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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한국학교장, 이번엔 학부모에 반말 사과

[2019-12-21, 07:44:35] 상하이저널
일부 학부모, 학교장 사퇴 요구 왜?

부실 급식 사진으로 시작한 상해한국학교의 급식 사태는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일부 학부모들이 학교장 발언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유는 학부모들이 급식 문제로 항의하는 과정에서 학교장이 반말, 차별, 비하 발언을 했다는 것.

초등 학부모 오은석 씨는 상해한국상회 위챗 알림방에 “부실 급식 관련한 상해한국학교 교장의 대응과 막말에 분노한다!”라는 제목과 함께 학교장 사퇴 등 4가지를 요구했다. 그는 “면담한 어머니들과 확인한 내용”이라고 밝히고, “학교 측에서 급식 문제가 발생한 12~13일 면담 과정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경과 기록을 제시했다. 

오 씨는 지난 13일(금) 중국인 어머니들과 학교측과의 면담이 진행된 3시간 여의 녹음파일을 확보해 본지에 제보했다. 그는 “전날 부실 급식에 이어, 곰팡이로 보이는 식빵을 들고 항의하는 중국인 학부모들을 향해 던진 학교장의 반말과 차별 발언은 교육자의 자질은 물론 인권 의식 마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제보한 녹음파일에는 중국인 학부모들 여럿이 한꺼번에 항의하자 학교장은 한 사람씩 얘기하라고 제지하며 “입 다물어요! 입 다물어!”, “다 들어! 전부 다!”, “나가세요”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오 씨는 반말과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언행과 함께 “여러분 자녀들만 있는 게 아니고, 일반 학생들도 있으니까”라는 발언에 집중하며 “이는 분명 한중 가정 학생들을 향한 차별적인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 국적 아이들로 한국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중국아이들’이라는 말로 구분하는 것 역시 심각한 차별 의식”이라고 지적하며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학교장은 당일 현장에서 수 차례 학부모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오은석 씨를 포함한 일부 한중 가정 아버지들은 “한국어에 서툰 아내들이 학교장에게 들은 반말과 이 상황을 전해 들은 한국인 남편들이 느끼는 모욕감, 분노는 또 다른 차원”이라며 공개사과와 함께 학교발전과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학부모들을 향한 반말과, 한중 가정 학생들에 대한 차별 발언은 자진사퇴까지 요구할만한 엄중한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회 “학교를 지켜주세요!” 

이에 학부모회는 20일(금) 호소문을 발표하고 “지금 현재는 상해한국학교의 막대한 이미지 실추와 교장선생님 사퇴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이 돼버렸습니다”라며 “소수 여론으로 학교의 이미지 실추와 교장선생님 사퇴가 이루어진다면, 이 상해한국학교로 어느 누가 교장선생님으로 오실 것이며, 더 좋은 선생님, 더 좋은 교육 환경이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소연했다. 또 “이제 우리 학교를 밑바닥으로 모는 글들에 동요하지 말고 힘을 내서 소리를 내어주세요. 우리 아이들의 학교를 지켜주세요!”라며 간청했다. 또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우리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제해 줄 것을 부탁했다.

초중고 회장단 어머니 10명으로 구성된 학부모회는 최근 급식 사태 과정에서 ‘학교 편’을 든다는 학부모들의 항의를 많이 들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학부모회 역할은 학부모들의 건의를 학교에 올리고, 건의사항이 시정됐는지 확인하는 일을 한다. 학부모들의 투표로 뽑힌 대표 권한이 있는 기구가 아니라 개인 시간을 들여가며 봉사하는 학부모들”이라며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또한 학부모회 구성원들은 1년간 봉사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토로하며 △급식, 차량 등 각종 건의 불만 사항들을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실명으로 게시하는 방안 △관례대로 반장 어머니들이 당연히 맡는 것이 아닌 지원자들이 나서 학부모회를 이끄는 방안 등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학교장 “CJ에 강하게 요구하고, 학부모들과 더 나은 소통하겠다”

한편, 전병석 학교장은 지난달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수업료 인상안을 확정 통보한 것에 사과한 바 있다. 당시 수업료 인상 공청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불합리한 인상이라고 제기한 대부분 의견을 ‘청취’만 하고 ‘반영’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급식 사태에서도 12~13일 양일간 두 차례에 걸쳐 4~5시간 이상 면담을 거쳤지만 정량 배식 외 학부모들이 요구한 대부분 의견이 현장에서 무시당했다고 한다. 

이후 공청회와 위챗을 통해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1주일이 지난 20일(금) 학교장은 “학교급식은 가장 안전하게, 가장 균형 잡힌 영양으로, 충분하게 교육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학교 급식 발전 계기로 삼고자 급식 위탁업체인 CJ에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막다른 길로 가지 않도록 해 주기 바란다. 학교에서도 더 나은 소통의 방법과 기회가 있는지 살피겠다”고 전했다.

이번 급식 사태를 지켜본 학부모들은 한 끼 급식이 부실할 수 있고, 관리 감독에 빈틈이 생길 수 있으나, 이를 인정하고 발빠르게 개선방안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으로도 SNS를 통해 예기치 못한 학교의 민낯이 드러날 수 있다. 외부에서 해결하지 말라고 단속하고 질책하기 전에, 내부에서 자유롭게 의견 개진할 수 있는 채널을 고민해봐야 한다. 또한 학교가 소란스러우면 우리 아이들이 피해본다는 막연한 말로 학부모들을 위축시키기 보다, 발생한 논란의 본질에 접근해 구체적인 언어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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