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세계 최대 전기전자학회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가 화웨이 소속 전문가들의 간행물 편집 및 심사를 금지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인한 양국 갈등이 학술계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30일 신경보(新京报)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IEEE는 메일을 통해 화웨이 직원이 산하 간행물 편집 및 원고 심사 작업 담당을 금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IEEE는 폭로된 메일에서 “FAQ 문서 제12조항에 근거해 IEEE는 화웨이 직원을 간행물의 공동 심사 과정 중 심사인 또는 편집인으로 채용할 수 없다”며 “화웨이 직원이 편집위원회 위원으로 남을 수는 있지만 어떠한 문건도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화웨이가 미국 상무부의 거래 제한 명단에서 삭제될 때까지 유지된다.
이어 IEEE는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새로운 규정을 준수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화웨이 직원이 심사에 관여하고 있는 논문이 있다면 다른 대체자를 찾기를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IEEE는 미국의 비영리 국제 학술 조직으로 전자, 전기, 컴퓨터, 통신 등 분야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소속 회원은 40만 명 이상으로 전세계 160개 국가에 퍼져 있다. 중국 국내에는 베이징, 상하이, 시안, 우한, 정저우, 지난 등 대학교 55곳에 IEEE 학생 지부가 설립되어 있다. IEEE는 산하 〈IEEE Transaction〉, 〈IEEE Magazine〉 등 다수의 학술 간행물이 있으며 현재 화웨이 소속 전문가 다수가 이곳에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EEE는 30일 오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사실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전세계 IEEE 회원에 대한 영향은 극히 미비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화웨이 직원에 대해 이 같은 조치를 한 이유에 대해 “뉴욕에 등록된 비정치적 비영리 조직으로 미국 및 타 지역 관활권 내에 규정된 법률적 의무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벌금, 감금을 포함한 중대한 민사,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전기전자협회의 이 같은 결정에 중국 학술계는 거센 반발을 드러내고 있다. 29일 중국 명문 대학인 칭화대, 베이징대 교수들이 공개 항의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30일 CCF(China Computer Federation, 중국컴퓨터학회)도 성명을 통해 “IEEE 산하의 통신학회(ComSoc)와의 협력 교류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CCF는 “IEEE의 결정은 국제 학술 조직으로 반드시 준수해야 할 개방, 평등, 비정치의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는 과거 IEEE가 제창한 ‘기술 혁신으로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가치관과 사명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CCF는 6월 초 이와 관련해서 연구토론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같은 날 베이징대 정보과학기술학원 장하이샤(张海霞) 교수는 IEEE에 간행물 위원회 탈퇴 신청을 했다. 그는 IEEE의 메일을 본 뒤 “분노했고 놀랐고 믿을 수가 없었다”며 “이는 과학적 문제에 대해 공평, 공개, 공정하게 자신의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과학자의 기본 권리를 어기는 것으로 이게 나의 최저선이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IEEE 협회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신에서 “명망 높은 학술 조직 기구로 IEEE는 (과학자들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결코 안 된다”며 “IEEE가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