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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공무원의 역할을 했을 뿐, 비대위의 ‘의지’와 ‘능력’이 해낸 일”

[2020-11-02, 11:50:49] 상하이저널
상하이저널 창간 21주년 기념 기획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넘는 사람들 
④ 맹훈재 상하이총영사관 사건사고 담당 영사

 

 “공무원의 역할을 했을 뿐, 비대위의 ‘의지’와 ‘능력’이 해낸 일”


“상하이 교민사회의 코로나19 대처는 비대위와 한국상회 등 집행부의 ‘의지’와 ‘능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공관은 공무원으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코로나19 민관합동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서 함께 한 맹훈재 영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비대위에 공을 돌린다. 또한 ‘관’을 대표해 교민 담당과 사건사고 담당 영사 2명이 비대위와 함께 했지만 2~3월 급박했던 기간 최영삼 총영사 지휘아래 25명 영사 모두가 코로나 체제로 돌입해 각자 맡은 업무를 수행했다고 전한다. 실제 2~3월 코로나19로 혼란스럽던 시기, 영사관은 공항•격리•지방정부 담당 등 역할을 나눠 대응했다. 또 최영삼 총영사가 직접 중국의 코로나 규정 정책 등 정보 혼란을 겪는 교민들을 위해 직접 Q&A를 작성해 게시하기도 했다.

민관합동 비대위를 중심으로 코로나19를 슬기롭게 대처한 교민사회에 맹훈재 영사는 “공관과 교민사회는 계속 만나야 한다.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어디가 불편한지, 뭐가 필요한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 등에 대해 알게 된다”라며 민’과 ‘관’의 꾸준한 소통을 강조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 모두가 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으로서의 마땅히 해야 할 업무 역시 ‘의지’와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교민들이 먼저 눈치챘을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상하이 교민들은 공관의 역할, 영사관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입을 모은다.

  상하이총영사관 맹훈재 영사

 

상하이 교민들은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총영사관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다. 해외 교민사회의 사건사고를 담당하면서 느끼는 코로나19는 어땠나?

정말 혼란스러웠다. 코로나19 관련 업무가 평소 하던 일이 아닌데다가 현지 지방정부의 방역조치가 상황변화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지역마다 달랐다. 무엇보다 현장에서는 시정부가 발표한 내용과 맞지 않는 조치들이 시행되면서 교민들은 당황했고,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영사관 콜센터, 비대위 위챗방, 영사관 대표메일, 국민신문고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문의와 민원이 들어왔다. 

현지 지방정부의 조치 내용에 대해 바로바로 공지를 했지만, 현장에서는 공지된 내용과 다른 조치들이 발생되면서 교민들은 당황해 했다. 

공관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민관합동 비대위가 공관의 귀과 입, 손과 발이 돼줬다. 공관에서 당장 확인해서 공지할 수 없는 사안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으면, 비대위에서 관련 상황을 확인한 다음 ‘긴급공지’를 만들어서 위챗방을 통해 곧바로 교민들께 전파했고, 교민들은 이걸 보고 신속하게 대비할 수 있었다. 

민원 대응과 관련해서도 비대위는 500명씩 가입된 위챗 단체방 수 십 개를 직접 관리했기 때문에 영사관으로도 접수된 민원보다 더 많은 민원을 처리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비대위와 영사관은 24시간 소통하면서 서로 상대방 입장을 잘 이해했으며, 불평하지 않고 격려했다. 

공관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으로서 응당 했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지만, 비대위는 해야 할 의무도 없는 일을, 교민단체 차원에서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어도 될 일까지도 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 상하이를 떠나더라도 상하이에는 이런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와 함께 보낸 올해, 상하이 교민사회는 그 어느 지역보다 훌륭하게 대처한 상하이 민관합동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비대위에서 상하이총영사관 사건사고 담당인 맹 영사의 주요 역할은 무엇이었나? 

1월 23일 민관합동 비대위 창설 모임에 참석했다. 우한지역에 국한된 일로 여겼던 코로나19문제가 그날 오전 우한 봉쇄 발표가 나온 뒤에 상황이 급변했다. 본부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 지원요청 공문 보내고, 공관 자체 비상대응계획 만들어 놓은 다음 오후에 홍췐루 커피숍에 교민담당 정재훈 영사님과 같이 나갔다. 춘절 연휴 전날이라 다들 마음이 바빴을텐데도 교민단체 대표 몇 분들이 연휴기간의 대응체계부터 마스크 공급문제 등을 고민하고 계셨다. 이때부터 비대위가 시작돼서 비대위와 함께 24시간 전화, 위챗, 회의 참석 등 소통하면서 많은 일들을 같이 처리했다. 

나와 정 영사님은 비대위와 영사관 간의 소통채널 역할을 했다. 비대위는 현장에서 발생되는 수 많은 문의와 민원들을 직접 대응하면서 파악한 내용 중에서 영사관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거나, 대응이 필요한 문제 등을 전달해 줬다. 그것을 받아서 저희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거는 직접 답변하거나 처리를 했고, 그렇지 않은 문제는 담당부서에 전달해서 처리되도록 했다. 

또, 거꾸로 영사관 차원에서 부탁을 드리는 것도 많았다. 격리된 분들 지원요청이라든가, 영사관에서 공지하기 어려운 거를 비대위를 통해 공지되도록 협조하기도 했다. 총영사님은 초기부터 공관에서는 무엇보다 국민들께 가능한 정확한 정보를 바로 바로 알려드리라고 당부했고, 직접 Q&A를 만들어서 게시하기도 했다. 

나는 주로 △2월초부터 3월초까지 상하이 정부의 방역조치내용, 격리 사례 유형과 방역조치 관련 중국의 법령과 위반사례, 처벌내용 △현장에서는 가급적 방역요원과 부딪치지 말고, 방역조치를 따라주길 바라는 내용 △영사관에 신고할 때 좀 더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에 대해 위챗 공식계정 등을 통해 알렸다. 또 격리, 발열자 등과 관련된 민원 대응 등에 관한 일들을 처리했다. 

 코로나19 상하이 민관합동 비상대책위원회  


특히 중국이 코로나로 긴장감이 돌았던 올해 봄, 영사님의 역할이 컸던 기간이었다. 직접 해결에 나섰던 사건사고 중 보람있었던 사례 몇 가지.

2월말 방역조치가 강화되기 시작할 무렵 상하이에서 격리된 여성이 수술한 지 얼마 안돼 계속 출혈하면서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이 분과 위챗으로 관련 증거들을 받아서 그 상황을 관계기관에 며칠 동안 계속 전달한 끝에 격리를 중단하고, 장쑤성 자택으로 갈 수 있었다. 

젖먹이 등 2명의 자녀를 둔 아이 엄마가 푸동공항 입국과정에서 발열로 인해 병원에 갔는데, 1차 검사 결과 의사환자로 분류됐고, 병원측에서는 규정상 감염방지를 위해 자녀들과 격리해야 한다면서 간호사가 병실에서 아이들을 데려간다고 와 있었다. 아이 돌봄 문제에 대해 여러 번 요청을 했지만, 병원측은 완고했다. 엄마도 울고,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도 울기만 했습. 게다가 아기 분유와 기저귀가 들어 있는 가방은 공항에 있었고, 장쑤성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던 남편이 밤늦게 상하이까지 왔지만, 짐도 못찾고, 가족도 만날 수가 없었다. 부부는 모든 것을 책임질테니 아이들과 엄마가 같이 있을 수 있게만 해달라고 했다. 계속 요청한 결과 병원측에서 서류를 만들어 와서 다음날 새벽 아이엄마가 서명한 뒤에야 해결됐다. 다음날 아침 최병철 영사님이 직접 푸동공항에 가서 가방을 찾아 병원까지 갖다 줬다. 다행히 검사결과 음성이 나와서 호텔로 격리하러 갔는데, 가족들이 함께 격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3월초 상하이에서 혼자 거주하던 50대 남성이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4월 초에는 당뇨 등으로 인한 중증 합병증 상태에서 혼자 거주하던 50대 남성이 사망 직전 신고돼 응급실로 후송했지만 다음날 사망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국내에 있는 유가족은 격리문제 등으로 올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두 건 모두 위임절차를 통해 처리할 수 밖에 없었는데, 특히 두 번째 사건은 유가족이 장례를 치르기조차 어려운 형편이었다. 위임처리절차는 까다로웠지만,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원만히 마칠 수 있었다. 상하이 한국상회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분을 위해 기꺼이 장례비를 지원하겠다고 했고, 화동 SOS 솔루션에서는 사망자 자택의 유품정리 현장에 나와 도와줬다. 

또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상하이시 정부 외사판공실 왕용 처장님의 열정적인 태도와 지원에 대한 고마움이다. 밤늦은 시간이나 휴일에도 위챗으로 민원을 전달해도 최대한 빨리 확인해서 답변을 줬다. 왕 처장님은 저 뿐 아니라 우리나라 관련 업무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감사드린다. 

반면, 모두가 처음 겪는 코로나19에 애로사항 해결을 요청하는 교민들로 힘든 점도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1월 23일부터 시작해서 춘절 연휴, 항공편이 중단된 3월말까지가 가장 힘들었다. 비대위는 더 힘들었겠지만, 민원전화와 위챗 메시지는 새벽에도 휴일에도 계속 들어 왔다. 공지하고, 설명하고, 또 설명하고, 처리하고, 보고하고….

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지만, 응당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통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던 적이 있었다. 불필요한 말로 마음을 상하게 한 적도 있었다. 모두 내가 부족한 탓이다. 그 때도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교민사회에서 발생한 이슈해결을 위해 민과 관이 함께 한 것에 상하이 교민들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모범으로 손꼽고 있다. 특히 사건사고 등 교민들과 밀접한 분야에는 민관이 함께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담당 영사로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인이나 조직이나 각자 잘 하는 분야가 다 다르고, 누구도 열 가지를 다 잘 할 수 없듯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제도와 문화가 다른 외국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응하는 것은 더욱 그럴 것이다. 

이번에 상하이에서 코로나19 대응을 특별히 더 모범적으로 하게 된 데에는 우선 상하이 한국상회 집행부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꼭 하고 싶은 얘기는 상하이에는 ‘화동 사건사고 SOS솔루션’이라는 교민안전과 관련한 봉사단체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이 단체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화동 SOS 솔루션은 봉사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분들로 구성돼 있다.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오랜 경험도 축적돼 있다. 평소에도 영사관 사건사고팀과 상시 연락하면서, 중요한 사건사고를 공유하고 사안에 따라서는 공동 대응하고 있다. 의료지원팀 홍성진 선생님에게도 신세를 많이 졌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민관합동 비대위 박상민 위원장님과는 정말 협조가 잘 됐다.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소통하고 협의했다. 특히, 국민들이 필요로 할 때 가능한 범위내에서 빨리 정보를 알려드려서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에 대한 협조가 잘 됐다. 영사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 드릴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비대위 차원에서 긴급공지 형태로 곧바로 자료를 만들어서 배포했다. 덕분에 교민들이 벌어지는 상황을 더 빨리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공관과 교민사회는 계속 만나야 한다.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어디가 불편한지, 뭐가 필요한지, 그 때 왜 그랬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 등에 대해 알게 된다. 있던 오해가 풀리고, 오해할 뻔 했던 상황도 이해가 된다. 

끝으로, 올해는 코로나19로 집중됐지만 그 외에도 꾸준히 교민사회에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있는 것으로 안다. 예방차원에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올해 우리 총영사관 관내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민원 외에 통상적인 사건사고는 많이 줄었다. 그런데 유독 늘어난 것이 있다. 바로 음주운전이다. 국내에서도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계속 강화되고 있지만, 중국에서 음주운전으로 걸리게 되면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마판(麻烦)하다. 

음주운전을 비롯 폭행, 재물손괴, 심지어 돌연사 등 각종 사건사고는 대부분은 술과 관련이 돼 있다. 술을 적게 드시면, 건강에도 좋고, 사건사고에 연루될 소지도 거의 없다. 술만 적게 드셔도 훨씬 더 안전해 질 수 있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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