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는 허용되어야 할까?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도입되는 것이 최선일까? 팬데믹은 이러한 질문을 전 세계 국가들의 목전에 가져다 두었다. 그중 일부는 자국의 상황을 고려하여 원격의료 산업에 뛰어들기를 택했지만, 한국의 원격의료는 여전히 쟁점의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보다 앞서 이러한 단계를 거쳐 발전해 왔다. 현재 중국 내 원격진료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해당 산업은 어떠한 양상을 보이고 있을까?
중국 내 원격진료 산업의 현황
원격의료 산업은 2014년부터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육성해온 사업 중 하나이다. 주목적은 대도시에 집중된 불균등한 의료자원의 분배였으며, 정부의 정책적인 지지에 더불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더욱 성장하게 되었다. 중국 내 시장 조사기관 아이리서치(艾瑞集团, iResearch)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온라인 원격의료 산업의 성장률은 50.5%, 규모는 408.9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아이리서치(艾瑞集团,iResearch)
현재 중국 내의 원격진료 사업은 플랫폼 기업이 의사 개인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인터넷 병원을 설립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여기서 인터넷 병원이란 중국 정부가 2015년에 도입한 시스템으로, 오프라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을 위한 온라인 의료 서비스 플랫폼이다. 때문에 인터넷 병원과 원격진료를 이용하기 위해선 먼저 오프라인 병원에서의 초진이 필요하며, 원격진료는 가벼운 질병 혹은 만성질환 환자에 한하여 재진만이 가능하다.
비단 원격진료뿐만 아니라 처방약에도 한계는 있다. 인터넷상에서 구입 가능한 처방약의 범위는 당뇨 혹은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나 감기, 배탈과 같은 비교적 일상적인 병에 쓰이는 약에 한했다. 이렇듯 여러 불편함이 있으나, 지속적으로 처방약을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 환자의 경우, 약 처방을 위해 매번 병원을 방문할 필요 없이 온라인으로 전자 처방전을 받고 의약품을 집으로 배송받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출처: 바이두(百度)
2020년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이 더욱 확대되었다. 인터넷 병원에서의 진료비용뿐만 아니라 처방약 비용 또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 병원의 담당 의사가 전자 처방전을 발급하면 심사를 거친 후 건강보험에 지정한 약국으로 처방전이 전달되고, 건강보험 급여에 해당되는 금액은 건강보험 기금에서 지불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원격진료는 어디서 받아야 할까?
중국의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은 크게 원격진료, 건강관리 서비스, 전자상거래의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그중 가장 보편화되어 있으며, 자주 사용되는 플랫폼을 꼽으라면 단연 핑안굿닥터(平安好医生)와 알리건강(阿里健康)일 것이다. 중국 원격의료 산업의 양대 산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두 플랫폼은 각각 원격진료와 의약품 전자상거래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핑안굿닥터는 핑안보험(平安保险)그룹사 산하의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이다. 현재 중국에서 원격진료, 전자 처방, 의약품 전자상거래와 오프라인 병원 예약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전부 갖추고 수직계열화가 제대로 완성되어 있는 기업은 핑안굿닥터가 유일하다. 물론 위닥터나 알리건강도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었으나, 위닥터는 오프라인 병원 예약, 알리건강은 의약품 전자상거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원격의료라고 보기는 어렵다.
핑안굿닥터 상의 원격진료 서비스를 통해서는 증상 설명부터 시작하여 1~2차 온라인 진료, 처방을 거쳐 병원 진료 예약까지 진행할 수 있다. 여기서 해당 플랫폼의 강점이 드러나는데, 바로 진료의 질과 양이다. 핑안굿닥터는 우리나라의 대학병원과도 맞먹는 중국의 3급 병원 1900곳과 협력을 맺었으며, 협력약국의 수는 9.4만 개에 달한다. 반면 알리건강의 경우 협력병원의 수는 3,900개가량이지만, 그중 3급 병원의 수는 400곳 뿐이다. 원격진료 분야에서 두 플랫폼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의 질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출처: 바이두(百度)
그러나 알리건강이 노리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온라인 약국 분야의 선점이다. 알리바바(阿里巴巴)산하의 의약품 전자상거래 전문 기업인 알리건강은 알리바바 플랫폼이 보유한 기존 유저 기반에 전자상거래 노하우를 더해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알리건강은 모회사인 알리바바의 생태계 시스템을 이용하여 원격진료의 전 과정을 망라하고 있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환자가 딩딩 메신저(钉钉,Dingtalk)상으로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면, AI(alibaba cloud)가 판독해 적합한 의사를 연결해 준다. 진료 후 의사의 처방에 따른 약품은 TMALL약국에서 구매가능하며, 차이냐오(菜鸟) 택배로 안전하게 배송 받을 수 있다. 또한 의료보험에 자동으로 진료정보가 전달되어 쯔푸바오(支付宝)상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알리건강은 지난해 수직계열화를 완성시켰으나, 아직 매출의 97%는 의약품 판매로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알리건강 어플을 사용해 보았다
출처: 알리건강, 타오바오(阿里健康, 淘宝APP)
해당 알리건강 어플의 홈 화면 상에는 여러 기능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분야별 의사들에 관한 상세한 정보와 평점 등이 나열된 것이 눈에 들어온다. 사용자들은 의사의 근무처와 해당 병원의 등급까지도 알 수 있으며, 의사의 이력 등과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원격진료를 받은 환자의 수와 그들이 남긴 평점과 후기를 바탕으로 가격 대비 서비스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가장 상단에 있는 검색 기능을 이용하면 자신이 지닌 증상이나 질병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병원 진료 접수, 신체검사 예약, 영유아 예방접종, 의약품 배송 등의 기능 또한 이용 가능하다. 비록 해당 어플 내에선 검진을 통해 처방받은 약만을 배송받을 수 있지만, 타오바오 어플 상 의약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알리건강 페이지의 화면에서 다양한 종류의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다.
알리건강과 핑안굿닥터의 약 구매 절차는 거의 동일하지만, 알리건강은 굳이 어플을 깔지 않아도 타오바오 상으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단순히 의약품 구매만을 원하는 사용자들에겐 더 편리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처방을 받아 약을 구매할 경우에는 핑안굿닥터가 알리건강보다 낫다는 평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알리건강을 이용할 경우 처방전 등 몇 가지의 정보를 올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반면에 핑안굿닥터는 진료 후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약품의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원격진료를 통한 검진의 전문성에는 한계가 있고, 유저들이 플랫폼 선택에 접근성과 편리성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학생기자 유수정(저장대 영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