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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엄마들을 위한 변명

[2019-02-16, 06:07:04]

높은 시청률과 함께 많은 화제와 담론을 양산했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드디어 종방했다. 하지만 그들의 명대사는 설 연휴에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다양한 패러디를 낳기도 했다. 심지어 “복을 집안에 들이셔야 합니다”라는 김주영 코디의 얼굴이 찍힌 신년 카드가 SNS에 돌아다니기도 했다. 숱한 화제를 뿌렸던 <스카이 캐슬>의 여성 캐릭터들을 교육적 관점에서 재조명 해본다.  

 

“남편이 아무리 잘 나가도, 네가 아무리 성공해도, 자식이 실패하면 쪽박인생이야!” (한서진)


한서진이 극단적인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자식을 최고 명문대에 보내려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는 한 마디는 바로 이 말이 아닐까 싶다. ‘자녀의 행복을 곧 나의 행복’으로 여기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가족’을 행동 단위의 기초로 여기는 한국인의 심리구조에 기인한다. 

 

문은희 심리학박사는 이를 ‘포함 이론’이라 칭한다. 자식을 자신과 분리하지 못하고 온통 내 안에 자식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엄마의 욕망을 투사하기도 하고, 기대대로 안 되면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이다. 진정 아이의 행복을 바란다면, 아이를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고 아이의 마음을 살펴서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는 우리 수한이가 아빠처럼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우리 아들이 고생하는 거 보면 그냥 행복하게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아침저녁으로 마음이 바뀌어. 사실 엄마도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어.” (진진희)


우주 엄마처럼 줏대도 없고, 예서엄마처럼 확신도 없지만 아들 옆에 누워 대화를 나누는 진진희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수한이는 건강하게 잘 크겠구나 생각했다.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아니면 어떤가. 자기가 편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지점이 어디인지 스스로 찾게 하고, 스스로 무게 중심을 잡아가며 잘 살아가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로 지도의 핵심이다.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향해 일렬종대로 무조건 달리게 하는 우리 교육 관행과 틀을 바꿀 때도 되지 않았는가.

 

“경쟁은 자기 자신하고 하는 거지. 남하고 하는 경쟁은 사람을 외롭게 만들거든. 엄마는 외롭지 않은 인생을 사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해”(노승혜).


드라마가 끝으로 갈수록 노승혜의 태도 변화와 역할은 배울 점이 많다. ‘가부장적인 친정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인생의 가치관에 대해 깊은 대화조차 나누지 않고 차민혁과 결혼한 것을 반성합니다’로 시작되는 그녀의 반성문은 적지 않은 울림을 주었다. 

 

여성은 남성과 대등하게 교육받고 경쟁하며 개인으로서 성취하며 살다가 결혼하는 순간 아내로 며느리로 아이들의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느라 자신은 뒷전이 돼버린다. 이 비자발적인 성 역할 분담과 독박육아는 교육에 대한 책임을 엄마에게만 과도하게 요구한다. 

 

게다가 체면을 중시하고 경쟁을 부추기며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는 엄마들로 하여금 더욱더 아이들 성적에 목을 매게 만든다. 애들 잘 키우는 게 우선이지 싶어 자신의 꿈은 다 포기하고 살아온 승혜가 가부장적인 남편을 길들이고 아이들을 위해 단호히 맞서 싸우는 모습은 그래서 통쾌하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1등을 하면 뭐합니까?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잖아요.”(이수임)


보육원 원장님이 친부모님인 줄도 모를 만큼 차별 없이 고아들과 함께 자란 이수임은 우주를 친아들처럼 키운다. 또한 방황하는 예빈이도 품어준다. 과연 우주는 인성도 훌륭하고 굳이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성적도 뛰어나다.


시청자들은 바른말만 하는 이수임보다는 욕망에 충실한 한서진에게 더 많이 감정이입을 한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종방 후 코디를 찾는 엄마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한서진과 같은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다. 우주와 같은 아이로 키우려면 이수임처럼 이상적인 엄마가 돼야겠지만 그 역시 현실에선 쉬운 일이 아니다. 

 

양 극단의 두 사람 사이에서 갈팡질팡 고민하고 흔들리는 노승혜나 진진희가 우리 모습과 더 닮아 있지는 않은지? 어쩌면 네 여성의 모습은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는 모습들이다. 진진희와 같은 사랑을 아이에게 주면서 노승혜와 같이 아이를 존중해주고 인정해줘야 적어도 차세리처럼 목표가 분명한 당찬 아이로 키울 수 있고 우주와 같은 아이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김건영(thinkingnfutu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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