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어려운 시절에 마스크를 제공해준 한국 기업들도 위대하고, 그걸 교민분들에게 최대한 많이, 빠지는 분 없이 챙겨주려고 노력하는 한국상회(한국인회)가 새삼 너무 고마웠기에 마음을 좀 전해드릴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8월부터 친한 지인들이 하나 둘씩 상해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준비되어 있는 전세기를 통해 상해로 들어와 지정 격리호텔에서 2주를 보내고, 각자 집으로 가는 것이다. 몇몇 지인들이 격리 후 만남을 가졌을 때, 다 같은 말을 했다. 호텔이 예상한 것보다 너무 좋았고, 매일매일 우유와 빵과 삼계탕 등 많은 먹거리가 제공되어서 힘들지 않았다며 나오기 싫었다는 지인도 여럿 있었다. 

한국을 다녀와 보지 않은 나로써는 격리가 어떤 것인지 감히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교민분들의 한결 같은 반응들을 봤을 때는 한국상회(한국인회) 분들이 정말 뒤에서 물심양면 노력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세기, 호텔 그리고 간식과 먹거리까지…이런 세심함은 연애할 때 남편한테 받았던 관심 그 이상이라 여겨질 만큼 정말 꼼꼼하고 세세한 관심이라 다시 한번 고마움이 느껴졌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내는지는 각자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삶은 다 다른 모습을 하고, 인간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므로… 그러나 여기 상해라는 도시, 그 안에서의 한국 교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한국상회(한국인회)’ 라는 단체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코로나 시대를 극복해 나아갔고 정말 많은 지지를 받았다.

마스크 배부, 교민 전세기, 교민14일 격리 호텔 선정 등 교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한국상회가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은 상하이 저널이나 주변 지인들의 웨이신 모멘트만 봐도 알 수 있다. 늘 우리 곁에 있었고, 늘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낸 ‘한국상회(한국인회)’분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당신들이 있어 오늘도 감사합니다.”

조미선(상하이 교민)


부족한 제 글을 높이 평가해 주시고 우수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글을 시작할 때에는 무엇을 써야 하나 고민했는데 쓰다 보니 그 엄혹한 시기에 나와 함께 웃어준 가족,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되어준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감사는, 스스로 찾고 그 마음을 전할 때 더욱 빛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상하이저널 독자 여러분들도 분명 감사한 일들이 많으실 겁니다. 지금 바로 여러분 주변에 있는 수많은 감사 제목과 감사한 당신들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분들께 마음을 전하세요. “당신이 있어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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